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철학 입문 - 후설에서 데리다까지 북캠퍼스 지식 포디움 시리즈 2
토마스 렌취 지음, 이원석 옮김 / 북캠퍼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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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철학 입문

토마스렌취/이원석
북캠퍼스

철학자 게오르크 지멜은 '장미가 형편없는 땅에서 피어도 꽃의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칸트와 다윈이 서로 다른 주장으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그 사이의 간극을 없애고자 종교철학을 주창했던 사람이다. 이 책은 19세기부터 20세기에 걸쳐 서양철학의 계보를 잇는 철학자들의 이야기 <20세기 철학 입문>이다. 또 그가 말한 '생을 초월해야 생을 이어간다.'는 말도 의미가 깊다. 어떤 것도 현재의 수준에서 머물면 도태되기 때문에 계속 변화하고, 초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깊이 새길 내용이다. 이것은 학문이나 스포츠나 종교나, 사회제도, 사람 개인으로나 다 적용된다고 본다.

철학에서 사회학과 심리학이 분리되어 나왔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사유하는 대상이나 단위가 작은 마을에서 큰 단위로 광범위해지므로 사회학 등이 분리되어 나왔다는 것이다. 독자적 이론을 구축한 주요 사회학자는 막스베버, 퇴니스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분리가 단순히 단절을 의미하지 않고 상호보완의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철학이 미비한 심리학과 사회학을 뒷받침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플레스너는 탈중심이라는 사상을 주장했는데 이것은 중심성인 동물과 사람이 다른 차이이다. '탈중심'이란 그때그때 중심이 바뀐다는 뜻이다. 사람은 스스로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창조적인 성향도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 '거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사람 외에는 거부하지 않고 중심에 충실한 본능에 따른 삶을 산다.

책을 보다보니, 철학의 발전이랄까 세분화랄까 뭐라할지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획기적이고 선구자적인 이론을 먼저 주장한 키르케고르이란 사람이 있었다면 그 이론을 더 보완하여 발전시켰거나 아니면 그들의 영향을 받았지만 전혀 새로운 이론을 파생시켜 주장하거나 한 하이데거나 칸트란 사람이 있다. 또 그들의 이론에 영향을 받아 다른 이론을 주장한 지멜 같은 사람이 있다. 이처럼 철학의 이론이란 과거와 현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서 상호보완관계를 이룬다.
돌고 돈다고 봐도 무방할까. 철학이론은 복잡하지만 설명에 제시한 핵심만 잘 이해하는 식으로 책을 보니까 좀 수월했다. 전체를 다 이해하고 보려면 멍해질 수 있어서(눈은 글씨를 따라가는데 생각은 다른데 있다거나) 전공자나 전문지식이 없는 나같은 일반인이 책을 보는 것이라 그랬다.

책의 전반을 보면 앞서 저자가 20세기 철학이야말로 근 2500년 철학의 역사 중 가장 정점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 말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왜냐하면 격동의 20세기를 살았던 사람들이 기존의 철학이론을 보완하고 초월하여 더 세밀하고 탄탄하게 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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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미학 - 미적 안목을 기르고 싶은 현대인을 위한 최소한의 디자인 미학 지식
최경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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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미학

최경원/인물과 사상사

예술가 마우러의 조명디자인 작품 하나가 그동안 디자인와 예술이 공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논란을 잠재워버렸다. 얼마든지 산업화된 예술이라는 디자인에도 순수한 예술을 품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산업화된 예술,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 <디자인 미학>이라는 탁월한 제목은 필연적이다.

한편 마우러의 조명디자인 제품이 예술인지 아닌지 정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어디까지가 예술이 아닌지. 아마도 제품에 미학적인 요소가 두드러지는지의 여부일텐데 사람마다 보는 기준이 틀릴터이니 말이다. 책에서는 예술에 대한 정의를 거ㅏㄴ객이 느끼는 '감동'이라고 했다. 보편적인 대중으로부터 정서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의 여부가 예술이 된다는 것이다.

예술작품을 대할때 오는 심미적인 감동을 '미적쾌감'이라고 하며, 미적쾌감을 얻고자 예술을 느끼고 감상하는 것을 '미적향수'라고 한다. 그리고 칸트는 미적향수가 발현될 때 작품을 감상하는 자의 수준에 따라 작가와 관객의 상호작용이 다르다 보고 '취미수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도 없겠지만 의도를 파악하는 행위가 아니라, 나만의 감상으로 풀어내면 된다고 한다.)

얼마전 <사물의 지도>라는 책을 보며 공예의 아름다움을 보았었다. 공예도 예술의 한 종류인데, 공예는 실용성을 따지는 부분도 제법 있으니 디자인 미학은 공예에서 두드러지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예술의 범주가 되는 순서로는 공예가 그림과 조각에 비해서 가장 늦게 합류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기준 9위,10위의 경제대국으로 디자인의 품격이 서유럽에 비해서 예술보다는 아직 산업쪽에 머물러 있지만 세계에서 고등교육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볼때 점차 미학적인 시각을 중시하는 과도기에 있다고 본다.

점묘파 화가 쇠라의 그림부터 오늘날 필립 스탁의 레몬즙짜기 제품까지 딱딱해질수 있는 디자인이론에서 다양한 예술작품과 고퀄디자인제품들을 보는 것도 재미이니 한번쯤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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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제도 - 다수 지배와 소수 보호의 균형을 위한 정치제도 설계 정치연구총서 1
문우진 지음 / 버니온더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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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제도

문우진/버니온더문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인 때에는 두 명이상의 조직이나 그룹 속에서 의사결정을 다수결로 결정하거나, 제비뽑기 따위로 결정했음이다. 이견도 이의도 없이 단순하고 확실했다. 소수의 불만이 있을 틈이 없었을터다.

지금은 먹고 사는 문제는 먼 과거의 일이 되어버리고 이제 소수의 결정도 다수의 결정 못지 않게 중요하므로 어떻게 하면 최소비용으로 모두가 다 만족하는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대의민주주의는 유권자가 정책에 표를 던지는 것이 아닌 행정적인 절차에 의해 선별된 대표자들에게 표를 던져서 선출하고 선출된 자들에게 정책을 맡기는 시스템이다. 모든 사람의 의사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오늘날에 사용 중인 효율적인 정치제도임은 반박하기 어렵다.

저자는 정치와 경제의 특성을 비교하면서 정치라는 개념설명을 최대한 쉽게 풀어나가려 노력했다. 나같은 독자는 정치에 대해 진일보한 지식을 얻었을 터이다. 인터넷에서 검색도 좋지만 이렇게 책 한 권 읽는 것이 도움이 더 된다고 본다.

대통령제, 의회제와 같은 제도들의 정의를 설명하며 우리나라 정치제도는 어떤 것을 채택했고 정치이론가나 전문가들이 볼 때 기준으로 분야별로 평점을 매겨 국내가 채택한 정치노선이 타당한지 평가도 했다.

본문에 실효정당의 수를 수치화하기 위해 득표집중도나 득표율, 의석집중도 등 수학공식을 소개해서 다소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글로 된 설명을 읽어보면 이해는 갈 수 있게 해두었다. 저자가 정치학전공자가 아니라면 수식까지는 게재하진 않았겠지만 오히려 일부 독자들을 위해 눈으로 볼 수 있게 공식을 보여주는 것도 장점이 될수 있을 거 같다.

대리인에게 정치를 맡기는 대의민주주의제도 내에서 국내 정당이나 의회의 문제점은 시민과 국가간의 연계를 돈독히 하지못하고 오히려 정치갈등, 정치양극화나 조장하는 엘리트집단으로 구성된 당파사이 경쟁의 장으로서의 기능뿐이라니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다시 꼬집어주니 그 현실이 뼈아프다.

개인적으로 정치관련내용에 난해한 점이 많아서 어학과 경제 동시전공자인 서평자에게는 정치전공을 하지 않은 이유를 다시 알게 된 계기도 됐지만 정치에 대한 용어가 어느정도 정리가 되는데 도움을 준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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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 노화와 질병 사이에서 품격을 지키는 법
헨리 마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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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헨리 마시/이현주
더 퀘스트

'나이가 들수록 젊었을 때완 다른 사고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제 신경외과의사의 은퇴를 맛보고 전립선 암을 투병중인 노년을 보내는 한 의사의 이야기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위중한 환자부터 죽지 않아도 수술의 성공여부에 따라 치명적인 상황에 이를 수도 있는 환자들을 지켜보고 상담하고 치료해온 외과의에서 이제는 자신이 전립선암에 걸려서 과거에 자신이 군림해왔던 위치가 아닌 반대로 의사나 간호사의 말에 좌우되는 초라한 환자가 되어버렸다. 그런 저자는 어떤 마음으로 일거수일투족 하나하나 바뀌어버린 일상을 마주하고 있는 일종의 푸념도 되고 자기를 성찰해 보는 생의 마지막인 죽음을 안연히 맞이하기 위한 수기 같기도 하다.

우리의 삶이 멋진 이유중에 하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여유와 의지다. 그 시기가 팔팔할 때나 죽음에 임박할 때나 상관없이 말이다. 내 손으로 손수 그림엽서를 그리고 만들어 손녀딸에게 주거나 과거에 딸이 어렸을 때 선물로 주려고 틈틈이 다양한 재료로 만든 인형의 집을 리모델링해서 손녀딸에게 다시 주려는 여유로운 행동은 암이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인간에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죽음 앞에서는 과거에 외도하고 이혼한 후에 재혼했었던 자신도 쓸거리로 삼을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첫번째 아내와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인다.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숨길만 한 사실고 도마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용기에 의미를 두고 싶다.

한 일본의 과학자가 게놈을 변형하여 오래살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냈을때 저자는 죽고 싶지 않다는 전제를 내고도 이 연구결과엔 부정적이었다. 병든 몸으로 몇십년을 더 산다고 달라질 것이 있겠냐고 말이다.

의사로서 환자와 보호자를 대하는 자세에 대한 요령도 알려주고 (진단결과에 대한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대답 및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제스처 - 의사에 대한 신뢰형성 및 수술후 잘못된 결과에 대한 연막) 본인의 실수로 수술이 잘못된 경우 의사로서 보호자를 마주해야 할 곤혹감과 과오에 대한 솔직한 발언은 덤덤하게 적었는데 이런 점은 의료에 남은 생을 맡긴 환자나 보호자들에게는 과연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하는게 맞는 것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러나 저자도 그런 사실을 알고도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현실이 우스꽝스럽다.

우크라이나에서 오래 일한 탓에 현재 지인이 한가득있는 전쟁중인 우크라이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우크라이나를 할수 있는 한 지원할 것이라는 점이 인간적이었다.

관조적인 시선으로 남아 있는 삶을 바라보는 책 <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의 짧은 서평을 마친다. 강력한 무덤덤함과 용기를 무기로 삶을 버티어낸 한 은퇴신경외과의사의 수기를 한번쯤 접해보시길 권한다. (저자는 수치가 좋아져서 지금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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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이용약관
케이시 지음 / 플랜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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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이용약관

케이시/플랜비

누구든지 나의 사용 설명서는 구구절절 각자의 마음 이용약관에 잘 나와 있을터다. 그러나 약관에 있는 깨알같은 설명까지 꼼꼼히 보지 않는다. (보통사람은 다 그럴터인데) 약관을 꼼꼼히 보지 않은 탓에 사소한 것부터 다소 중요한 것까지 실수를 연신 저지르고 있다며 재치넘치는 표현으로 시작하는 에세이 <내마음 이용약관>이다.

본문 중 '모든 것은 흐른다' 는 표현이 개인적으로 멋있었다. 예를 들면, 대지와 대지사이에 강물이 흐르듯이. 다른 추상적인 개념들을 가지고 사유해보면, 과거와 미래 사이엔 현재가 흐른다. 탄생과 죽음사이엔 삶이 흐른다. 그리고 나와 책 사이에는 몰입이 흐른다. 우리가 아무리 고난 가운데에 있더 하더라도 흐르는 세월의 너머에는 결실이 있다. 힘겨운 나의 인생은 그렇게 극복이 되는 것이다. 책 전반에 반복해서 희망의 멘트를 하는 이유는 작가 자신의 프로필에 말하듯 불안, 두려움, 우울감이 자신을 얽어매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로 독자를 환기시켜주는 것 같았다.

이렇게 비인기의, 비주류의 작가의 글을 관심갖고 택해주신 출판사에 감개무량해하며, 작가가 혼자서 표지도 삽화도 다 제작하는 허접한 책을 황송히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단다. 이런 농담같은 진심이 담긴(?) 말에는 참신한 엉뚱함이 묻어나와 진짜 웃음이 났다. 그러나 돌려서 생각해보면 작가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직접 표지도 만들고 삽화도 넣는것은 꽤 멋진 일일수도 있겠지 싶기도 하다.

처음 이 책의 간단한 소개만 봤을때 책분량 이 짧으면서도 여러 비유적이며 우회적인 표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대로 마음에 들었고 내 취향에 딱 맞는 책이었다. 심심하면서 재밌는 책을 찾는다면 한번쯤 이 책을 아무생각 없이 보는 것은 어떨까 추천드리며 짧은 서평을 마무리할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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