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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여우, 스튜어디스의 해피플라이트
이향정 지음 / 열음사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때까지 나의 1 혹은 2지망은 바로 스튜어디스였다. 나는 기억한다. 스튜어디스와 파일럿이 나오던 드라마 덕분에 나의 장래희망이 그렇게 정해졌었던 것을 말이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엔 스튜어디스가 꿈에 그리던 직종이였다. 심지어 어른들의 말씀엔 이런 말도 있다. " 미스코리아 될래 스튜어디스 될래? " 그만큼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스튜어디스다. 그런데 난 왜 간호사가 되었을까?
스튜어디스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다. 게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으며, 대학의 높은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졸업할 당시 전공이 달라도 스튜어디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전공해오던 것을 버리고 스튜어디스의 길을 선택할 순 없었다. 될지도 안될지도 모르는 그런 모험은 내사전엔 없었던 것이다.
여전히 스튜어디스에 대한 로망은 있다. 게다가 친한 학교 선배언니가 간호사를 하다가 불현듯 대한항공에 입사하는 것을 보고 정말 부러워했었다. '아니 어떻게 된거야? 나보다 성적이 좋지 않은 언니였는데...성적을 많이 안 보는 건가? 영어는??? ' 정말 의문이 많았지만 언니는 되지 않는다는 생각보다 된다는 생각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단아함과 우아함을 갖춘 언니여서 더욱 더 스튜어디스 이미지에 부합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내주었다.
선배언니의 블로그에는 여행사진이 가득하다. 도착지인 외국에서 하루 이틀을 보낸 뒤 되돌아오기 때문에 자기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온다고 한다. 외국에 갔다 오면 세상을 보는 견문이 넓어진다고 한다는데...... 언니는 다른 나라에서 즐기기보다 이것저것 보고 담아오느라 바빴다고 말한다. 선배언니의 아름다운 비행 이야기는 부러움의 대상이였다.
<하늘을 나는 여우, 스튜어디스의 해피 플라이트>를 좀 더 일찍 만났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의 꿈은 이루어 졌을까?
대한항공 비행 경력 18년, 승무원의 롤 모델이며 스튜어디스 최초 교수 이향정 님이 말하는 하늘을 나는 특별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아놓았다. 그녀들이 지나가면 부러운 듯 바라보게 된다. 연예인을 보는 듯한 시선은 자연스러운 것이였다. 그들은 당당한 걸음걸음을 위해 무수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였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은 천지에 많다. 그중에서도 하늘에서, 어찌 보면 좁은 공간인 비행기 안에서 늘 웃는 표정, 생기있는 몸짓 그리고 우아하면서 지적인 스튜어디스여야 하기에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기내에서의 승객들 안전을, 편안함을 위해 힘쓰고 있을 것이다. 불규칙한 비행 스케줄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을 컨드롤 하는 그들. 최고의 미녀들만 뽑는 것도 아니라지만 천사가 따로 없는 모습들은 아마도......자연스럽게 지어내는 그녀들의 미소 덕분이 아닐까 싶다.
비행전 객실 브리핑과 어피어런스 체크로 비행준비를 하고, 비행 직전 승객들을 도와주는 업무와 시작후 업무 휴식시간 등등 전반에 걸쳐 설명이 되어 있다. 그리고 면접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면접 팁을 전달해 주고 있으며 그녀들의 소지품도 볼 수 있다. 옷차림과 머리 모양까지 상세히 보여주는 책 덕분에 스튜어디스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장거리 비행일 경우 11~13시간동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일해야 하기에 무엇보다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장시간동안 고객과의 응대에 힘썼으나 단 한번의 작은 실수로 그날의 비행이 고개숙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고객이 요구했던 사항이라면 서로서로 공유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제작년 호주에 갈때 스튜어디스에게 부탁하려다가 말았던 나의 작은 파우치가 생각난다. 아무렇지 않게 부탁한뒤 되돌려받아 비행기를 내리게 되지만 그들은 나의 그 파우치를 위해 11시간동안 신경을 썼을 것이다. 파우치를 맡기 않았던게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케스트라는 한 사람이 내는 음색만으로 전체적인 하모니를 이루기는 힘들다. 각자가 맡은 파트마다 최선을 다하고 조화를 이루어야만 아름다운 선율이 탄생한다. 항공 서비스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여러 단계의 다양한 분야의 다른 음색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본인이 맡은 부분에서 최상의 음색을 낼 때 아름다운 명연주를 할 수 잇는 것이다. (page 139 중에서......)
미국에는 뚱뚱한 스튜어디스 혹은 나이 많은 스튜어디스가 비행기 안에서 승객의 편안함을 책임지고 있다고 한다. 나의 키가 작다고, 나의 얼굴이 자신없다고, 나의 성적이 우수하지 않다고 주저하지 말았음 한다.
스튜어디스를 꿈꾸는 분이 있다면 도전해 보는건 어떨까? 도전해 보지 않고 좌절한다는 건 정말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 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이향정교수 자신의 경력이나 자신의 미모 혹은 자신의 지성이 이러하다고 어필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 다만 그녀의 전반적인 모습이 나를 미소짓게 한다. 노력하며 일하는 여성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스튜어디스를 꿈꾸는 자들에게 힘있게 손을 뻗어 주고 있다.
나는 스튜어디스의 꿈을 접고 다른 직업을 선택했으나 그 직업에 만족하고 천직이라는 말도 들었다. 내가 선택한 직업에 대해 자부심도 있다. 그러나 만약 나에게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 나의 꿈이 이루어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하늘에서 엮어내는 행복하고 특별한 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