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박물지 - 인문학과 미학을 넘나드는 이어령의 시선 63
이어령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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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초판된《우리 문화 박물지》개정판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은지 얼마 안되어 이어령 교수님의 부고를 들었다. 교수님은 정오의 빛처럼 탄생의 그 자리로 돌아가셨지만, 교수님의 정신과 뜻이 담긴 책은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출간되어 시작하는 봄을 함께 해주었다.

우리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주목받고 있는 요즘이라, 한국 고유의 유무형 자산에 대한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그 속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와 정신을 집어내신 이어령 교수님의 글이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기호학자의 섬세한 시선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글들을 읽으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김지수 작가와의 인터뷰《마지막 수업》에서 하신 말씀 중, 뻔한 얘기가 넘치는 세상에 일반론을 보탤 필요가 없다고 하신 교수님의 지론대로, 이 책에 나오는 익숙한 우리 것들의 기록 또한 예리한 관찰자의 시선에 한국 문화의 통찰과 깊은 애정이 더해져 독자에게 새로운 방향으로의 깨우침을 준다. 교수님의 설명을 따라 우리 민족의 생활 용품과 전통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때 마다 나라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더 커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절단의 기능보다 청각으로 작용한 엿장수 가위부터 풀을 베는 파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흙을 돋우는 호미, 맛은 물론 추상적인 시각적 무늬로 한국인의 일생의 이벤트를 함께 해 온 떡, 누이들의 노동복이자 야회복이었던 바구니, 융통성은 물론 다양한 기능을 가진 보자기, 밤의 어둠을 즐기기 위한 어스름한 빛의 초롱 등 우리 전통에 담긴 이야기를 가나다 순서로 펼쳐내고 있다. '일본에 한자를 전수한 나라이면서도' '한자와는 전연 별개의 독자적인 체계로 만들어진' (p.246) 한글의 우수성도 일깨워준다. 이렇게 민족의 정서와 가치관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읽는 것은 낯설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기쁨과는 또 다른 환희로 다가왔다.

#우리문화박물지 는 그동안 우리 문화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방관자로 살아왔던 나에게 우리 것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무디고, 부정확하고, 엉거주춤하기도 하고, 허술해보이는 것일지라도 사실 그 속에는 치수에 얽매여 살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심연과 울림이 있었고, 사물보다는 사람을 중심하여 생각하는 따뜻한 본성, 넉넉함과 융통성, 부드러움과 포용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이 어렵고 가난한 삶에도 실용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잊지 않았고, 흥을 내며 해학을 즐기던 민족임도 상기시켜준다.

세계 정복을 한 몽골군의 대정복 속에서 팔만대장경을 만들어 낸 문화의 힘을 가졌고, 두려움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호랑이를 귀여운 호돌이로 만들고 민화 속에서도 그 맹수를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그려내는 상상력과 재치, 유연성이 있었기에 우리는 국가적인 어려움 겪어도 이겨내온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문화를 통한 민족의 정신과 가치를 발견하고,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전통의 가치를 보존하고 세계에 아름다운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많이 읽혀졌으면 하는 책이다. 우리 문화의 창조성과 가능성을 일찍이 발견하시고 문화 예술을 위해 애써오신 이어령 교수님 덕분에 우리의 문화는 발전해왔고, 이 정신을 잘 이어갈 때 문화로 인한 국격은 더욱 높아질 것 같아 기대된다.

ㅡ출판사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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