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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풍속화 그림책 조선시대 냥
냥송이 지음 / 발견(키즈엠) / 2022년 8월
평점 :

어떤 책을 읽다가 파적도에 확 끌렸다.
선선한 공기가 살랑 불어와 평온한 하루의 따스한 내음이 나를 감싸는 것 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고요함을 깨고 고양이가 훔쳐간 병아리 때문에 우당탕당 난리가 난 파적도(야묘도추)가 싫지 않았다.
시원한 그늘 아래서 더운 여름 흘린 땀을 식히고 있을 때, 누군가 땡볕 아래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본 기분이랄까?
장대비가 내리는 날 처마밑에서 한가롭게 삶은 감자를 먹고 있는 기분이랄까?
불편한 상황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경하며 즐기기만 하면 되는 기분에 파적도가 좋았다.
그런 나에게 [조선시대 냥 ] 표지는 지나갈 수 없는 인연이었다.
귀여운 고냥이의 통통한 앞발까지 .. 어쩌면 좋지. 간드러지게 좋다.
냥송이 <빨래터> 김홍도
빨래터의 풍경이 사뭇 통통해진다.
보아라, 빨래 짜는 고냥님의 튼실한 허벅지를.
새침한 표정과 오동통한 몸매가 귀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바위 위에서 훔쳐보는 수컷고냥이의 음침한 표정이 얄밉다.
갓을 쓴 거 보니 양반같고먼... 양반들이란 ㅉ ㅉ
괜시리 혀를 차본다. ㅉㅉㅉㅉ

#조선시대냥 에서 내가 뽑은 냥이 딱 두마리 있는데 그중에 한놈이다.
과연 이 그림의 원제는 무엇일까?
바로바로!!
<씨름> 김홍도 이다.
씨름에 관심없는 엿파는 냥이의 해맑은 표정이 좋다.
한편으로는 장사꾼의 표정같기도 한데,
내 눈에는 해맑고 순수한 표정같아 보인다. 아구아구 귀여워라.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면 크게 느꼈다.
아! 풍속화와 친해지려면 조선시대 냥이와 함께 시작해야 겠구나!!!
살짝 내민 발, 발그레한 볼
원작보다 확실히 잘보이는 특징들이다.
냥냥이 덕분에 친근하게 느껴지고 말이다.
(냥냥이는 사랑입니다.)
허허이... 저 냥반보소!!!
냥민들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혼자 담배 태우며 한량하게 구경하는 저 냥반보소!!
김홍도의 <벼타작>에 나오는 냥반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으로 저런 한량의 시간을 살 수 있지만,
조선시대엔 그저 태어나보니 냥반이었고, 한량이었다는 사실에 불평등하다 생각했고 쬐금 부러웠다.
(태어나보니 재벌도 있구나..)
어느시대나 모습과 부르는 호칭만 다를 뿐 역할은 같은 것 같다.

나의 마지막 pick 냥이!
귀여운 갈색 대머리 뚱냥이.
다들 머리가 있는데 생선을 머리에 이고 가는 냥이랑 내 픽냥이만 대머리다.
원작은 모두 머리가 있는데 왜때문에 대머리가 되었을까?
작가님께 꼬옥 물어보고 싶다.
저 튼실하고 통통한 몸매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일까?
수줍은 듯 치켜 올린 팔뚝과 열린 겨드랑이를 보여주고 싶어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호랑이가 되고 싶던 호냥이의 호피무늬를 위해서?
무엇이든.. 대머리 뚱냥이는 사랑이다.
마지막은 원작과 함께다.
사실 조선시대 뚱냥이를 보고 있으면, 원작이 많이 궁금해진다.
뚱냥이의 표정과 몸짓을 보고 나면
원작에선 어떻게 말하고 있길래? 어떤 표정이길래? 하는 궁금증이 생겨 찾아보게 되더라.
정말 즐겁게 눈호강 했다.
당신의 눈도 즐거웠기를.
*이 책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