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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
레브 그로스먼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유치하지만 난 마법을 믿고 있다. 어디에선가 나와 다른, 아니 나와는 같지만 내가 하지 못하는 마법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벌써부터 하고 있던 나만의 유치함이랄까? 동심을 갖고 있다기 보단 정말 세상엔 기이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기 때문에 마법사또한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판타지이지만 왠지모르게 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마법이지만 현실에서처럼 갖은 노력과 치열한 경쟁 그리고 고통도 있다. 해리포터가 휘두르는 마법 지팡이로 주문 하나만 외우면 되는 마법이 아닌, 고등학교때 배운 수학공식처럼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마법이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하나로 돌문이 열리고, 신세계를 맞이하는 주술은 이 책속엔 없다. 마법학교에서 많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재미있게 수업하는 해리포터의 영화속 장면도 없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의 고등학교를 보는 듯 하다. 최고의 인재들만 모인 브레이크빌스 마법대학안에서 최고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모습은 이름만 들어도 턱이 벌어지는 '하버드'와도 같아 보인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안경을 쓰고 의자에서 엉덩이 들썩거리지 못하게 공부해야하는, 그리고 수없이 노력하고 경쟁하고 그런 일상스러움은 마법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인공 쿠엔틴 골드워터는 마법학교 박의 일상에서 느낀 지루함을 브레이크빌스에서도 똑같이 느끼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판타지의 매력은 없다. 그러나 또다른 판타지의 면모를 보여주는 <마법사들>이기에 두꺼운 책이지만 줄 곧 즐겁게 읽었던 것 같다.
쿠엔틴 콜드워터는 17세의 나이로 세상에 대한 시선은 잿빛이다. 그의 친구 줄리아와 제임스 역시 천재이지만 천재라고 달리 특별할 것은 없다. 인간관계에서는 우정과 사랑이 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 줄리아를 좋아하지만 제임스의 여자친구인 줄리아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쿠엔틴. 쿠엔틴은 일상의 지루함을 달래는 유일한 삶의 낙이였던 책 속 '필로리'를 동경한다.
쿠엔틴은 어느날 프린스턴 대학의 면접관을 만나기 위해 갔다가 죽어있는 면접관을 보게 되고, 그 면접관의 집에서 우연히 브레이크 빌스 마법대학의 초청장을 받게 된다. 마법대학에서의 면접을 성공적으로 치루고 입학을 하게 된 쿠엔틴, 그곳 생활 역시 그가 지루해 하던 일상과 다를 바 없음에 놀라게 된다. 마법대학에서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고, 마법대학에서의 치열한 생활을 잘 견뎌내다가 그가 동경하는 그곳, '완벽한,,,,,유토피아'인 필로리가 실제로 존재하는 곳임을 알게 되면서 친구들과 필로리를 찾아 떠나게 된다.
그가 찾은 필로리는 정말로 책속에서 비춰진 그대로 완벽한 곳일까? 나니아 연대기를 떠오르게 하는 영웅전. 악당들에게서 선의에 선 쪽을 구하고 왕이 된다는 그런 판타지스러운 계보. 그러나 그것은 없었다. 오히려 피흘리는 친구를 바라봐야하고,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하고 온갖 일을 격게되는 이 판타지는 이제껏 내가 봐 왔던 판타지가 아니다. 어찌보면 마법을 부리는 것이 현실인양, 마법세계는 현실스럽다. 한편으로는 해리포터와 같은 약간의 경쾌함이 깔려있는 판타지를 기대했으나, 경쾌함보다는 무게가 느껴지는 소설 <마법사들>을 만나보게 되어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
왜 저자는 쿠엔틴을 우울증 걸린 아이로 시작했을까? 현실과 다를바없는 마법세상을 설정한 이유는 또 무엇일까?
우리들이 격는 일상에서 넌덜머리가 나면 판타지를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그 판타지가 일상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것을 안 이 순간 김빠진 콜라맛처럼 씁쓸해진다. 쿠엔틴이 바라보는 세상과 그가 꿈꾸고 도피처로 삼았던 마법의 세상이 동전 양면과도 같다면, 타협이 될까? 쿠엔틴이 선택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세상을 향해 웃어줄 줄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 어떤 하나의 파장을 남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