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로벨 우화집 - 1981 칼데콧상 수상작 비룡소의 그림동화 306
아놀드 로벨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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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두꺼비」시리즈로 유명한 아놀드 로벨은 《아놀드 로벨 우화집》까지 포함하여 총 3회의 칼데콧 상을 수상한다. 이 그림책 거장이 동물에 빗대어 담아내는 이야기들은 재치가 넘치고, 삶의 지혜와 교훈을 전해준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스무 편의 이야기마다 흥미를 끌기 충분할 만큼 세심히 표현된 그림이 한 장면씩 그려져 있다. 한 면은 그림, 다른 한 면은 글이 쓰여져 있고, 마지막은 아놀드 로벨이 의도한 메시지로 마무리되는 구조이다.

이 우화들을 한꺼번에 다 읽지 않고, 매일 저녁 두세편 정도 읽으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신이 그 동물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벽지의 가지런한 그림 꽃이 마음에 들어 방안에 누워서 벽만 바라보는 악어를 보고, 아이는 실제 꽃밭에서 느낄 수 있는 햇볕과 상쾌한 공기, 꽃내음, 다양한 꽃의 색깔을 즐기지 못하는 악어가 안타깝다고 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정돈되지 못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조화로움이 깃들어져 있어 더욱 멋진 것이 아닐까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화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지만 그 중 '춤추는 낙타'라는 제목의 글이 유독 와닿았다. 발레리나가 되는 것이 꿈인 낙타가 오랜 연습 끝에 발표회를 나간다. 그러나 평론가들은 혹이 있고 몸 전체가 울룩불룩한 낙타는 발레리나가 될 수 없다고 혹평을 한다. 그렇지만 낙타는 그 말에 기죽지 않고, 열심히 연습한 자신을 인정해주고 자신을 위한 춤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아놀드 로벨은 이렇게 쓴다.

"만족감은 스스로 즐거울 때 느끼는 것이랍니다."
(p.24)

다른 사람의 말에 나의 노력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애쓴 시간의 소중함을 자신은 알고 있기에 휘둘리지 않고 춤추기를 즐기면서 이어가는 낙타, 내리쬐는 태양 아래 빨간 토슈즈를 신고 자신의 춤에 심취한 낙타의 모습에 행복이 전해진다.

이밖에 여우, 오리, 사자, 딱정벌레, 개구리, 코끼리, 캥거루 같이 친숙한 동물들이 등장해 인간의 삶을 풍자하고, 재치있게 지혜를 전해준다. 1980년에 쓰여진 이 책의 한편 한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여전히 삶의 교훈을 주기 충분하며, 어린이의 철학적 사고를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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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대신 시애틀, 과외 대신 프라하 - 사교육비 모아 떠난 10년간의 가족 여행기
이지영 지음 / 서사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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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와 전작 '엄마의 소신'으로 익숙한 이지영 작가의 신간은 10년간의 가족 여행기를 담은 책이다. 가족이 해외 여행을 다녀오는 경우는 흔한 일이지만, 이 책의 특이점은 사교육비를 모아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는 점이다.

책에는 아이들이 각각 초1, 6세일 때의 미국 여행을 시작으로 고1, 중2 때의 홍콩 여행까지 가족의 해외 여행 일화와 느낀 점이 담겨있다. 부부와 두 딸은 미국, 태국, 중국, 프랑스, 체코, 홍콩 이렇게 함께 여행하며 성장해갔고, 추억을 쌓았다.

우리 집도 가정에서 아이들이 학습하고 있고, 다른 사교육을 시키지 않기 때문일까 《학원 대신 시애틀, 과외 대신 프라하》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마음이 설렜다. 8주 간의 미국 여행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일주일 이내의 여행이라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에 현실적인 면에서 참고하기도 좋았다.

가족은 여행지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런 에피소드들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기에 이들 가족의 여행이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완벽하게 준비되고, 계획한 대로 온전히 행해지는 여행이 있을 리가 없고, 나는 그런 돌발변수를 아이와 함께, 그것도 타국에서 경험하기 싫어서 아이와 해외 여행하는 것을 꺼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여행간 김에 아이들이 그 나라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알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는 거창하지 않아도, 가족들이 함께 겪는 그 시간들이 더 중요함을 알려준다. ‘여행 중에 아이에게 뭘 가르치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대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건 잔소리일 뿐. 여행은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p.100) 고 말해준다.

가족은 여행지에서 부족한 부분은 그 때의 상황에 맞게 헤쳐가는 지혜와 유연성을 발휘하곤 한다. 좁은 숙소에서 책상을 더 들일 수 없어 다리미대를 이용하고, 치약을 챙겨가지 못해서 소금으로 양치를 하고, 도시락을 준비했는데 수저를 빠뜨려서 쿠킹포일로 수저를 만들어 식사를 하기도 한다. 깜박하고 못 챙긴 것이나 실수에 대해 다른 가족 구성원을 비난하거나 불평하는 대신 상황을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고,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초기 여행 때 아이들은 특별한 장난감이 없어도 새로운 동네를 ‘거대한 장난감’ 삼아 관찰하고 즐기고, 뤽상부르 공원에서 땅을 파서 무언가 심으며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낸다. 그러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부모의 든든한 길동무가 되고, 부모보다 더 멋진 구도로 사진을 찍고, 여행 사진을 날려버려 속상한 엄마에게 여행 동영상을 만들어 주어 감동을 줄 만큼 자란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느끼지 못한 아이들의 성장을 여행을 통해 느끼고, 대화의 주제와 방법과 수준도 여행지에서는 달라짐을 경험했고, 여행지라는 낯선 곳에서 서로의 존재의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시기에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국영수 사교육이나 과외가 아닌 가족 여행을 아이에게 선사해주는 것은 작가의 전작에서 이야기한 소신있는 양육의 한 모습 같았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음을, 모든 부모가 반드시 어떠어떠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닌, 좀 더 유연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키워낼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너무 준비하고 계획하다가 기운빼곤 하는 나에게 아이도, 여행도 별 기대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했고 삶에 대해서도 한걸음 또 내딛도록 용기와 여유를 주었다.


"기대하지 않았을 때 더욱 예쁘고 잔뜩 기대하고 있으면 아쉽다. 너무 기대하지 말자. 기대가 가치를 떨어뜨린다. 여행도, 아이도." (p.315)



ㅡ출판사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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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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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나의 지식 수준에 대해서 미리 이야기하자면, 제우스, 헤라, 아폴론, 포세이돈, 판도라, 나르키소스, 헤라클레스 같은 굵직한 신들의 이야기들은 책에서도 곧잘 인용되고 생활 속에서도 연상이 쉬워서 기본적인 수준을 알고 있다고 여기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막내와 산책을 하다가 아이는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고, 아이가 케르베로스 이야기를 꺼냈다. 순간 아무 말 대잔치의 시작인가 생각했던 무지한 엄마는 무슨 말인가 하고 듣다가 아이가 이어서 하데스 이야기를 하길래 그 말의 출처를 알게 되었다. 나는 죽음의 신 하데스는 알고 있었지만 케르베로스가 하데스의 문지기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아이는 만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빼놓지 않고 읽고 있던 중인데 강아지를 보고 개에게 머리가 세 개나 달리면 실제로는 어떤 모습일까 연상을 해본 것이다.

서양 문학과 예술, 문화의 기초는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발단이 되었다고 알고, 평소 인문학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아이에게 신화를 읽을 기회를 제공했을 뿐인데 아이가 이런 구체적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고, 재미있게 상상해보고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나도 더 이상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을 하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다행이었다. 그래서 책을 펼쳐들고 방대한 신화의 등장인물들의 가족관계도를 그려가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뛰어나지는 않을지라도 일반적인 도덕성과 정절 개념을 가진 사람으로서 제우스의 바람기로 점철된 신들의 이야기는 신화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하고 살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렇지만 서울대 서양 고전 전문가 김헌 교수님은 이 책에서 그런 제우스의 바람기는 이전 지도자들의 독재적 통치 형태를 탈피해 협력자들과 권력을 나누어 가지고 조화롭고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방법이었고, 신화적 상징과 은유적인 의미를 가지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한 협업과 협치의 정치 체제를 읽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때부터 나는 제우스와 약간의 화해를 하며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방대한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게 되었다.

책은 신화의 주인공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설명해주고, 그 스토리를 통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져준다. 그리고 나라면 그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세상에 대한 놀라움과 궁금증, 그것을 풀어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의 철학의 개념을 소개하고, 지혜를 사랑하고 추구하며 놀라운 이야기들에 매료되어 신화를 사랑하는 것 또한 철학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신화 학자들은 신화가 현실을 비추는 상징이고 은유’라고 하고 ‘신화 속의 신들은 당대의 권력자들은 빗댄 것’ (p.157)이라고도 함을 알 수 있었다.

머큐리 (수성/헤르메스), 베누스 (금성/아프로디테), 주피터 (목성/제우스) 같은 천문학의 행성의 이름을 신화에서 따왔고 우라늄 (우라노스-천왕성), 넵투늄 (포세이돈-해왕성), 플루토늄 (플루톤-명왕성) 같은 화학의 원자 이름도 당시 발견된 행성의 이름에 따라 지었음을 알게 된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를 보면서 마치 그림책을 펼쳐 놓고 이야기를 읽듯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밤을 지새웠던’ 그리스 로마인들이 만들어낸 별자리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황도 12궁을 중심으로 풀어주고 있다. 대충만 알고 있던 이야기들을 전체적으로 엮인 스토리를 통해 알아가는 시간이 되어 뜻깊었다.

그리고 오래 전 다녀온 그리스 여행 때 익숙한 지명들이 꽤 나와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신화를 알고 방문했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테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각각 신화에 대한 조각상을 세밀화로 그려놓은 페이지도 인상적이었는데 기회가 되어 유럽의 박물관을 아이들과 가게 되면 우리들의 그리스 로마 신화 지식을 서로 이야기할 기회가 생길 것 같아 기대감도 높아졌다.

자연과 주변의 모든 것에 의미를 두고 상상을 더해낸 그리스 로마인들의 이야기는 국가, 정의, 정치는 물론 개인의 삶의 태도,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랑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신화를 읽은 우리에게 ‘나의 이야기’를 써나가길 권한다. ‘내 남아 있는 생의 첫 순간’을 ‘나만의 이야기로 채워야’ 하는 숙제가 있음을 알려준다. 신과 영웅, 인간들이 남긴 교훈과 지혜를 나는 오늘의 삶에 어떻게 적용해갈지 이제는 나의 이야기로 써내려가기로 한다.

“우리가 겪는 모든 고난과 시련을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프쉬케와 에로스의 이야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랑,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모든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며, 우리의 영혼을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겁니다.” (p.266)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도서협찬 #도서제공 #그리스로마신화 #신화 #인문 #고전 #김헌의그리스로마신화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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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박물지 - 인문학과 미학을 넘나드는 이어령의 시선 63
이어령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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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초판된《우리 문화 박물지》개정판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은지 얼마 안되어 이어령 교수님의 부고를 들었다. 교수님은 정오의 빛처럼 탄생의 그 자리로 돌아가셨지만, 교수님의 정신과 뜻이 담긴 책은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출간되어 시작하는 봄을 함께 해주었다.

우리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주목받고 있는 요즘이라, 한국 고유의 유무형 자산에 대한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그 속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와 정신을 집어내신 이어령 교수님의 글이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기호학자의 섬세한 시선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글들을 읽으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김지수 작가와의 인터뷰《마지막 수업》에서 하신 말씀 중, 뻔한 얘기가 넘치는 세상에 일반론을 보탤 필요가 없다고 하신 교수님의 지론대로, 이 책에 나오는 익숙한 우리 것들의 기록 또한 예리한 관찰자의 시선에 한국 문화의 통찰과 깊은 애정이 더해져 독자에게 새로운 방향으로의 깨우침을 준다. 교수님의 설명을 따라 우리 민족의 생활 용품과 전통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때 마다 나라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더 커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절단의 기능보다 청각으로 작용한 엿장수 가위부터 풀을 베는 파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흙을 돋우는 호미, 맛은 물론 추상적인 시각적 무늬로 한국인의 일생의 이벤트를 함께 해 온 떡, 누이들의 노동복이자 야회복이었던 바구니, 융통성은 물론 다양한 기능을 가진 보자기, 밤의 어둠을 즐기기 위한 어스름한 빛의 초롱 등 우리 전통에 담긴 이야기를 가나다 순서로 펼쳐내고 있다. '일본에 한자를 전수한 나라이면서도' '한자와는 전연 별개의 독자적인 체계로 만들어진' (p.246) 한글의 우수성도 일깨워준다. 이렇게 민족의 정서와 가치관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읽는 것은 낯설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기쁨과는 또 다른 환희로 다가왔다.

#우리문화박물지 는 그동안 우리 문화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방관자로 살아왔던 나에게 우리 것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무디고, 부정확하고, 엉거주춤하기도 하고, 허술해보이는 것일지라도 사실 그 속에는 치수에 얽매여 살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심연과 울림이 있었고, 사물보다는 사람을 중심하여 생각하는 따뜻한 본성, 넉넉함과 융통성, 부드러움과 포용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이 어렵고 가난한 삶에도 실용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잊지 않았고, 흥을 내며 해학을 즐기던 민족임도 상기시켜준다.

세계 정복을 한 몽골군의 대정복 속에서 팔만대장경을 만들어 낸 문화의 힘을 가졌고, 두려움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호랑이를 귀여운 호돌이로 만들고 민화 속에서도 그 맹수를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그려내는 상상력과 재치, 유연성이 있었기에 우리는 국가적인 어려움 겪어도 이겨내온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문화를 통한 민족의 정신과 가치를 발견하고,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전통의 가치를 보존하고 세계에 아름다운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많이 읽혀졌으면 하는 책이다. 우리 문화의 창조성과 가능성을 일찍이 발견하시고 문화 예술을 위해 애써오신 이어령 교수님 덕분에 우리의 문화는 발전해왔고, 이 정신을 잘 이어갈 때 문화로 인한 국격은 더욱 높아질 것 같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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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해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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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호수로의 초대장을 받고 산책길을 걷는다. 숲속 오솔길을 한참 걸어가면 흙냄새와 훈풍이 가득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소박한 오두막이 맞아줄 것 같다.

정여울 작가가 쓰고 이승원 작가의 사진이 담긴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는 개인적으로는 매번 완독에 실패했던 『월든』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 일으킨다. 작가의 다정한 소개 덕분에 『월든』은 물론, 데이비드 소로, 나 자신과의 친밀도도 올라가는 시간이었다. ‘소로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단지 그의 문장이 아니라 그의 세계관 전체에 매혹된다. 나는 소로의 수줍은 미소, 고색창연한 어휘력, 고전에 대한 탁월한 독해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탐욕으로부터 무한히 자유로웠던 그의 놀라운 소박함이 좋다’ (p.47)는 정여울 작가의 안내로 책을 읽는 내내 작가와 함께 소로의 고향인 콩코드 지역으로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로 뉴욕에서는 ‘진정으로 살아 있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만날 수가 없었다’는 소로는, 절망할 이유가 더 많았던 삶을 살면서도 항상 희망과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소로는 월든 호수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붐비는 고독’을 누리며 원하는 만큼 사람들과 거리를 둔 동시에 사람과의 소통을 이어가면서 읽고 쓰기를 지속한다.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보다는 오직 자기 삶의 속도를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긍정하는 삶을 살아낸 소로는 세상의 빠른 보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내게 위로를 준다. 소로는 내 마음의 월든을 가꾸어 가면서 나 자신이 되는 길을 발견하기를 조용히 기다려준다.

인간을 위해 자연을 착취하기 보다는 자급자족하면서 소박한 삶을 몸소 실천한 소로는 자연과 교감하며 자연이 풍요로워지는 길을 선택한다. 숲에서 커피도 차도 없이 그저 호수의 맑은 물과 간단한 식단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키며 간결하게 살아낸 그의 삶은 스스로가 간절히 체험하고 싶어한 ‘삶의 정수’를 느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서울 면적의 1/4이 넘는 산림이 불타고 있다. 잿더미만 남은 생활터전 앞에서 황망해하는 주민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금하며 지켜온 금강소나무 군락지도 소실되기 직전이라고 한다. 소로가 살아있다면 불타는 산을 보며 얼마나 괴로워했을까. 생명과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존엄함를 잊고, 존재의 여백을 남겨두지 않은 결과가 너무도 아프게 다가온다. 숲속의 나무처럼 ‘삶이라는 찬란한 햇빛’을 사이좋게 나눠가질 수 있는 배려와 사랑이 절실한 요즘, 서로를 돌보는 마음의 여백을 가꾸고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수많은 뉴스와 온갖 걱정으로 마음에 빈틈이 없을 때조차도, ‘나는 아프다’고 말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아픔을 생각할 자리, 그리고 내 마음에 아직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은 사랑의 자리는 남겨둘 수 있기를.” (p.183-184)

진정한 자신을 만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타인을 소중히 여기는 삶은 풍요와 감동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 가치를 모른 채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타인의 평판을 의식하며 살고 있는 나를 비롯한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결핍을 궁핍으로 여기지 않는 재능’ (p.229)을 가졌던 소로의 여유와 용기를 조금씩 나누어주는 느낌이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자연 속에서 싱그러운 희망을 발견한 소로는 ‘간결하고, 조용하게, 차분하게’ 온전한 인생을 살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일상 속의 여행자’였던 소로 덕분에 내가 있는 공간에서 나만의 월든 오두막을 가꾸어가고 그곳으로의 산책을 나만의 방식으로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나의 삶의 힘이 녹아 있는 공간에서 나만의 몸짓으로 잘 살아가고 싶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삶의 아름다운 순간을 즐기며 희망을 바라볼 수 있는 내면의 에너지가 충전된 기분이다.

ㅡ출판사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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