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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을 위한 윤동주 전 시집 필사 북 - 써보면 기억되는 어휘와 문장 그리고 시어들
윤동주 지음, 민윤기 해설 / 스타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가 칭얼대는 소리에 이른 새벽 잠이 깨버렸어요.
눈을 뜨고 멀뚱히 있다 보니
온갖 머리 아픈 일들이 떠오르더라고요.
힘든 일, 해결되지 않는 일, 억울했던 일, 복잡한 일 등
마음이 복잡해져요.
잠을 자기는 글렀구나.. 생각하며 거실로 나와 SNS를 하다 보니 머리까지 복잡해졌어요.
온 세상이 시끄럽게 느껴졌고 모든 게 소음처럼 다가왔죠.
핸드폰을 끄고 잠시 조용한 새벽을 느끼다 보니,
제 앞에 이 책이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배송이 언제 오나 설레며 기다렸었는데,
막상 오고 나니 정신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책상에 무심히 올려뒀던 책이었어요.
이 책의 해설을 담당한 민윤기 회장은 프롤로그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차분히 앉아서 문장을 읽고 천천히 손으로 따라 쓰다 보면
복잡하게 얽힌 일들이 자연스럽게 풀리고
종이에 쓰는 필기감이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다고도 한다'
지금 내가 이 책에 눈길이 가게 된 이유가 있다는 생각과
나를 끌어당긴 책이라는 반가움에
책을 넘기며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기 시작했어요.
고백하건대 저는 시를 잘 몰라요.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죠.
그래서 처음엔 시를 한 번 읽고 해설을 읽기 바빴어요.
수학 문제 보자마자 해답지 보고 문제 푸는 기분 같았죠.
수많은 윤동주 시인의 책 중에
이 필사책을 가지고 싶었던 이유도 해설 때문이었어요.
그렇게 시와 해설을 마구 읽다 보니
어느 순간 느릿느릿 시를 다시 읽게 되더라고요.
마음에 불안과 궁금함이 그제야 풀려 안정이 된 듯한 기분이었죠.
천천히 시를 느끼며 읽다보니,
시를 써보면 어떤 느낌일까 문득 궁금해졌어요.
필사책이라 써보라고 친절히 책의 한켠을 내어 주었는데 안 써볼 이유가 없었죠.
[간판없는 거리]를 필사해 보니 필사를 마치고 오는 진한 여운이 남아요.
조용하고 적막한 낯선 거리에 덩그러니 서있는 외로운 내가 느껴지고,
빨갛게
파랗게
불붙는 문자도 없이
화려한 불빛도 없이 어둡고 적막하기만 한
희망 없는 조선의 모습이 겹쳐 그 쓸쓸함이 더해져요.
띄어쓰기 하나,
쉼표 하나 똑같이 필사하며
이 시를 지었을 윤동주 시인의 모습이 떠올라요.
정신없고 시끄러웠던 SNS 세상에서 벗어나니
고요한 적막과 함께 윤동주 시인의 시로 필사를 하는 평온함이 찾아왔어요.
불과 1시간 전 마음도 머리도 복잡하고 어지러웠는데,
지금 이렇게 고요해질 수 있다니 놀라웠죠.
문해력을 위한 필사책이라지만,
제게는 평온함을 위한 필사책이 되어주었어요.
시를 더 깊게 느끼게 되고,
시를 느끼며 마음이 잔잔해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