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장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시절 매우 내성적이고 작은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옷은 늘 하늘색 니트에 골덴 갈색바지였다.  아이들은 머리에서 이가 득실 거린다면서 머리카락을 하나씩 뽑았고, 어떤 아이는 귀에 귀지 많다면서 면봉을 가져와 구를 마구 쑤셨다. 책상 사이를 지나가면 다리 걸어 넘겨뜨리고, 대놓고 놀리기도 했다. 이게 바로 집단 따돌림, 이지매? 아닐까?? 벌써 20년 전 이야기인데 그때도 이런 따돌림이 있었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나는 미안한 마음도 들지 않았고 오히려 그 아이가 가까이 오면 슬슬 피하게 되었다.  그때 아이들의 행동과 무심했던 나의 행동이 그 아이에겐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을까? 나이 13살, 못된 장난의 주인공 나이와 비슷하다. 사춘기 형성시기인 걸 감안한다면 정말 그 아이는 지금 어찌 되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최근 동창회를 열었다. 그 아이 소식을 궁금해 하는 친구가 정말 많았는데, 알고보니 동창회 참석한 대부분 아이들이 그 아이에게 한가지씩은 괴롭힘을 했다고 한다. 다들 미안해 하는 마음들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였지만 지금 그 친구 소식을 아는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브리기테 블로벨 자가는 독일태생이다. 지금 청소년을 위한 문학 작품을 쓰는데 집중하고 있다 한다. 그래서 독일 언론에서 '독일 청소년 문학의 제 1인자'라는 찬사를 받는다고 한다.  <못된 장난>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은밀하고 과감하게 일어나는 '사이버 스토킹'을 소재로 한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열 네살 소녀 스베트라나 올가 아이트마토바는 이른바 독일의 명문 학교 '에를렌호프 김나지움'으로 전학을 가게 되고, 같은 반 아이들에게 사이버 스토킹을 당하면서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가는 과정을 소름 끼치도록 사실적으로 그려 냈다.

 

스베트라나는 공부를 잘 하는 우등생이다. 그녀는 새로운 학교 생활에 들떠 있었지만, 반 친구들은 점차 그녀를 따돌리게 된다. 스베트라나 친아빠는 시베리아에서 일하고, 엄마는 우크라이나에서 교사였다. 그런 엄마가 계속 추락했다. 교사에서 슈퍼마켓 가공육 판매원으로, 그리고 지금은 그녀가 다니는 학교 '에를린호프 김나지움'청소부로 일한다. 이런 것들이 학교 친구들에겐 놀림거리가 된다. 한다하는 집안의 아이들이 모두 모여있는 그곳. 그녀가 어울릴 리가 없다.

 

어느날 틸리라는 친구가 그녀에게 학교 측에서 만든 인터넷 카페에 대해 알려준다. 실제로 그곳을 방문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고는 암호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비공개 카페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학교 학생들만을 위한 카페이기 때문에 암호를 걸어 둔 거라나. 나는 얼른 웹 주소와 암호를 받아 적었다.(P.164)

 

 탈리가 그걸 알려 준 것에 대해 내심 기뻐하는데, 그녀는 탈리가 알려준 카페에 접속 하자마자 사이버스토킹에 갈기갈기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비공개카페에 들어가 접속하면서 부터 학교 친구들이 자신을 핸드폰 사진으로 매장하는 것을 직접 보면서 느끼게 된다. 스스로 보지 말아야 함을 알고는 있지만 자신의 이야기이기에 점차 빠져들고, 컴퓨터만 보면 그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게 된다. 합성 사진에다가 몰래 숨어 있다가 찍은 사진들이 올라오고, 테러와도 같은 문자들이 스베트라나 핸드폰으로 날라온다. 그나마 라비라는 남자아이가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의 편에 서주어 작은 기쁨을 느끼게 되지만, 그녀는 반 친구들에게 더 내몰리지 않으려고 도둑질도 서슴치 않는다. 도둑질한 옷을 입고 학교에 갔지만 역시 아이들 반응은 냉담했다. 도둑질 한 물건을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없어 그녀만의 은신처 헛간에 감춰두고 학교 가는 길에 갈아입고 하교 길에 다시 옷을 갈아입는 걸 반복했다. 사이버 스토킹은 그녀의 마지막 은신처 헛간까지 들통나면서 큰 좌절을 하게 된다.

 

 누군가 나를 일거수 일투족 감시하고, 멸시하고, 처참하게 망가뜨린다면 철도에 뛰어 드는 상황은 쉽게 연출 될 것 같다. 정신이 황폐해지고, 소위 말하는 정신병은 따논 당상이 아닌가. 참..잔인하다. 읽으면서 내심 기대도 했다. 뭔가 이 스베트라나를 구해줄 것이다. 이 책의 반전이 있을 지도 모른다. 분명 해피엔딩을 보여줄 것이다. 란 식의 -꽃보다 남자-를 상상했다. 너무 잔인해서 책을 덮어버리고 싶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거의 매일 토악질을 했다. 거울을 보면 속이 메슥거렸다. 내 몰골이 말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부석거려 푹 꺼졌고, 입술은 계속 물어뜯어서 바셀린을 발라도 갈라지고 피가 났다. 시거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면 입술에 불이 붙은 듯 따가워서 눈물이 났다. 이런 몰골을 두고 사람들은 허깨비라고 부르겠지.

 

 엄마는 이런 일을 전혀 알지도 못했다. 물론 내가 점점 말라 간다는 사실은 알아챘다. 3월까지만 해도 잘 맞던 바지가 헐렁해져 버렸으니까. 엄마는 처음에 내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거식증인 줄 알고 걱정을 많이 했다. 나는 엄마를 안심시키려고 애썼다.(P. 256)

 

 많은 아이들이 왕따를 경험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부모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일이 많다고 한다. 아이가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청소년기인 아이들은 부모눈에 그냥 불안한 청소년기를 보낸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스베트라나는 부모에게 감사하면서 사는 아이다. 그런 부모에게 걱정드리기 싫어서 늘 좋다고 거짓말을 하고 좋은 표정으로 부모를 안심시킨다. 부모에게 표현하는 것이 아이 상황을 나아지게 하는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아이들이 잔인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점차 아이들은 인격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낸다. 외모 지상주의를 제대로 보여준다. 으리으리한 환경이 중요하고, 공부보단 유명 브랜드 옷을 하나 더 입는게 중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 인간들이 세상 쩌들어 가는 모습에 답답함이 밀려온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직 십년정도가 남은 내아이의 미래가 벌써부터 걱정된다.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아낌없이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론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시켜야 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스베트라나 조차도 주위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지 않는가.

 

  <못된 장난>은 나를 숙연해지게 만드는 책이다. 그 옛날 그 누구에게든 무심코 던진 한마디, 무심한 나의 행동에 상처받았을 누군가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후회한들 늦었다. 이미 중요한 시기에 그 사람은 나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을 것 같다. 후회하는 일이 생기기 전에 우리의 청소년들 아니 그 전의 아동기부터라도 제대로된 인성교육을 하고, 우리내 답답한 외모지상주의 성적지상주의 를 타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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