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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한번인.생
조대연 지음, 소복이 그림 / 녹색문고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4백 곱하기 12조 ...... 4,800조분의 1의 기적.
평생 하게 될 5억 번의 호흡 중 첫 숨을 내쉬는 것은 울음. 평생 1500번 중에서 첫 울음이기도 하다.
엉엉 울면서 생을 시작하는동물은 사람뿐. 사람은 위로 받고 싶은 거란다. (P.13)
어린 시절이 끝난 날 사람은 비로소 이름을 얻는다. 사람들이 서로 이름을 부르는 건 명령하기 위함이란다. (P.20)
나는 엄마 아빠 밑에서 언니 다음으로 태어났어요. 아들인 줄 알았던 그 첫 울음을 잊을 수 없다는 아빠. 그리고 엄마는 부르기 쉽게 언니 이름의 끝자를 따서 이름을 지어 주셨지요. 언니와 늘 비교 당하는 나.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부모님과 친척들은 모이면 물어보곤 했죠. " 넌 커서 뭐가 될꺼니? "
구구단을 못 외워 학교에서 나머지 공부를 했었어요. 정말 그때 어린 나에겐 큰 충격으로 남았고, 수치스러웠었죠..
그렇게 평범 씨의 인생은 시작돼요. (P.25)
나도 그렇게 평범한 내 인생을 시작했어요. 요즘은 이름을 개명하고 싶어요. 어느 스님께서 인생이 잘 풀리고 대성하려면 이름부터 바꾸라네요. 30년동안 사용한 이름을 갑작스레 바꾸려니 서운하기도 한데, 친정에선 허락하신다. 물론 이 개명을 제안한 사람은 시댁의 시어머니세요. 그래야 아들의 인생이 더 잘 풀린다나? 부자가 되는 것이 그말이 그말인 거 아닌가?? 아직도 고민중이거든요. 굳이 그래야 하는가......하고 말이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이름을 남기는 일. 곧 유명해지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품은 꿈이예요. 평범 씨는 평생 3천 개의 이름을 알고 지내요. 그 중에서 태반은 유명인의 이름이에요.(P.28)
"이제 다시는 할머니를 못 본대."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평범씨는 낯선 두려움을 느꼈어요. 난생처음 느낀 두려움이에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람은 저마다 많은 일을 겪는데, 딱 두가지 사건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일어나요. 어느 날 태어나고, 언젠가 죽는 일이요. 사람은 죽음을 이해하는 유일한 동물이에요. (P.42)
엄마가 평생 만든 4백 개 수정란 중의 하나와 아빠가 평생 만든 12조 개 정자 중의 하나가 우연히 만나, 평범씨가 태어난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런데? 임종을 보지는 못했지만 호랑이 아빠가 전화를 받자마자 마구 울어버리셨다. 인형놀이를 하던 언니와 나는 아빠 옆에 서 있었는데, "아이고, 아버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우는 아빠를 따라 엉엉 울었어요. 그리고 아빠는 부랴부랴 시골로 내려 가셨는데 언니와 나는 어려서 그런가요. 슬픔이란 참 짧더라고요.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진 잘 몰라도 다시는 할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건 알았어요. 정말 딱 그만큼만 울었어요. 하지만 허탈감은 이루어 말 할 수 없었죠. 인형놀이는 계속 되었지만요. 참...아이러니 하지요...
가로 100미터, 세로 100미터쯤이면 평범 씨가 평생 먹을 벼를 길러요.
"겨우 학교 운동장 크기라고?"
생각보다 작은가요? 그 벼를 거두어 탈곡하면 쌀 75가마니를 얻어요.
"저걸 다 먹고 나면......"
트럭 한 대에 모두 실을 수있는 양이니까. 어쩌면 인생이 참 짧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P.80~81)
수도꼭지를 일주일 내내 틀어 놓아요.
그러면 평범 씨가 평생 마시는 물을 받을 수 있어요.
서울시 수도 요금으론 88,000원어치예요. (P.83)
평생 먹을 것을 이렇게 수치로 계산해 놓은 작가. 평범씨가 먹는 것이 나와 같을 순 없지만 평범 씨가 우리 나라 국민의 평범, 기준이라면 정말 저도 딱 이만큼이겠지요? 정말 평범하기 짝이 없어요. 천명 중 한명이 부자가 된다는데, 전 천명중의 한명은 아니겠지요?
평범 씨는 그렇게 한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평범하게 아이 놓고 그리고 남들이 맞이하는 그런 종말. 바로 죽음을 맞이해요. 한사람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 까지의 이야기를 평범하게 그려넣은 책 <딱한번인.생>입니다. 독특한 소재로 독특한 그림이 모든 페이지에 들어가 있어요. 읽으면서 내 인생은 왜 이런가......그래 난 부자일 수 없어. 난 특별하지 않아. 난 이 책의 평범씨와 같아...라는 마음이 들었다가도 다 읽은 뒤에 이 후련함은 무엇인지.. 잠시나마 생각에 잠겼던 져였습니다.
천명 중의 한명이 특별한 운명을 타고나는 확률이라면 그 작은 확률을 위해 날고 뛰고 내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정말 말 그래도 딱 한번인 이 인생. 이해하고 기꺼이 받아들이자. 하는 생각이 들어요.
죽음은 흩어짐이에요.(P.159)
평생을 땀흘려 돈을 모으고 앞으로 나아간 평범 씨... 결국엔 집한채 이룩해 냈네요. 저 또한 그렇게 안 될리 없어요. 이렇게 평범하게 살 거 왜 태어났을까요? 그러나 저마다 부자고 특별하다면 평범은 누가 하나요? 아마도 부자가 평범이 되고 부자 속에서도 부부자가 나타나겠죠?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 같아요. 전 평범한 사람이지만 이 세상에 엄청난 확률을 깨고 태어난 '나' 이니까요. 엄마의 무수한 수정란과 아빠의 무수한 정자 중 하나. 그것이 바로 '나'이니까요. 태어났다면 전 이 평범할지라도 딱 한번뿐인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