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소음 - 두 사람을 위한 시 다산어린이문학
폴 플라이시먼 지음, 에릭 베도스 그림, 정지인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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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플라이시먼의 뉴베리 대상 수상작 《즐거운 소음》은 '두 사람을 위한 시(Poems for Two Voices)'로 두 사람이 함께 낭독하는 독특한 형식의 시이다. 낭독자들이 자신의 파트를 읽어 가는데 함께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 때로는 번갈아 가며 듀엣곡을 부르는 것 같은 어우러짐을 경험할 수 있다.

소금쟁이, 하루살이, 메뚜기, 반딧불이 같은 곤충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정적이고 생생한 시적 표현을 통해 곤충의 특징과 삶을 노래한다.

"시간의 이 작은 조각이 / 단 한 모금의 삶이 /
우리에게 허락된 전부 / 우리는 하루살이"
- <하루살이> 중에서

"빛은 / 우리가 쓰는 잉크 / 밤은 / 우리의 양피지 / 우리는 / 반딧불이라네"
- <반딧불이> 중에서

이 듀엣곡에 곤충 세밀화라는 연주를 더해 생동감과 경쾌함을 더해준다. 책다듬이벌레나 물벌레, 물맴이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세세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된 그림 덕분에 어떤 곤충인지 감을 잡고 시를 즐길 수 있었다.

친구나 부모와 목소리를 맞추어 함께 읽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발한 시의 형태라 아이들도 흥미를 가지고 읽었다. <꿀벌>은 한 사람은 일벌, 다른 한 사람은 여왕벌을 낭독하는데, 한 시에서 각자 다른 삶을 대조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일벌은 삶의 고충을 토로하고, 한가하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여왕벌은 삶을 찬양한다.

뉴베리 대상을 수상작이자, 미국에서는 읽기 교재로 활용되기도 하는 책을 세심하게 번역된 한국어로 읽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곤충에 대해 더 친근하고 편안하게 여길 수 있게 되었다.

​ㅡ다산어린이 책본당2기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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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년째 열다섯 텍스트T 1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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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년 전, 눈밭에서 덫에 걸린 새하얀 여우를 구해준 소녀는 이후에 죽을 위기에서 살아났다. 한 번 입은 은혜는 절대 잊지 않는 여우의 도움 덕이다. 이렇게 육체의 시간이 멈추고 소녀와 엄마, 할머니는 함께 오백 년을 살게 된다.

그 여우는 환웅의 시대, 친구 웅녀의 부탁으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비로운 구슬을 삼키고 인간계와 동물계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게 된 본야호이다. 그렇게 야호족이 시작되는데, 여우가 야호족이 된 것에 욕심을 낸 범의 동생이 구슬의 기운이 남은 야호들을 죽여 구슬을 빼앗아 호랑족이 생기게 되었다.

야호족과 호랑족의 전쟁은 구슬이 생성되는 오백 년 마다 벌어지는데 이 싸움은 끝이 날 수 있을까.

본야호의 도움으로 살아난 소녀의 가족은 종야호라고 불리고, 이들은 하루 일정 시간동안 다른 모습으로 둔갑할 수 있다. 그렇게 할머니, 엄마가 소녀와 같은 모습으로 둔갑해 세 쌍둥이로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다니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녀는 오백 년째 열다섯로, 앞으로도 쭉 열다섯의 삶을 살아야 한다.

"생을 끝내는 건 불행일까. 그렇다면 생을 계속한다는 건 축복일까." (p.198)

책을 읽는 내내 이준익 감독의 인터뷰 중 "나는 진정한 행복이 불멸이 아니라 소멸에, 기억이 아니라 망각에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신화와 전래 동화를 모티브로, 같은 모습으로 불멸의 삶을 사는 존재를 상상해 그려낸 한국형 판타지 소설은 낯설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했다.

이번에 3권이 출간되었는데 나는 1권도 읽지 못한 상태라 1권을 요청해서 받았다. 아이는 신비한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며 2권까지도 단숨에 읽고, 어서 3권을 사달라고 하는 중이다.

1권은 종야호지만 야호족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소녀의 비밀과 그에 따른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데, 2권을 지나 3권까지 어떤 이야기들이 전개될 지 기대가 되는 책이다.

ㅡ#위즈덤하우스 #나는엄마다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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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생이 많네 동시야 놀자 19
허연 지음, 소복이 그림 / 비룡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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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상, 시작작품상, 한국출판학술상을 수상한 허연 시인의 첫 동시집《내가 고생이 많네》를 받고 거실 책장에 표지가 보이게 두었다. 거실에 오갈 때 마다 제목부터 표지 그림도 자기 얘기 같다며 가족 모두의 공감을 받았다. 각자 자기가 제일 고생이 많다고 여기는 우리 집 가족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책장 앞에서 발랄하고 기발한 동시집을 펴 읽으며 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은 어떻게 저런 말을 할까 싶을 정도로 해맑고 창의적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기록해두지 않아 금세 사라져 버린 말들이 많아 아쉽다.

시인은 여덟 살짜리 딸의 말을 놓치지 않고, 담고 다듬어 동시집을 냈다. 그 나이, 그 눈높이에서만 보이는 세상과 표현법이 빛나게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마트에서 정성껏 골라온 귤이 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맛있어지도록 주문을 걸고, 단맛인 귤 덕분에 기분이 좋아 귤에게 말을 걸고 싶은 마음. 아빠도 엄마도 늘어져 있는 토요일, 어디 놀러 갈 수도 없고 알아서 챙겨먹고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어린 나이에 고생이 많다고 느끼는 모습. 놀아 달라고, 뭐 사 달라고 할 때마다 내일 해 준다는 아빠 때문에 내일이 매일 있는 게 문제라고 하는 발상.

어린이의 진지하지만 엉뚱한 생각들이 동시가 되었다. 시마다 그려진 그림도 동시의 상황을 더 재미있게 그려내어 읽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어린이가 읽으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주는 것 같아 와 닿을 것이고, 어른이 읽으면 아이들을 키우면서 선물 받은 꿈 같던 순간들이 기억나는 동시집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분명히 있었던 아이였던 우리의 그 시절도 떠오를 것이다.

ㅡ비룡소 연못지기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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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도서관 1 - 악몽 도서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악몽 도서관 1
가야마 다이가 지음, 송지현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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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독서 체험을 제공하는 웰메이드 호러판타지『악몽 도서관』은 가야마 다이가가 쓰고 그림도 그렸다. 악몽 도서관에는 다른 사람이 꾼 무서운 꿈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악몽 도서관에서 훔쳐보는 오싹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은 우리 마음의 두려움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악몽 도서관에 가려면 방에 표시된 해골 모양을 발견하고 잠이 들면 된다. 밤에 불을 끄고 누우면 어둠 속에 벽에 얼룩이 있는 듯 느껴지는 때도 있는데 작가는 그것을 착안한 것 같다.

보라색 빛이 새어나오는 방문으로 들어가면 도서관 안내인이 나와 도서관에 대한 소개를 해준다. 그리고 권해주는 책을 읽으면 무서운 꿈을 읽을 수 있다.

이런 꿈을 읽을 때, 꿈 부분은 책의 종이가 연한 보라색으로 신비한 느낌을 더해주었다. 페이지마다 그려진 그림이 이야기를 더 실감나게 해주었다.

때때로 무서운 꿈을 꾸곤 하는데 다른 사람도 악몽을 꾼다는 것이 위안도 되고, 그것을 들여다본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런 무서운 이야기가 담긴 책을 처음 읽어서인지 아이는 책 내용이 무섭다고 했다.

유령에게 속아 무서운 티타임을 가지고 위험에 처할 뻔한 첫 번째 밤 〈눈속임 티타임〉, 재봉소 유령에게 당해서 털실이 되어버린 오빠의 이야기 두 번째 밤 〈털실 저택〉, 인기척이 없는 계단을 무서워한 친구의 꿈인 세 번째 밤 〈조용한 메시지〉, 악보를 틀리는 만큼 소중한 사람들의 영혼이 사라지게 되는 네 번째 밤 〈공포의 피아노 레슨〉, 그리고 마지막 밤은 〈책 속의 몬스터〉이야기로 구성된다.

책은 밤에 보면 표지가 야광으로 빛나는데 디테일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초등 고학년부터 읽으면 좋을 것 같다.

ㅡ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악몽도서관 #판타지 #도서관 #책육아 #다산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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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십민준 : 헬로, 텐민준 노란 잠수함 17
이송현 지음, 영민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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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은 이민준, 별명은 십민준인 《내 이름은 십민준》시리즈 3권이 나왔다. 이번 편에서 민준이의 절친 도보람이 미국 영어 연수를 가게 된다. 다 같이 캠핑도 가고 즐겁게 여름방학을 보내고 싶었는데 말이다. 도보람은 미국에 가면 영어로 쓴 메일을 보낼 거니까 민준이에게 영어로 답장을 쓰라고 하며 공항에서 헤어진다.

손자가 영어를 늦게 시작했고 학원도 안 다니고 있어 걱정이 되는 할머니, 스스로 영어 학원을 가겠다는 아들이 대견한 것도 잠시 레벨 테스트에서 C반이 되어 속이 상한 엄마, 민준이가 영어를 잘 하도록 돕는 친구 유다빈이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민준이는 태권도장을 같이 다니는 메이슨이라는 외국인 친구 덕분에 '텐'민준이 된다. 메이슨과 민준이의 대화 내용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민준이는 도보람의 영어 메일에 영어로 답장을 보낼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워킹맘 엄마대신 손주 양육을 맡고 있는 할머니와 엄마의 신경전과 영어 교육에 열기가 가득한 우리 교육 현실이 공감되었다. 부모들의 교육열과 아이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현실적이지만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3학년 아이의 천진한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읽을 수 있어 아이도 어른인 나도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ㅡ위즈덤하우스 나는엄마다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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