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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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작가 하성란의 <A>

 

 그리고 이 책을 펼치는 당신에게도 감사드린다. 당신에게 A는무엇일까. 나중에 나중에 듣고 싶다. (작가의 말 중에서)

 

처음이다. 간절히 작가와의 만남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말이다.

 

나는 책에 둘러진 띠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책꽂이에 꽂아놓았다가 다른 책을 꺼낸 뒤 빡빡한 책꽂이에 다시금 그 책을 되돌려 놓을라치면 어김없이 턱턱 걸리는 것. 바로 옆에 서 있는 책에 둘러진 띠지. 그런데 이번에 만난 <A>의 작가의 얼굴이 실려있는 띠지는 뭔가가 있다. 그리고 그에 적힌 글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옭아매었던 것 같다.

 



 동인 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작가 하성란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

 

천사(Angel)인가, 아마조네스(Amawones)인가,간통(Adultery)한 자들인가.

비밀스러운 집단 A의 꿈과 욕망, 그리고 추락!



 

단 한 두줄 되는 띠지를 보고서 책을 간파하려고 안간힘을 썼나? 내 머릿속은 책을 읽는 내내 미간이 찌그러졌다. 무슨 집단이라는 건가……. 한마디로 기가 막혔다. 정말 이런 이야기가 실제 있을 수 있을까 싶어서다.

 

이 책은 1987년 일어난 '오대양 사건'을 모티프로 썼다. '오대양 사건'이란, 1987년 경기도 용인시에 오대양(주)에서 일어났던 집단 자살 사건이다. 오대양의 대표이자 교주였던 박 OO씨는 1984년 공예품제조업체인 오대양을 설립하고 종말론을 내세우며 사이비 교주행세를 했다고 한다. 사업을 위해 신도들에게서 받은 돈 170억원을 갚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찾아가 폭행하고 살인을 저질렀다. 그 사건을 숨기기 위해 집단 자살 사건을 벌렸다는 이야기. 타살인지 자살인지는 확실히 밝혀진 바 없다고 한다.

 

이 끔찍한 사건을 난 사실 모르고 있었다. 나보다 세상을 더욱 오래 봐 온 분들은 기억할 지도 모르겠다. 무섭지 않은가? 어느 한 사람에 의해 사고가 있는 사람들이 논의 벼처럼 이리 쓸어내면 이리 쓸려가고 저리 쓸어내면 저리 쓸려가는 것이 …….

 

신신상회. 시멘트공장이다. 그 곳에는 어머니라 불리우는 한 여자와, 6명의 이모가 있다. 신신상회 시멘트공장안에는 수많은 남자가 있지만 이들 여자 7명의 쥐락펴락세상이다. 모계사회라도 되는 걸까? 어머니 아래 혈연이란 구도는 볼 수 없는여섯이모들이 각자 아이를 낳고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권위있는 어머니는 신신상회를 근 40년간 키워나갔다. 점차 욕심이 불거지고 환경은 아랑곳하지 않는 이익만을 쫓는 영업덕에 신신은 한순간 몰락한다. 그리고 어느날, 책의 화자만 빼고 23명은 저항의 흔적도 없이 죽는다. 이 7명의 여자 곁에 항상 함께한 '삼촌'은 스스로 목을 매달았다. 그리하여 삼촌이 모두를 죽이고 스스로 목매달았다는 사건의 전말. 그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책의 화자는 앞이 보이지 않지만 그 사건현장에 있었던 유일한 생존자였다. 사건을 아는 모든 사람이 죽어 버렸기에 이 사건의 진실은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앞을 못보는 그녀도 말이다.

 

" 그 앤 그냥 둬. 아무것도 못 봐. 아무것도 몰라. 그냥 둬." (P. 51 중에서)

 

죽음을 맞이하던 날 어머니가 했던 말이다. 앞을 못 보는 화자는 그렇게 살아남았다. 그리고 잃어버린 신신을 그녀들이 그녀의 엄마 나이쯤 되었을때 다시 일으켰다. 삼촌을 대신할 사내 기태영은 어머니의 자리매김을 했다. 그러나 역시 처음의 꿈은 욕망에 사로잡혀 바람빠진 풍선처럼 추락했다.

 

6명의 이모 자식들은 다시 모여 신신상회를 일으키고 그 옛날 살았던 방식속에 있던 '행복감'을 되찾는 듯 했다. 방식이 같다면 자식을 낳아 번성하는 것 또한 닮지 않았겠는가. 좋은 사람을 골라 임신을 하고 첫 아이를 낳게 되고 다른 사람이 또다른 아이를 낳는다. 그러다가 신신상회를 키우기 위한 욕망에 사로잡혀 결국은 그 옛날 어머니가 주동한 집단자살 뒤에 숨겨진 '성상납'에 오버랩되는 사태가 일어난다. 자식들 중 아버지를 찾은 기태영은 아버지가 재력있는 사람임을 알게 된다. 그의 아버지가 재력이 있었다 함에서 두 얼굴을 가진 '어머니'가 생각나서 어이없었다.

 

산파가 탯줄을 끊었다. " 달렸어요?" 기진맥진한 엄마가 물었다. 산파는 내 두다리를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짧게 대꾸했다.

"딸!" 나는 달고 나와야 할 것을 어디에다 떨어뜨리기라도 한 것처럼 두 주먹을 꼭 쥔 채 울어댔다. (P. 17중에서)

 

 

꼭 아들을 낳아야 하는 듯 들리는 대목이다. 나만의 생각일까? 아니면 저자의 의도일까? 아들을 낳아야 '윗분'에게 협박전화 한통도 효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득 들었다.

성상납으로 신신상회를 꾸려나갔던걸까? 아니면 모계사회를 지켜나간 걸까? 아니면 불쌍한 이모들을 돌봐준 천사와도 같은 마음일까?

작가는 어떤 의도로 'A'의 의미를 두었을까.

 

남편없이 아이를 낳아 서로 의지해가며 사는 여인네들이 어찌보면 좋아보였다. 마냥 아이를 사랑해주고 피 섞이지 않아도 가족이였다. 그렇지만 정말 정상적인 생활은 아니지 않는가. 같은 여자로서 이해되지 않는 그녀들이다. 그리고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에도 어느하나 튀는 자 없다. 한마음 한뜻이란게 이런 건가? 죽음을 함께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걸까. 그네들에겐 신신상회란 아담과 이브가 태어난 그곳과도 같은 곳일까?

 

이 책은 [자음과 모음]에 연재되었던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흐름을 보면 반복성을 띈다. 마치 중간에 펼친 처음보는 독자를 위한 글처럼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 가속도는 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독특한 그리고 있음직한 발상에 박수보내고 싶다.

 

작가는 독자인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A란 무엇이냐고. 책에 너무 몰입되었던 것일까? 아니면 난 갓 태어난 아이보다 무려 30년 이상 더 살아서 천사의 성이 사라진걸까……. 자꾸만 A가 Adultery로 정의내려 진다. 내가 내린 정의로 나는 또 얼굴이 붉어졌다. 그들이 추락한 그 끝과 곧 맞닿을지도 모를 탁하게 흐려진 나인가보다. 이 시점에서 난 정말 작가가 생각하는 A에 대해 듣고 싶다.

도데체 A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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