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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지중해에 빠지다 - 화가 이인경의 고대 도시 여행기
이인경 지음 / 사문난적 / 2010년 7월
평점 :

여행서적은 언제나 나의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최근들어 여행서적을 참 많이도 만나봤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아줌마, 지중해에 빠지다>는 한마디로 '속이 시원하다' 란 말이 어울린다. 여자의 굴레는 결혼이라고 누군가 그랬던가? 그래서 결혼 안 하겠다며 20살때부터 큰소리 탕탕 친 나는 어찌 되었나? 결혼해서 쌍둥이를 두고 있는 아.줌.마. 가 되어 있다. 정말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여자에게 결혼은 굴레. 정말 결혼을 하니 사지가 멀쩡한 나는 보이지 않는 쇠사슬로 꽁꽁 묶인 것 같이 꼼짝 못하고 3년째 이러고 있다.
아이때문에 어딜 나갈 수가 있나, 화장을 하는 법이 있나, 밖에 눈과 비가 내려도 머리가 젖어보길 하나, 심지어 창문을 꼭꼭 닫아놓으면 시베리아인지 사막인지도 모르는 감옥살이중이 아닌가 말이다.
화가 이인경은 50대에 접어들어 자신을 되돌아 보았다. 그리고 스스로를 깨끗하게 비우고 다시 채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지중해로 떠났다. 그녀의 당돌한 이탈에 내 속이 다 후련하다. 겁쟁이인 나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 같아 허리가 곧추선다. 역시 대한민국 아줌마는 대단해!

저자 이인경은 30년 동안 그림을 해왔는데 마음의 여유가 그렇게 없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더할나위 없이 한가롭고 평화로운데 말이다. 내 머릿속의 화가들은 그런 느낌인데 저자는 그림을 위한 고뇌가 일상의 대부분이여서 따분하고 답답했는가보다. 그림을 그리는 즐거운 이 시절을 더욱 더 즐겁게 누리고 싶어 '잘' 살고 싶다는 저자는 잘 살기 위해 지중해로 떠난 것 같다. 그 어느곳보다도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지중해. 지중해를 손에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 왔었다.

누군가 붓으로 색을 그라데이션 해 놓은 것 같은 저 바다는 평생 보고 살아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역시 지중해의 여행의 묘미는 바다! 바다! 바다!

저자는 옛날에 읽었던 <작은 아씨들>에서 먹을 거리가 마땅치 않아서 올리브와 빵을 아침으로 먹었다는 대목이 의야했다고 한다. 올리브...... 그 느끼한 기름이 떠오르는 올리브를 무슨 맛으로 먹지? 나 역시 올리브의 맛이 어떨까. 올리브유 맛은 정말 밍밍한데 말이다. 저자는 그리스에서 올리브의 참 맛을 알고 왔다. 나도 그리스에서 나는 올리브의 맛이 궁금하다. 올리브의 맛을 모르니 명작인 <작은 아씨들> 작품을 섬세하게 이해할 수가 있나 말이다. 그말에 나 또한 공감한다.

이스라엘에서 본 예수탄생교회. 삽화에서 보이듯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드는 곳이다. 저자에게서 들은 예수의 이미지는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비슷하다. 정말 예수님은 안쓰럽고 안되셨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을 떠올리면 행복해야 한다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건 종교적인 차이에서인가?

내가 통곡의 벽 앞에 지금 서 있다면 정말 딱 한줄의 글을 쓴 쪽지를 끼워 넣을 것이다. 내용은 "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가게 해 주십시요."라고...... 나에게 찾아오는 불행, 나에게 다가오는 행복은 딱 그만큼만 받고 싶다. 욕심 내지 않으면서 살자는 생각을 늘 갖고 있기에 내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그 단 한줄의 쪽지를 통곡의 벽에 넣고 진심의 눈물을 흘려보고 싶다.

빈부격차가 심한 이집트. 한편으론 저런 호화스러운 호텔 내부를 바라보는 기분도 썩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천장에서 언제 떨어질지도 모르는 위엄을 자랑하는 샹들리에를 보니 왠지 씁쓸하다.

저자는 용기있게 10분동안 타는 낙타를 탔다. 그녀가 말해주는 낙타에 대한 느낌을 읽고 있자니 괜시리 엉덩이가 가려워온다. 불룩한 혹 하나를 갖고 있는 낙타 등의 느낌은 어떨까? 를 상상하니 미소도 지어지고 인상도 써지고 그렇다. 나도 사막에 가서 꼭 한번 낙타를 타 봐야지 하는 결심을 한 적이 있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말 반드시 타 봐야 겠단 생각이 든다. 나중에 우리 쌍둥이가 자라면 이 엄마의 용기있는 낙타타기 이야기를 해 줄테다.
그리스의 아테네는 내 환상속의 나라였는데 그녀가 본 아테네는 할말이 없는 아테네란다. 그런 부분에선 조금 실망스러운 곳이지만 그리스는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아름다운 나라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직접 보고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그날이 나에게도 오겠지?
수수한 글솜씨를 보이는 저자덕분에 편안한 블로그의 글을 읽듯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아줌마의 대표스러운 생각들이 웃음 짓게 했다. 책을 읽은 오늘 나 아줌마는 저자 덕분에 지중해에 풍덩~ 빠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