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 인터뷰집
마티포포 지음, 정유미 외 엮음 / 포포포 / 2021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자의 인생에서 엄마가 되었을 때만큼 혼란스러울 때가 있을까?
10개월의 고생스러운 기간이 지나고 나면,
낯설고 힘든 육아의 시간이 온다.
2~3시간마다 새벽잠을 깨워야 하고, 이유 모를 울음을 달래가며 애가 탄다.
아기가 울 때 함께 울어버리고,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압도당해 짓눌린다.
겪어 보지 않았다면 이해하지 못할 이 시간은 겪은 자들이 위로해 줄 수 있다.
그 시간을 겪어내고 내 일을 지키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있다.
인터뷰 형식으로 쓰인 10명의 엄마들 이야기는 위로와 공감을 주었다.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하는 직업군인 프로그래머 엄마,
경력 공백 5년을 이겨내고 재취업한 상담연구원 엄마,
창업과 동시에 임신한 엄마의 이야기 등
다양한 직업과 상황에 처한 엄마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시간이 제한적인 만큼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과,
사회적으로 워킹맘이 일할 수 있는 환경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스케줄에 맞춰서 생활해야 하는 '엄마'라는 직업의 특성상
시간은 굉장히 제약적이다.
새벽시간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휴식이나 나를 위한 시간은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엄마의 에너지가 없으면 그 부작용은 아이에게 미친다.
상담연구원 엄마는 그런 엄마들에게 꼭 자기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꽃을 장식해 놓거나 주말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에너지를 충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엄마의 행복은 아이의 행복이다.
그러니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말자.
또, 사회는 아이에게 관련된 모든 것에 0순위로 엄마에게 책임감을 부여한다.
여성 CEO의 임신 출산은 리스크가 되고, 포기하는 것은 엄마가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이고,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엄마에게 먼저 연락해야 하는 등 육아는 엄마를 중심으로만 돌아간다.
여성 CEO의 임신 출산은 리스크가 아닌 마을이 함께 육아를 하는 것처럼
사회적인 제도가 탄탄하면 해결될 부분일 텐데,
포기하는 것은 부부가 협의하여 합리적인 선을 마련하는 게 맞는 것일 텐데
주 양육자가 꼭 엄마가 될 이유는 없는데 당연하다는 듯 엄마가 주 양육자가 되어버린다.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엄마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았을 때 돌아오는 대답에 상처를 받은 이야기에 공감했다.
힘들다고 하면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하고,
프리랜서로 일을 한다고 하면 남편의 벌이가 좋지 않냐고 한다.
임신 출산 육아를 겪어보니 프로 잔소리꾼들이 꼭 나타난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황만 보인다. 그리고 잔소리를 퍼부으며 나의 어려움을 가볍게 무시한다.
자신이 처했던 어려움만 토로하고 너는 별거 아니라는 듯 쉽게 내뱉는다.
그런 상처를 책을 통해 공감했고 위로받았다.
그냥 내버려 둬도 충분히 힘든 예비엄마와 엄마들을
혀로 무너트리지 말자는 다짐도 하게 된다.
이 세상에 안 힘든 엄마는 없을 것이다.
다만 힘듦의 강도만 다를 뿐이지.
세상의 모든 엄마들,
육아의 세계에 갇혀 세상과 단절된 것 같은 엄마들,
일을 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엄마들이
읽으면 위로를 얻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https://cafe.naver.com/booknbeanstalk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