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산다
오히라 미쓰요 지음, 김인경 옮김 / 북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티비를 틀어보면 도움을 필요로하는 사람들도 자주 나오고 열악한 환경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소위 나보다 나은 삶을 사는 이들을 종종본다. 나는 가진거 많은데 그들은 가진것도 없다. 몸하나 온전하지 못한 그들은 나보다 뒤쳐진 출발선이여도 나보다 앞서 나간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나는 내 삶이 훨씬 행복에 도달하기 쉬운 베이스라고 생각을 가다듬는다. 가진것 없는 이들은 행복이 나보다 훨씬 가까이 있어 보인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가족애도 대단하다. 왜 나는 투정만 부리는 걸까 하고 스스로 부끄럽기도 하다.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의 지은이 오히라 미쓰요의 [오늘을 산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열악함 속에서 행복을 찾는 여자 이야기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그녀의 이야기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그런 그녀는 9년이 지난 지금도 남들이 안쓰러워할 상황에 놓여있는데... 그녀는 힘차게 극복했다. 읽으면서 내내 내 입가엔 미소가...눈가엔 촉촉한 눈물이 맺혔다.

 

재혼한 남편과 그 사이에 태어나는 하루카. 2006년 1월 임신소식을 듣고 기뻐했으나 자궁근종과 함께 아이를 키우게 된 마쓰요. 유산가능성을 극복하고 조산의 걱정을 떠안으면서 행복한 임신기를 보냈고, 태어난 딸이 다운증후군이란 소식을 들은 부부는 최선을 다해 키우기로 다짐합니다. 다운증후군아이가 천천히 자라기에 그에 맞는 이름 하루카로 지어줬다고 합니다. 다운증후군에 대해 알아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 닥치는대로 그에 관련된 책을 읽습니다. 다운증후군 외 심장병 백혈병등등의 다른 합병증까지 안고 태어난 하루카. 살 의지가 대단했던지 하루카는 항암치료도 이겨내고, 힘든 심장수술도 잘 견뎌주었다고 합니다. 튜브관장을 하다 입으로 먹는 연습을 끈기있게 트레이닝하여 결국엔 튜브를 빼냅니다. 다운증후군이지만 아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뭔가를 요구할 수 있게 오감을 자극하는 많은 경험을 하게 해줍니다.

 

열악하지만 부부는 하루카가 잘 견뎌내주는 것, 차츰 놀라운 것을 하나씩 보여줄때마다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가출 7년만에 부모님을 찾아가 그동안의 일을 용서빌때 부모님은 다 지난 일이라며 받아주셨습니다. 그리고 그해 아버지가 대장암 판정을 받고 1998년에 칠순의 나이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 후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남은 앙금을 조금씩 없애갔습니다. 그녀의 베스트셀러였던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를 출간하고 어머니와의 나쁜 감정이 다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를 앓게 되시죠. 그녀는 어머니의 병이 발병하기전 앙금을 정리한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오늘을 산다]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정말 부러웠던건 배려심 많은 차한잔 함께 할 줄 아는그녀의 남편이였다. 그런 남편이 있었기에 미쓰요가 지금껏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게 된것이 아닐까? 든든한 남편이란 그라운드가 없었다면 하루카의 탄생도 쉽게 받아들일 일이 아니였을 것 같다. 그녀는 나처럼 좌절도 하고, 나처럼 악마같은 생각도 한다. 나처럼 의심도 하고, 나처럼 답답해하기도 한다. 나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것의 결론을 잘 선택한다. 그녀는 절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무조건 낙담하지 않는다. 큰 아픔보단 그 아픔속에서 작은 행복들을 긁어모을 줄 안다. 다운증후군의 아이가 늘 걱정만, 슬픔만 안겨주지는 않는다. 미쓰요는 그 안에서 행복을 용케도 끌어낸다. 다운증후군 하루카는 그녀에게 그녀의 남편에게 행복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는 그녀의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도 힘차게 나아가는 미쓰요를 보여주는 책.

 

다운증후군인 미쓰요의 딸. 고령의 나이라서 기형아 낳을 확률이 높다는 건 누구나 다 알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양수검사를 하지 않았다. 그때 다운증후군인 걸 알았어도 미쓰요는 지우지 않았으리라. 양수검사 자체가 아이에겐 엄청난 스트레스다. 그녀는 어차피 다운증후군인 아이라고 판명나도 낳아서 키울 것이기에 양수검사를 하지 않았다. 미쓰요는 그녀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들을 순리대로 받아들였다. 불행은 해쳐나갈 수 있다는 당당함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하루카. 이름처럼 천천히 자라는 아이라서 하루카라고 지었다는 글을 읽으면서 나는 진심으로 웃으면서 눈물흘렸다. 왜 웃으면서 눈물흘렸는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알 것이다. 느림의 미학을 아시나요? 하고 누군가 물었던가?? 오늘 그녀의 책 뒷장을 덮으면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 해 주고싶다.

 

느림의 미학을 아시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