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김유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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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싱글족들은 고양이를 많이 키운다. 고양이는 주인 외에는 잘 따르거나 하는 성향이 적어 주인과의 끈끈한 교감을 하며, 반려동물로 인기 있다. 게다가 아파트에서 동물을 기르기엔 강아지의 경우는 자주 짖는다는 이유로 고양이가 적합하다는 사람도 많다. 중성화수술을 해주면 우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발정의 수가 급감하기 때문에 아파트생활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강아지에게 성대수술을 시행했던 이웃이 생각난다. 난 마음속부터 외쳐대는 말을 눈 질끈 감고 말해버렸다. 그것은 ' 학대 '라고 말이다. 인간에게 애완동물이 솜으로 몸 속을 채워넣은 곰인형처럼 다뤄지는 게 끔찍한 현실이다. 하루에도 수십마리의 애완동물이 길바닥에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버려진 동물을 보관하는 센터엔 철창가득 들어앉은 개와 고양이가 즐비하고, 버려진 탓에 병도 심각해서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10일이라는 유예기간 후 안락사당한다. 그러나 아직도 수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 혹은 강아지를 가족처럼 기르고 있다. 동물과의 그 끈끈한 유대감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포근하고 따뜻한 그들의 체온에서 전해지는 위안을 말이다.

 

 제 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은 푹신한 쇼파에 양 다리를 꼬고 앉아 음계의 ' 솔~'을 부르는 느낌으로 읽어주면 좋을 책이다.  주인공 K와 '사라다 햄버튼'이라는 이름의 들고양이의 조금은 심심해 보이는 그렇지만 경쾌한 이야기이다. K는 동거하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힘들어 하던 찬라, 그의 집 베란다로 찾아든 고양이 한마리. 샐러드를 주었더니 잘 받아먹더라~ 때마침 설기현선수가 공격수로 뛰었던 울버햄튼의 축구경기를 볼 때여서 그 고양이의 이름이 사라다 햄버튼이라는 설정은 무심하기도 하지만, 우리네 일상과도 닮은 부분에서 정스럽다.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의 특이점은 우리네 일상과 상당부분 매치되는 실존의 현상들이다. 이를테면, 미국드라마의 프로그램이라던가, 축구경기 혹은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사회적 이슈 등이 얼마전과 일치한다. 심심한 뻥과자를 먹는 기분이 드는 글 흐름이지만 현실과도 닮아 있는 이야기의 뒷바침들이 책을 매우 구성지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소설은 허구의 매력을 빼 놓을 수 없다. 이 소설은 현실을 너무 닮아서 독자가 받는 느낌의 농도를 옅게 만든다. 그렇다해도 서정적인 글줄기가 바라보는 이에게 거부감 없이 편안하다.

 

 

 



 

 

 K가 동거하던 S와 헤어졌지만 느닷없이 떠난 S를 여전히 그리워한다. 그러다가 사라다 햄버튼을 만나게 되고, 방사선사였던 직업을 놓고 시작한 백수생활을 이 들고양이와 함께 보내기 시작한다. 달리웨이에서 일하던 그녀 R과의 미묘한 감정이 스쳐가고,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기까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을 겪는다. K는 자신의 생부, 어머니와 이혼하고 외국으로 떠나 딸을 얻은 아버지, 그리고 비밀을 갖고 있었던 어머니의 이야기 조각을 맞추게 되면서  늘 혼자서 잘 해왔다는 고정관념에 획을 그어넣는다. K, 즉 우리들 삶속엔 가족이 있고 친구도 있고 사라다 햄버튼(반려동물)도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R에게 뒤늦은 손을 내밀지만 결국 그녀는 일본인 교수와 일본으로 떠나게 된다. K는 헤어진 S에 대한 기억으로 힘겨워하면서 다가오는 R에 대한 감정을 판단하지 못했다. 느낌을 직면하는 것이 두려웠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늦박자의 깨달음은 후회라는 녀석을 꼭 몰고 오는 법이다. R 역시 교수와 K를 사이에 두고 고민했을 것이다. 어느쪽을 선택하든 그것은 그녀의 판단에 의한 선택이고, 선택한 길을 가는 것 또한 R의 몫이다. 우리네 삶이 만남과 헤어짐의 유기적 사슬에 의한 여정임을 말하고 있는 작가.

 

 



 

 사람들에겐 누구나 어떤 불리한 순간에 직면해 있다 하더라도

 

언제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있다.

 

 (page 111,아버지의 말 중에서......)

 



 

 

  베란다에 찾아든 들고양이와 정을 나누며 하루하루를 지내지만, 중성화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 누군가에게 상당한 사랑을 받고 자란 고양이임을 깨닫게 된다. 그는 결국 결심한다. 사라다 햄버튼의 주인을 찾아주기로 하고 전단지를 붙였다. 그리고 찾아온 고양이 탐정. 고양이 탐정을 만나면서 나즈막한 능선을 타던 곡선들이 갑작스럽게 상승과 낙하의 폭을 키운다. 고양이의 주인 PK와 자카르타로 떠난 S와의 관계를 의심케 하고, 그 시점에서 아버지(계부)는 K와 생부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베일에 싸인 엄마의 임신가간등, 독자의 추리력에 던져진 에피소드들은 명확한 답을 내지 않고 독자에게 맡겨진 채 맺음을 찍는다.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은 책을 끝까지 다 읽은 나에게 촉감좋은 담요를 목끝까지 덮게 하는 소소하면서도 따스한 책이다.

 

 그 어떤 이에게든 일상은 늘 찾아드는 것이고, 무료할 수도 있고 다이나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며, 나와 엮어진 주변의 가족, 친구, 동물, 사물, 현상 등등이 첨가되어야만이 진정한 한그릇이 되는 것 아닐까? 편안한 듯 잘 읽혀지고, 자신이 고양이 탐정으로 깜짝 등장했다는 작가의 고백에 기분좋아지는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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