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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인 더 헤이그
하지환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독도 인 더 헤이그를 읽으면서 나의 독서 기록용 습자지는 몇장을 빼곡히 채웠다... 우리 나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에 푹 빠져서 밤새도록 스텐드 불을 켜고 도둑처럼 책장을 넘겼다. 그 다음이 정말 궁금해져서 잠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일이 있어선 절대 안된다는 생각과, 한편으론 마지막장이 다가 오기전 내가 생각하는 결론이 이 책의 결론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그 끝은 의외였다.
현재 일본과 우리나라는 독도 영유권을 두고 옥신각신 한지 한참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독도는 우리땅인데 무슨 소송? 이냐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정말 일본이 이런 상황을 연출해서 독도를 빼앗아 간다면? 헤이그에서 벌어지는 국제소송이 정말 현실이 된다면? 온나라가 떠들썩 하고 민심이 혼란스러워지고 일본과의 적대심이 커지고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되고, 대외적으로 이미지 손실은 따논 당상이 아닐까?
한/일간 독도 소송을 주제로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근무하는 정재민(필명 : 하지환)판사의 법정소설 [독도 인 더 헤이그]다. 책안에 가득한 역사적 근거들은 책의 완성도를 한 층 높여주었다고 본다. 읽으면서 정말 흥미로웠고, 몰랐던 고대 문헌들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야기의 주요 열쇠 ┎가락국기┑의 행방을 찾는 전개가 흡인력있게 다가온다.
삼국유사에 일부만 수록되어 있는 ┎가락국기┑가 원본이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이야기는 전개된다. 가락국기는 가야의 왕 김수로왕의 가야건국 이야기가 담긴 유서다. 가락국기의 원본을 찾게 된다면 독도가 일본의 땅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 가락국기의 행방을 아는 이형준이 일본에서 살해되고, 이형준은 죽기 전 딸 도하에게 [사월의 노래]라는 노래의 가사를 문자로 전송한다. 딸 도하는 아버지의 메세지인 [사월의 노래] 가사 뒷부분이 자신에게 가락국기의 행방을 알리기 위한 암호임을 알고 풀어나가게 된다. 도하의 연인 은성과, 그녀의 옛 애인 희석(-서준) 세 사람의 노력으로 가락국기의 행방을 찾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알게된 많은 중국 일본 한국의 유서들의 정황으로 이야기는 독자를 책안으로 빨아들인다.
ICJ(국재사법재판소)에서 한국과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을 두고 실제 재판을 연다는 놀라운 주제로 한국인으로써 주먹이 쥐어졌다. 책을 읽는 동안 일본에 대한 반감은 조금 커 졌다. 하지만 소송의 승소를 위해 물 불 안가리는 일본이 더 나쁘다는 건 아니다. 어찌되었건 결과가 중요하기에 그 정도의 능력을 보일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안타깝게 보였다.
가야를 건국한 김수로왕의 탄생설화와 그의 아내 허황옥이 인도에서 온 여인이라는 것. 김수로왕 아래에 아들 10 딸 1의 이야기. 막내아들 선견왕자는 신녀와 함께 거북의 등을 타고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 최초의 왕국 야마이국을 통치한 비미호여왕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가야인들이 일본을 건국한 셈이다. 이 사실을 확인할 방법은 바로 가락국기다. 가락국기가 실제 발견이 된다면 이시대 우리 나라와 일본과의 역사가 새로 씌여질 것이다.
저자의 독특한 발상이 나를 꼭 역사의 진실인 것 처럼 믿게 했다. 가락국기가 역사서가 아니라 철기문명이 발달된 가야인들의 기술력을 접목시킨 철제유골함이였다던지, 주인공 도하가 여왕이였다던지.. 이런 소스들이 책의 흥미를 더욱더 증진시킨다. 소송의 이야기부분에선 저자의 재판에 관련된 지식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법정소설의 매력에 숨이 막혔다. 쉼없이 넘긴 책장. 책을 끝까지 읽은 나는 뭔가 아쉽고 답답하였다. 어찌보면 매우 현실적인 결론, 어찌보면 감히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저자의 조심스러운 마음이 보이기도 한다.
독특한 주제로 독특한 시선으로 독도소송문제를 엮어낸 저자덕분에 독도에 대한 무뇌함이 조금은 퇴색된 듯 하다. 우리나라 독도에 대해 많이 알게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의 땅이라고 주장하지 말고 독도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내는게 우리의 소명이 아닐까?
소송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절대적으로 국제소송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