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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리움 - 자전거 타고 대한민국 멀리 던지기
이종환 지음 / 하늘아래 / 2010년 7월
평점 :

아주 오래전 일이다. 나는 아버지가 타고 오시던 자전거를 향해 몸을 날렸다가 자전거 체인에 오른쪽 다리 허벅지를 심하게 긁혀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다. 그 후로 아버지의 자전거를 보면 반가움에 먼저 달려가는 버릇을 고쳤다. 그리고 보너스로 하나 더! 나는 아직도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 다리를 다친 나이보다 곱절을 더 먹었을 때 아버지는 자전거에 나를 앉게 하시고는 잡아주시겠다며 자전거를 배우라고 부추기셨다. 용기내어 안장에 앉았지만 이내...... 집으로 도망가고 말았다. 공포심은 나를 자전거와 가까이 두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아놓은 돈을 은행에 맡기려고 가다가 아버지를 만났다. 여전히 자전거로 출퇴근하시는 아버지. 아버지는 나를 보시더니 은행까지 함께 가자신다. 걸어가려니 너무 더운 날씨였고 해서 아버지 자전거 뒤에 드디어 착석했다. 난생처음 자전거를 탔다. 내가 직접 페달굴린건 아니지만 아버지의 허리춤을 꼬옥 잡고 탔던 자전거. 돌멩이가 지나간 뒤엔 어김없이 터져나오는 나의 비명소리는 아버지를 즐겁게 했다. 그리고 나는 자전거에 대한 공포를 멀리 보내버렸다.
자전거를 배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 자전거를 배우고 싶어 장만한 참이다. 자전거를 타고 남편과 함께 여기저기 '쏘다니고 싶다'는 것. 저자 이종환님처럼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자전거 여행 해보고 싶다. <마침내 그리움>은 나의 소박하면서도 웅장한 여행에 선배라도 되듯 내앞에 나타나 나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자전거 여행을 계획한 보람이 있다.

저자가 다녀온 우리 나라 지역명이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곳을 어떻게 두 다리를 원료로 한 자전거라는 교통수단으로 다녔을까? 순간 미쳤다는 말을 할 뻔 했다. 미쳤다는 말보다 더 어울리는 말. 대단하다라는 말이 나을 것 같다. 저자는 정말 고집스럽다. 자전거로 다니는 길위에서 포기를 몇번이나 하고 싶었겠는가. 그의 글을 읽다 보면 한편의 시가 떠오르고, 사진이 없는 페이지에는 불쑥 장면도 보인다. 표현력이 어쩜 이렇게 남다른지......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며 답답하기도 하고 위대하기도 하다. 그렇게 눈 앞에 펼져지는 대 자연의 모습이란 여러가지 모습을 한 카멜레온처럼 나를 궁금하게 했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움직이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움직이면서, 움직임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전체를 부분으로, 부분을 전체로!
(P.15 중에서)

화성으로 폐달을 밟았을때 저자가 본 '수원교회'를 글로 표현한 부분이 놀랍다. 사실 이 부분은 책의 초반부이며 초반부터 그의 문체가 마음에 들어 책의 곳곳에 형광스티커 투성이다. 기억하고 싶은 글들이 많아 책은 어느새 낡은 티를 보이듯 두툼해졌다.
어디가나 그렇지만 여기서도 교회 건물은 단연 발군이다. 교단의 권위는 교회 건물의 위용에서 나오는 것임에 틀림없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을 거대한 주사바늘로 찌를 듯이 솟구친 첨탑의 기세가 마치 하늘의 신성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섬뜩하기도 하지만, 화성과 교회의 대비는, 그것 자체로 하나의 경이이다. (P.21 중에서)

깨진 백밀러 조각과 그 속의 나무. 사물은 인간의 문명 안에서 끊임없이 기능 장애를 겪고 있다. (P. 99)
그가 수원에 갔을때 배고파서 들린 고깃집. 메뉴 중에서 ' 대패 삼겹살'이란 것을 보고 신기해 하는 것이다. 생소한 먹거리라고 표현한 그의 말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 사실 나는 대패 삼겹살을 아주 오래전부터 먹어 왔으며 지금도 즐겨 먹고 있다. 김치에 볶아 먹고 밥 먹을때 몇점씩 꺼내어 구워먹고 김치찌개할때도 송송 썰어 넣는다. 나에게 익숙함이 그에겐 낯설음으로 다가갔다.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 일대를 자전거 일주 할 때였다. 그가 마주한 구릉위 세상. 그가 글로 전해주는 그 광경이 나를 태안으로 눈돌리게 한다.
막 심어놓은 마늘 종자들이 파란 혀를 내밀어 눈부시게 햇빛을 빨아들이고 있다. 둔덕에 핀 이름모를 꽃들, 일렁이는 수수, 콩콩콩 도로를 가로지르는 참새들. 아 이런 곳에서 살면 어떨까? 나는 내면으로 침묵을 빨아들인다. (P.52)
자동차를 타고 시원스레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좋다. 그러나 뭐랄까 너무 빨리 지나가는 파노라마라고 할까? 시간이 지나면 슬슬 지겨워지는 여행도 바로 드라이브 여행. 저자는 나와 같은 정의를 내렸다. 재미없는 여행이 바로 고속도로 여행이라고 말한다. 고속도로 여행은 단지 달리기 위해서만 있는 길이다. 물길도 그렇지만 뭍길도 구불구불해야 달리는 맛이 난단다. 시간은 더 걸릴지라도 땅을 씹는 맛은 구불구불해야 제격이라고 말한다. 아버지 자전거 뒤에 앉아 이리저리 구불거리는 느낌은 사실 즐거웠다. 그리고 돌멩이 하나에도 쿵쿵! 그 굴곡이 내 몸에 직접 전해지는 것 또한 아프면서도 재미있었다. 그것이 바로 자전거의 묘미가 아닐까? 지나가는 풍경을 빠르게 혹은 느리게 내가 원하는 만큼 눈안에 담을 수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걸어가는 길 위엔 이리저리 수없이 뻗은 진짜 길이 있다. 우리는 뻗은 그 진짜 길로 걷기만 혹은 달리기만 하면 된다. 길은 나를 막아서지 않았다. 세상살이에 막힘이 있다 느껴질 땐 길을 찾아서 가보자. 나를 보듬어 주기 위해 저기....길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