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오즈의 닥터>는 계간 문예지 '자음과 모음'에서 창간 이래 제 1회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내가 혹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그 기억은 진실인가 허상인가...... 읽으면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환각인지 엎치락 뒤치락하는 이야기로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다. 

 등장인물은 닥터 팽, 김종수, 정수연으로 일축할 수 있다. 김종수는 고등학교 세계사 교사다. 그는 정수연의 시험 컨닝을 목격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파렴치한 성추행자로 몰리면서 사건은 점점 커지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손해배상금 및 위자료, 정신과 상담 96시간과 사회봉사활동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학교는 당연히 그만두게 되었고, 여관생활을 하게 되면서 정신과 상담을 닥터팽에게 받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약물중독자였다. 자연스레 그도 아버지의 약물에 손을 대면서 약물중독자의 대물림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김종수 주인공은 환각을 경험하게 되는데 닥터 팽에게 말하는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고 김종수가 말하는 그 외의 모든것이 진실이라는 믿기 어려운 내용을 숨가쁘게 전개해 나간다. 허구의 인물 역시 닥터팽이다. 닥터팽과 김종수의 상담이야기는 결국 김종수의 허상이고, 김종수가 말하는 허상의 일부는 정수연학생에 의해 진실로 비춰지게 된다. 

김종수의 약물중독에 의한 환각, 그의 과거 진실에 대한 거부, 죄를 저지렀으나 그 부분을 완전히 기억 저편으로 보내 버리는 무감각함. 김종수가 말하는 것들이 정말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어디부터가 환각인지 그 진실을 알고자 쉼없이 책장을 넘기게 되는 <오즈의 닥터>는 최근들어 만난  그 어떤 소설보다도 강한 흡인력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약물에 젖어드는 인간의 감성을 제대로 표현해 주어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약물을 입안에 넣고 아작하고 어금니로 깨물어 무너뜨린 것 마냥 느끼게 해준다. 독자는 저자의 섬세한 표현력에 김종수가 되기도하고 정수연이 되기도 한다. 저자가 혹여 약물중독의 경험이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어 놀랐다. 눈으로 장면을 보는 듯한 글의 전개가 이책의 또다른 묘미가 될 것 같다.

끝까지 이야기의 작은 반전을 거듭하는 <오즈의 닥터>는 나로 하여금 나의 옛 기억을 다시 검토하게끔 한다. 내가 기억하는 그 것들이 정말 사실인가? 내가 그렇게 상상했던 것들이 그냥 현실처럼 내 기억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김종수는 연탕광에 사람을 가둬두고선 그것이 작은 새끼 고양이였다고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안전하지 못한 기억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살짝 두려워지기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