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7분 드라마 - 스무 살 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김연아 지음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은반의 요정' 김연아의 이야기. 사실 누군가의 성공된 삶을 말하는 에세이는 꽤나 읽은 편이라서 흥미롭지 않았으나, 중요한건 김연아다. 우리 나라의 자랑, 그리고 그녀의 미소를 정말 좋아하는 나이기에, 김연아의 이야기는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숨막히는 2분 50초, 돌이킬  수 없는 4분 10초에 나를 그리다.

 

쇼트 프로그램 2분 50초, 뒤에 이어지는 롱 프로그램 4분 10초를 이야기하는 말이다.  김연아의 이름이 유명해 졌을 때에도 나는 피겨를 보지 않았다. 그러나 <죽음의 무도> 경기모습을 중계하게 되면서 지켜본 김연아. 그녀의 연기모습에 스케이팅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어쩜 저리 아름다울까?'하면서 감탄했다. 롤러 스케이트도 잘 못타는 내가 아이스링크에서 빙그르르 돌아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있었다. 음악도 넘 좋고, 그 음악에 맞춰 춤추는 연아의 실루엣도 정말 아름다웠다. 예전에 사람들이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하고 아름답다고 찬사를 표하는 것이 사실, 이상했다. 무엇이 아름답다는 건지. 그냥 그랬다. 그런데, 국가라는 결속력아래 김연아를 바라보는 마음이 사랑가득 했을까?

그녀의 연기는 참으로 아름답고 가슴 뭉클했다. <죽음의 무도>를 몇번이나 인터넷으로 다시보기를 클릭했을 정도니 말이다.

 

검은색 코스튬과 강렬한 눈빛 연기, 음산한 듯하면서도 몽환적인 바이올린 선율.

<죽음의 무도>는 사람들을 한밤중 묘지로 안내하는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프로그램이다.    P173

 

아이들에게 멘토가 될 수 있는 이시대 사람들 이야기를 읽어보면 그들의 뒤엔 항상 부모님이 계신다. 워린 버핏의 뒤엔 아버지가 계셨다. 김연아 뒤엔 그녀의 꿈을 적극 밀어주었던 어머니가 있다. 스케이트 타기를 좋아한 아버지와 어머니 덕분에 아이스링크에 설 수 있었던 김연아의 어린시절 이야기.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향해 그렇게 첫 발을 내딛었다. 자신도 그때 신었던 낡은 빨강스케이트화가 지금의 은반요정 김연아의 자리로 실어다 줄지 몰랐다. 그 낡은 스케이트화. 보물 1호가 되어 그녀가 다녔던 학교에서 전시되고 있다. 낡았지만 부끄러워 하지 않고 신고 연습했던 연아는 대여한 스케이트화보다도 자신만의 스케이트화가 그렇게도 자랑스러웠다고 한다.

 

2008년 12월 고양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그녀는 쓴 고배를 마셨다. 한국에서의 국제경기. 링크에 들어선 연아에게 쏟아지는 비명소리들. 박수소리가 아닌 '꺄악!' 하는 그 비명소리가 그녀를 흔들어놓았다고 한다. 그녀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혼란스러워 혼이 났던 경기.

 

점프하려고 스트로킹을 하며 코너를 도는데 어디선가 '김연아, 장하다!'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신경이 곤두섰고, 나는 점프를 포기해야 했다. 들리는 소리들을 무시하려 했지만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지면서 작은 소리에까지 예민해졌다.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뛸 때도 두 번의 점프가 다 끝나야 박수 소리가 나는 게 보통인데, 첫 점프 도약을 할 때부터 소리를 질러 두 번째 점프를 연결하는 데 방해가 됐다.        P.178

 

연아는 이 경기로 2위. 은메달을 땄다. 아사다 마오에게 졌다.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축하해'란 말은 없고 '힘내'라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그녀의 부탁이 메아리치듯 들리는 것 같다.

 

제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대한민국의 성숙한 응원 문화를 보여주기를......     P.178

 

뒤이어 2010년  동계 올림픽이 열릴 경기장에서의 첫 4대륙 선수권대회. 아사다 마오가 실수한 뒤이어 연아의 연기.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그 연기에 숨죽이고 보았던 기억이 난다. 믿을 수 없는 점수를 내면서 그녀는 롱 프로그램까지 퍼펙트하게 마치고 1위를 차지했다. 숨도 차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급격하게 좋아지는 자신의 체력에 놀라웠다고 말하는 연아. 그때 중계방송의 분위기가 기억이 난다. 실수한 선수에게 격려의 박수를, 완벽한 연기를 한 선수에게는 감동적인 기립 박수를 보낸 청중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배워야 할 것 같다. 왠지 그 생각을 떠올리니 부끄러워 진다. 우리나라에서의 연아 연기에 실망한 나머지 '너무 기대하면 뭐든 안돼. 어이구..'라면서 연아를 탓했던 내가 아니던가. 성숙한 응원문화만 있었더라도 연아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 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제임스 본드 - 007 주제곡>을 만나 그녀는 세계신기록을 갱신했다. 그녀가 그당시 느꼈던 심리적인 부담감, 기록을 갱신하면서 만끽한 기쁨등을 글로 읽으면서 함께 기뻐했다. 곧 있으면 그녀를 올림픽에서 만나게 되겠지만 그녀의 지금 심정이 책으로 전해져 오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더이상 오를 곳이 없는 산. 그녀는 산 정상에서 어디까지 더 도약할 것인지, 그녀의 능력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괜찮다. 메달을 따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까지 충분히 나라를 빛냈고, 김연아라는 그 한사람으로 인해 온 국민이 뜨거웠으니까.

 

연아의 성공된 삶을 한권의 책으로 읽으니 그녀의 영광스런 오늘은 우연이 절대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김연아는 운이 좀 따르는 것 같아. 피겨 스케이팅 점수 채점 방식이 좀 달라지면서부터 빛을 발하잖아.' 하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피나는 노력을 한 김연아에게 세계최고는 당연한 듯 했다. 온가족이 그리고 그녀의 재능을 일찍 발견해 준 위대한 어머니가 있었기에 지금의 김연아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연아의 뜨겁고도 아름다운 질주가 한동안은 계속 되었음 한다. 바라고 또 바라는데...... 대신 그녀가 너무 부담스러워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자랑스러운 김연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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