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상처가 나에게 말한다 - 나하고 얘기 좀 할래?
울리케 담 지음, 문은숙 옮김 / 펼침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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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세 기억도 난다. 주위 어른들이 유독 기억력이 좋다고 말씀해 주신다. 하지만 전부다 기억나는 건 없다. 필름이 띄엄띄엄 상영되듯... 그렇게 기억이 난다. 3살때 전셋방에서 언니와 내가 방문을 열고 바로 디딤돌 위에 있던 구두를 신던 장면이 떠오른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데 나는 정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또한 남동생이 태어났을 때의 행복한 기억도 있다.  3살. 정확하게 말하면 38개월경 남동생이 태어나 엄마가 포대기에 돌돌말아서 집 앞 골목을 돌아 들어오는 모습도 생생하다. 내가 뛰어서 마중나갔었던 기억이 있다. 다른 가족들은 세살 기억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도 놀랐던 나의 기억은 분명 세살 기억이다.

그 기억들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기뻤던 날. 이사, 남동생이 생긴 것. 남동생이 생겨서 서운했던 그리고 엄마를 빼았겼다는 기분 나쁜 기억들이다. 뭔가 큰 이슈가 되었던 기억들.. 어린 나에겐 상처가 된, 그리고 기쁨이 된 기억들이다. 

왜 나는 그 기억들이 생생할까? 난 남다른가? 그런 나의 물음에 저자는 기억의 진실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답해준다. 남동생이 신생아실에서 퇴원해서 집으로 온날..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나의 기억은 모두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기억 중에서 자신의 모습에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것들만 추려내어 기억한다.(P.31)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어린시절 기억은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우리 안에는 어린아이가 계속 살고 있다.

우리는 어른이 된 후에도 종종 옛날 어릴 때의 감정을 지니고 생활하는데, 이 감정은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범위 안에서 우리 삶을 결정한다. 내면에 남아 있는 이 어린아이의 감정이 우리의 인간관계를 망치거나 사회생활 속에서의 성공을 가로막을 정도로 성인이 된 우리를 지배할 수도 있다.(P. 65~66)

다양한 모습을 한 우리 몸안에 존재하는 내면의 아이! 우리의 인식된 자아가 내면의 아이를 잘 보살피고 그의 욕구를 잘 인식해 충족시켜준다면 우리 삶에 이 내면의 아이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만약 우리의 인식된 자아가 내면의 아이를 외면한다면? 자신에게 무언가 잘못되었으며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중요치 않은 존재로 없어져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다양한 모습을 한 내면의 아이는 우리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내안의 나와 대화를 하라고 말한다. 내 몸안의 또다른 나와 대화를 시도해 본 적은 없다. 내면의 나와 대화는 커녕 존재한다는 것조차도 인식못하고 있었다. 나의 어린시절의 기억들 중 유독 나쁜 그리고 아픈 것들만 크게 자리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기억이 모두 사실인 걸까? 그때 그 기억이 내 평생의 취약점이 되고 두려움의 대상이였던 것이라면 그것과 난 대화를 시도해 그로 인해 받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의 상담사례들과 저자 자신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내면대화요법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내면대화요법은 나 스스로에 대한 문제를 내가 통찰해 내고 그것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게 해준다. 내 어린시절이 마냥 즐거운건 아니였는데, 언니와 남동생에게 원망섞인 목소리로 하소연 한 내 어린시절을 나를 위해 이젠 화해의 손을 내밀 수 있을 것 같다.

'내면의 비판자'와의 대결을 과감하게 청산하고 내 아이에게는 좀 더 좋은 부모가 되고 나 스스로에게는 긍정의 힘이라는 뿌리를 내려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긍정의 힘이 나를 더욱 성숙케하고 성숙된 나의 자아는 다른 이에게도 긍정의 홑씨가 되어 날아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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