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인간은 왜 색깔로 나눠져 있을까? 무슨 하늘의 장난인가 말이다. 그냥 하나의 색으로 만들어 주시지......

 

위의 질문은 방금 생각나서 쓴 말이 아니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면서 어머니에게 여쭈어본 말이다. 어머니는 한참을 고민하시는 것 같았다. " 그건 말이지...... 왜 그런생각을 하니? " 라고 말씀하시고는 여느때와 같이 나의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을 것처럼 구셨다. 그러나 입을 여신 후 이렇게 말씀 하셨다.

 " 사람이 세가지의 색이 있는 건 서로 다른 모습을 바라보며 반성하라고 그런거야." 라고 하셨다.

 

아직도 기억난다. 반성한다고? 흑인과 백인 그리고 그 중간 색인 나와 함께 반성하라고? 서로 만나야 반성을 해 보던가 하지. 어머니는 결국 나의 질문이 귀찮았나 보다, 하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사소한것을 무척이나 잘 기억하는 내 머릿속에 그 말은 마치 처져 누워있는 풀잎에 후욱하고 기운을 주듯이 이 책 <컬러 오브 워터>를 만나면서 되살아났다. 엄마의 말 뜻이 무엇인지 알것 같았다.

 

우리 어머니는 현명하신 분이셨다. 동네에서도 소문이 났다. 짧은 가방끈이 못내 아쉬워 펜글씨부터 연습한 분이시다. 새로이 외국어나 무언가를 공부하기 보단 지혜를 익히셨다. '집안의 맏며느리로서 현명함은 필수다' 라고 말씀하셨다. 자신의 자리가 버거워 도망도 가고 싶었다고 하셨으나 어머니는 그 자리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현명하게 대처해 나갔다. 지금 어머니의 난자리가 흙빛인걸 보면 그녀의 역할수행은 만점자리였던 거 같다. 그것이 단지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 의한 채점일지라도......

 


 

100주 연속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ㅣ 전 세계 20개 국 번역 출간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재로 채택한 화제의 책.

 



 

여기 현명하고 대단한 또 한명의 어머니가 있다. <컬러 오브 워터>의 백인 어머니다. 백인으로서 흑인 자녀 12명을 키워내셨다. <컬러 오브 워터>의 소 제목은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이라고 되어 있다. 12자녀 중 8번째 아들 '제임스 맥브라이드'에 의해 이 위대한 어머니는 세상에 끄집어내졌다. 그는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그가 본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그의 어머니는 1921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2010년 1월 9일 8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어머니는 랍비였던 아버지와 장애를 가진(소아마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순회 전도사라서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면서 생계를 유지하다가 그녀나이 8~9살쯤 버지니아주 '시퍽'에서 식료품 가게를 꾸리게 되었다. 하지만 유대인이 그곳에 이사오니 흑인이든 백인이든 그들을 싫어했다고 한다. 그녀를 '예수님 살인자'나 '새끼 유대인'이라고 불렀다. 어머니 마메는 아버지 타데에게 유대인 아내로서의 종교전통들을 잘지키며 헌시했지만 아버지 타데는 단 일말의 애정도 없었다. 욕을 얻어먹고 불편한 몸은 놀림거리가 되었다.

 

타데는 돈으로 결혼을 했다. 결혼 역시 상거래여서 어머니 마메에게 애정이 없었다. 그런 타데는 제임스의 어머니를 성추행하고 더 한 짓(?)을 서슴치 않았다. 그녀는 결혼 전까지 자존감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인공의 아버지를 만난 후로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자존감이라는 것을 챙길 수 있었단다. 그녀는 그녀의 인생을 달라지게 한 그의 아버지에게 감사해 한다.

 

두번의 결혼을 했으나 남편이 모두 죽고, 많은 아이들을 위대하게 키워낸 더 위대한 어머니. 그녀는 티비보다도 많은 견문을 넓히게 해 주는 외출을 선택했으며, 규칙을 정해놓고 아이들 서로 조율해나아가도록 했다. 기독교인이지만 아이들 교육과 태도에는 유대인의 현명함을 녹여내셨다. 모든 아이들이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자라줄 순 없었다. 어느 아이는 평행선이 지겨워 삐죽하고 삐져나가기도 하고 어느 아이는 탈행도 했다. 늘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지만 아이들은 미래를 배부르게 할 지혜와 감성을 받았다.

 

우린 엄마가 음식 대신으로 준 생각과 책과 음악과 예술을 먹고 자랐다. (p.109)

 

어렸을때 난 어머니가 어디 출신이고 어떻게 태어났는지 궁금한 적이 많았다.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보면 어머니는

" 신이 날 만드셨지."라며 말을 돌렸다. 백인이냐고 하면 " 아니. 피부색이 옅은 편이지."라며 또 말을 돌렸다. (P.29)

 

인종문제가 시끄러웠으니 주인공 역시 그것이 궁금했다. 왜 엄마는 백인이고 자신은 흑인일까? 어머니는 자신이 '색이 옅은 피부'를 가졌다고 정의했다. 혼자서 12명의 아이를 키워낸 어머니. 각자 개성이 있고 창의적인 아이들은 현재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저자는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 그 어떤 대통령보다도, 그 어떤 성공적인 CEO보다도 말이다. 그에게서 그녀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고 한 회사의 위대한 CEO이며, 군대의 지휘관이다.

 

파라만장한 삶을 산 어머니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 그대로 파.라.만.장이다. 게다가 두명의 남편. 12명의 자녀. 성차별로 멸시받고 놀림이 되는 그 삶속에서도 아이들을 꿋꿋하게 키워낸 현명한 그녀를 닮고 싶다. 아이를 키운지 2년도 되지 않았는데도 나의 하루하루는 염증을 일으키려고 한다. <컬러 오브 워터>속의 어머니를 만난 이 순간, 내가 염증이라고 생각하는 그것들은 흔적없이 사라질려고 한다. 부끄러움이 고개들었다. 그녀의 현명함과 끈기를 나도 수혈받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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