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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배치의 방정식 - 안락한 집과 공간을 만드는 건축의 기본정석 25
이즈카 유타카 지음, 황선종 옮김 / 더숲 / 2015년 6월
평점 :
장마가 약해지고 잔잔한 비가 내리는 주말. 나는 비소리를 들으며, 집 소파에 가장 편한자세로 누운 후, 이 책을 집어들었다.
여태까지 당연했지만 몰랐었던 얘기들이거나, 알지만 모른척 했던 부분들.
현재 건축을 업으로 삼으며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택설계를 해보지 않은 나.
대학 3학년 시절, 주택설계과제의 가상 건축주를 설정(가족구성원들은 몇명이며,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 등) 하고 밤을 새며 모형을 만들며, 도면을 그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때 당시 나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주택의 공간배치보다는 개인적인 건축개념 등에 더 집찹했었던 거 같아 새삼 부끄러워 진다.
이 책이 일본보다 먼저 한국인 저자로부터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고, 무엇보다 나의 대학시절때 나왔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물론 그때 당시도 좋은 주택 이론 서적이 많았다. 하지만 나에겐 너무 어려웠고 진부한 교과서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간결하며 적절한 비유를 한 문장들과 일러스트 삽도들이 독자들에게 좋은 가독성을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보며 의문이 드는 부분들도 있다. 일단 일본과 한국주택이 가지는 기본적 주거공간의 점유(占有)크기이다. 일본인에 비해 한국인들의 거주공간이 더 크다. 물론 요즘 땅콩주택이나 소규모 패시브 하우스 등 하나의 트렌드가 생기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국내 지역 내 택지개발사업에서의 최소 대지구획과 주거행태들만 보더라도 작은집이 설 자리는 그다지 많진 않다.
책의 사례에 나오는 주택들의 규모들(건축면적과 연면적, 층수)은 그리 크지 않지만, 일본인들의 미시적인 거주공간특성이 아닌 한국인들만이 가지는 거주문화를 재해석 및 적용을 해본다면, 충분히 풍부하고 깊은 감성이 스며있는 [살고 싶은 우리집]으로 바뀌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또한 작은 집에 대한 잣대는 상대적이며 극히 개인적이지만, 이 책에 나와있는 유용한 설계기법들(고측창, 계단, 조망을 고려한 창의 크기와 위치 등)을 잘 이해하고 다룬다면 단순한 집장사들 속에서 빛이나는 주택들이 들어서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