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시위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화염병. 경찰들의 철갑장비들. 머리의 붉은 띠. 그리고 여기저기 앰블런스 소리... 빨간 확성기의 싸이렌.

그런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얼굴의 근육을 저절로 움직이게 하지 않았나. 안타까움, 속상함. 한심함, 답답함 이런 좋지않은 감정들을 불러 일으키는 시위는 다들 반기지 않는다. 언젠가는 합의로 끝이 나겠지 하고 기다리지만 그 과정이 길게 되면 시위하는 사람들도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지친다.

 

촛불시위. 2008년 우리 광화문광장을 물들인 일렁이는 따뜻한 꽃들. 전 세계인이 주목했던 그 시위를 주제로 한 <캔들 플라워> 김선우 작가의 작품이다. 김선우 작가는 시인이였기에 그의 글은 시처럼 아름답고 졸졸 흐른다. 촛불로 소리없는 아우성을 보인 그때 그 시절은 시위의 목적을 떠나서 전 국민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100일간의 장정이였다. 피흘림도 없었고, 확성기를 빌린 소리침도 없는 따뜻한 꽃들로 온 세상을 물들였던 그 시절. 여고생들을 시작으로 촛불꽃물결은 번져나가고, 서울광장에서만이 아니라 내가사는 이 지방에서도 집회를 열었다. 5살 꼬마들이 손에 손을 잡고 촛불을 들고 나오고, 배부른 임산부가 남편과 손을 잡고 촛불을 손에 들었다. 암 투병중이던 엄마와 난,엄마의 휠체어를 밀면서 촛불시위대에 몸을 실었다. 남녀노소 망라하고 비폭력시위를 하게끔 했던 그 꽃물결이 다시금 되살아 나는 기분을 갖게 하는 <캔들 플라워>

 

국민의 안위를 무시했던 정부의 회전의자는 등돌림의 모습으로 마주했고, 바락바락 소리치는 것보다도 더 뜨겁게 시위했던 2008년 그때를 주인공 지오의 객관적 시각으로 엮어 나간다. 캐나다 오지마을 레인보우에서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소녀로 학교는 다니지 않았으나 다국적 언어에 능통한 15살 소녀다. 15살이 되면 여행을 허락하겠다던 엄마의 말처럼 그녀는 15살이 되자 첫 여행을 한국으로 결정한다. 생물학적 아버지와 그의 쌍둥이 반쪽이 있는 한국.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희영을 통해 한국의 여러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인연을 이어가고 우정을 쌓아간다.

 

평범한 직장인 희영. 코코돌코나기펭 출판사를 차리겠다는 꿈을 가진 친구다. 버려진 개, 사과를 돌보는데 월급을 모조리 쓸 만큼 인연닿은 것들에게 충실하다.

강남에 살며, 할머니가 물려주신 2층건물에서 커피와 샌드위치 가게를 하면서 살아가는 지우. 아픈 가족사를 갖고 있는 지우는 연우와 베스트 프렌드 관계이다.

영화감독이 꿈인 성격강한 연우.

아버지가 편집부 기자인 민기. 민기는 지오가 찾던 쌍둥이 반쪽이다.

지오는 이런 여러 친구들과 함께 매일밤 켜지는 촛불시위를 바라보며 맑고 아름다운 청춘을 이야기하고, 혼탁한 현실의 끝자락을 찌른다. 김선우 시인의 글을 한줄 한줄 심도있게 읽어가다 보면 김선우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캔들 플라워>가 단지 성장과정을 그려낸 청춘소설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버려진 개라던지 숙자씨 사건, 아픈 가족사를 가진 친구의 등장. 등등으로 우리 사회를 반추해 보인다.

 

'정치'적인 비판을 서슴치 않은 글이 한숨을 쉬게 하고, 왜곡된 언론이 속을 부글거리게 했지만 작가가 하고자 하는 그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들은 내가 대견하기 보단 무거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불과 2년전 촛불시위는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 될 것이고, 많은 작가들의 소재가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 손에 어떻게 이야기 될지 모르는 촛불정국은 그때 그 이후로 끝이 난건 아니다. 아직도 현실적인 문제는 곪아서 익어가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이 고름을 어떤식으로 짜 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 덧나지 않게, 곪은 자리가 표나지 않게 매끈한 자리로 만들수 있을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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