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홈즈걸 1 -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명탐정 홈즈걸 1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나는 책 삼매경이다. 역시 책을 구매하는 곳도 인터넷. 아이를 키우다보니 나갈 수 없는 사정이 있고 또, 인터넷에 올라온 서평을 읽은 뒤 책을 고르기 때문이다. 한 10년전쯤 되었나? 대학시절엔 서점에서 친구들과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서점에서 잡지코너를 섭렵하고나서 옮긴 자리는 시집전. 그리고 소설코너. 이렇게 옮겨다니면서 즐기다가 나중엔 어학전으로 가서 영어책 한권 사들고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젠 서점에서 그렇게 즐긴 추억도 없다. 어찌된게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을 읽고 난 지금, 아쉽고 그립고 그렇다.

 

역 근처 위치한 100평 규모의 중형서점 '세후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다섯가지 단편을 담아놓은 서점에서만 생길법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과 서점의 단골손님들. 서점안에서만 이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그 손님들과의 관계가 발전된 이야기. 훈훈한 이야기. 오싹한 이야기. 아쉬운 이야기들이다.

 

다섯편의 이야기중 가장 흥미로운 단편은 첫번째 실린 '판다는 속삭인다'이다. 말 그대로 깜짝 놀란 이야기.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이여야만 해결 하는 이야기.

한 중년남자는 서점의 교코에게 자신이 부탁받은 일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시미즈씨라는 노인의 부탁이였다. 부인이 죽고 조카라고 하는 사람이 돌봐주고는 있으나 이 중년남자는 친분이 있어서 가끔 시미즈씨를 찾아뵙게 된다. 날로 쇠약해지는 시미즈씨에게 책을 사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는데, 쪽지에 적힌 내용으로는 도저히 무슨 책인지를 몰라서 교쿄에게 부탁하게 된다. 교코는 아르바이트생 다에와 함께 쪽지를 보면서 암호를 풀 듯 풀어나간다. 세권. '아노쥬사니-치 이이욘산완 아아사부로니' 그리고 출판사는 '판다'. 치매걸린 노인의 책부탁. 교코는 일단 책 한권을 추천하게 된다. 다에는 쪽지를 보면서 실마리를 찾게 되고, 다시 방문한 중년남자는 노인의 또다른 한권의 책을 부탁받고 온다. '야니니마루'. 다에는 한권의 책을 추천하게 되고 중년남자는 그 책을 노인에게 가져다 준다. <<탈출>>을 건내준 다에. 노인이 이제껏 보낸 쪽지의 책은 출판사 출판권수의 숫자들. 노인은 서점직원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였다. 다에의 명석한 풀이로 노인을 구출한다는 이야기.

 

첫번째 단편을 읽는 동안 잠시도 쉬지 않았다. 놀라운 작가의 필력!  뒤이어 나오는 단편들 중 '배달 빨간 모자'는 끝까지 읽어야만 알 수 있는 이야기의 범인이 궁금해서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서점에서의 일상을 담아놓아 그림 그리듯이 펼쳐지는 서점의 하루가 보인다. 읽는 동안 서점의 모습이 우리동네처럼 그려지는 묘사력에 실제같이 느껴졌다. 서점의 모습을 이렇듯 생생하게 담을 수 있는 이유는 저자 오사키 고즈에 님이 서점에서 13년간 근무한 베테랑이기 때문이였다. 실제와도 같은 이야기 그리고 책에 대한 박학다식함. 짧은 단편이지만 완벽한 결말들이 읽는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10년전쯤인가? 스산한 날씨 덕분에 저절로 서점에 빨려 들어가듯 들어가서 집어든 책 한권. 진열이 좋아서 쉽게 손에 잡히긴 했지만 진열대 옆에 서서 책의 열을 맞추던 서점직원의 권유로 책구매를 결정했었다. " 손님, 표지는 그렇게 멋 없어도요, 내용은 정말 포근해요. 버스안에서 읽어보세요. 저같은, 그리고 손님같은 사람의 이야기라서 부담없더라고요."라고...... 그 점원 말이 없었다면 구매 안 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정말 책을 사들고 버스에 올라탔는데 덜컹거리는 버스안에서 큼지막한 책의 활자는 책장을 술술 넘기게 했다. 어느정도 집중해서 읽었을까? 오른쪽 팔이 따뜻해져 오길래 고개를 들어보았더니, 옆자리에 앉아있던 여고생이 내 책에 집중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것도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말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웃고있다? 둘이 어색하게 눈이 마주쳤는데 전혀 민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슬그머니 책을 오른쪽으로 치우쳐서 잡아 들었다.

 

그렇게 한시간의 버스길을 따뜻하게 보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이런 이쁜 추억도 없다. 몇일전 2년만에 시내에 나가보니 그때 책을 샀던 작은 서점이 문을 닫은걸 보았다. 그 자리에 유명한 빵집이 생긴단다. 아마도 큰 서점에 밀리고, 인터넷서점에 밀려 설 자리가 없었나보다.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을 보고 나니, 남동생이 즐겨보던 만화책을 출간되는 즉시 들여놓고 전화돌려주던 울 동네 작은 서점이 생각이 난다. 그땐  서점 아저씨가 무뚝뚝하고 장삿속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참, 훈훈한 기억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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