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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을 쓰겠다는 열망을 품게 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환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요즘은 너도 나도 글을 쓴다. 어떤 형식으로든 말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이 아이의 사진 한장을 올려놓고, 몇자 적는다. 미니홈피를 하는 이들이 사진을 올려놓고 사진에 대한 에피소드를 올려놓는다. 인터넷상에서 어떤 이의 수필을 실시간으로 읽을 수도 있고, 연재되는 소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글을 쓰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 옛날 글쓰는 이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쌓아두었던 원고지는 자주 볼 수 없지만, 하루에도 수십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여전히 책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세상의 종말을 다루는 영화에서 큰 데미지로 다가온 장면이 있다. 우리가 흔히들 무인도에 간다면 어떤 것을 갖고 갈 것인가? 라고 질문을 자주 하게 된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바로 휴대폰이다. 요즘 스마트폰이야 말로 노트북도 필요없고, 메모지도 필요없지 않은가. 그 영화에서 주인공은 바로, '책'을 챙겼다. 시대적 배경이 미래이지만 그 미래에서도 여전히 마음의 양식이라는 책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인터넷 발달이 되어있다 하더라도, 종이의 향과 잉크로 찍혀있는 활자가 주는 즐거움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라이팅 클럽>에 등장하는 김작가와 그의 딸 영인. 이 두사람은 평생을 글쓰기는 것에 집중한다. 모든 것은 글쓰기에 맞춰져 있다. 그녀들의 삶은 글쓰기가 없으면 시체와 다름없는 것이다. 글쓰기에 몰두하고, 좀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해 고뇌한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녀들은 무엇을 위해 평생을 글쓰기에 바친단 말인가. 어떤 글을 만나고 싶어서 그토록 가난에 시달리고, 삶의 모든 것이 글쓰기를 향해 있는가.

영인은 자신이 쓴 첫번째 소설을 들고 그녀의 롤모델인 J작가를 찾아간다. J작가가 그녀에게 준 첫번째 과제. " 설명을 하려 들지 말고 묘사를 하라." 묘사하는 것이 무엇인지, 글쓰기를 하는데 전문적인 트레이닝 없이 오로지 그녀는 가난하고 쓸쓸한 그녀의 인생이란 길 위에서 찾아 나선다. 생계를 이어가는 사투속에서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는다. 그녀가 늘 한심하게 여기는 김작가는 '글짓기 교실'을 열었고, 수많은 작품이 나와야 할 것 같은,말이 번지르르한 ' 글짓기 교실'은 아줌마들이 종이컵을 하나씩 들고 수다를 떠는 곳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누구도 찾을 것 같지 않은 그곳에 글쓰는 것에 관심 있다며 드나드는 걸 보면 우리 모두는 글쓰기에 중독자들이다.
영인은 결혼한 남자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그곳에서 네일숍에서 일하며 '라이팅 클럽'을 만들게 되고, 회원모집 글을 보고 찾아든 다양한 사람들과의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나이많은 사람, 나이 어린 사람, 장애인, 건축가 등등 각기 다른 직업의 혹은 위치의 사람들 모두 글쓰기라는 공통된 관심사로 ' 라이팅 클럽'을 찾아들었다. 미국에서도 글쓰기 열정이 다른 것은 아니였다.
책의 후반에 김작가가 뇌종양으로 병원에 입원한다. 정신줄이 깜빡거리고, 반복되는 경련에 영인을 두렵게 하였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김작가는 병상에서도 끊임없이 글을 썼다. 정말이지 글쓰기에 빠지면 미쳐야만 하는 것처럼 김작가는 글쓰기에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영인의 생모이지만 모성애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던 김작가. 영인에게는 계모보다 못한 친엄마 김작가, 그녀는 영인의 영원한 멘토였던 것이다. 김작가의 영향이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힘든 미국생활 속에서 놓치 않았던 책 <돈키호테>와 글쓰기는 하루하루의 삶을 완성하는 원동력이였다. 결국 그녀는 네일 아트스트일을 했어도 평생의 직업은 ' 글쓰기'였던 것이다.
왜 난 생리 현상의 흐름조차도 모두 다 글쓰기와 연관이 되고 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Page 238 중에서)

영인이 평생을 글쓰기를 위해 보내면서도 자신이 쓴 글을 들여다보고는 외친다. " 이런 쓰레기들......" 만족스러운 단 하나의 문장을 위해 작가들은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경험했을까?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책 <라이팅 클럽>을 쓰기위해 작가 강영숙은 얼마나 고뇌하고 노력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까. 그러나 이렇게 힘든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글쓰기는 작가 강영숙을 포함한 수많은 작가들 그리고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나 또한 왜 책읽기를 멈추지 못하고 오늘도 이렇게 서평을 쓰고 있는 것인지. <라이팅 클럽>은 무던하게 글쓰는 것에 몰두해오던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한다.
내가 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단 한사람일지라도 그 단 한사람이 있기에 나의 글쓰기는 멈출 수 없을 것이고, 그 글쓰는 것이 마침내 행복에 다다르는 것이며, 또다른 글쓰기를 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글쓰기를 하는 우리들은 같은 글이라도 좀 더 ' 좋은' 글을 얻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노력한다. <라이팅 클럽> 을 읽고 난 지금, 오늘도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책들에게 경건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들이 그 단 한권을 위해 쏟아부은 열정과 시간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