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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서양 철학 ㅣ 페이퍼로드 하룻밤에 읽는 철학
양승권 지음 / 페이퍼로드 / 2022년 4월
평점 :
'하룻밤에' 시리즈 중 서양철학을 다 읽은 지금 나의 찐 후기는 "철학, 재미있네?!"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부터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니체, 프로이트, 마르크스, 질 들뢰즈까지 철학 하면 빠질 수 없는 이들이 모여 #하룻밤에읽는서양철학 을 완성했다.
이 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다 담았지? 너무 가볍고 진부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구성은 짜임새 있었고 내용은 알찼다. 특히 나처럼 철학을 자세히 모르고 이름만 알고 있던 터라면 더욱더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다.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소크라테스와 함께 '웃는 철학자'인 데모크리토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가 한 말 중 "소크라테스처럼 말 많고 반박 즐기는 사람에겐 배울만한 게 없다"라는 말이 어떤 감정인지 새삼 공감이 가기도 했다.
반박을 통해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소크라테스만의 반박은 상대로부터 ""이제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고 상대로부터 백기를 얻어낼 때까지 계속되었다.
인간은 방어의 동물인데 이렇게 공격을 당한다면 누가 좋아할 수 있을까? 그저 위대해 보였던 소크라테스가 새롭게 보인 시간이기도 했다. 결국 그는 70세에 논쟁에서 진 사람들의 모멸감이 모여 고소당하게 되고 사형에 처해진다.
사형은, 죽음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인 소크라테스의 모습에서 철학자 다운 행동이 죽음을 불러온 것이기에 철학의 역사에 그의 위상이 확고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소크라테스의 모든 업적은 플라톤이 아니었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플라톤과 함께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가 철학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던 부분이 이곳이었다.

<아테네 학당>
기독교에 영향을 미친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진짜 세계는 저편에 있다는 것으로, 현실은 이데아의 모방일 뿐이라는 개념이다. 반대로 아리스토텔레스는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철학을 추구했는데 이데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현실만이 존재하므로 현실 너머의 존재를 알기 위해선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둘이 스승과 제자 사이라고 과연 믿어지나?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서 하늘을 가리키는 플라톤은 우주 저편의 이데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그에 반해 아래로 손바닥으로 향하며 그만하라는 듯 아리스토텔레스가 현실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듯한 그림을 볼 수 있다.
친한 듯 친할 수 없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확연히 다른 의견은 후세에 와서 이런 말을 남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망아지가 자기 어미를 걷어차듯 플라톤을 걷어찼다."
개인적인 나의 의견은 물론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특히 [수사학]에서 보여준 그의 논리 중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선 논리만으로 어렵기 때문에 열정으로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하며, 논리적 설득보다는 감정적 이해가 더 중요하고 이해보다는 '공감'이 중요하다는 대목에서 소크라테스에게 상처받았던 영혼이 정화되고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겨우 책의 초입을 읽었을 뿐인데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에서 소개해 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들 중 시학과 수사학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의 가지가 확장된다.

그냥 훑으며 읽을 수도 있지만, 정리가 잘 된 책답게 다이어그램을 그리며 읽으니 훨씬 재미있었다.
더욱이 흩어질 수 있는 지식이 한자리에 모여 흐름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
집중력도 높아지고 이해도도 높아져서 이렇게 읽어보는 것도 추천해 본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그만큼 유익한 건 분명하다)
신과 철학의 경계는 정신과 육체가 하나인가 별개 인가로 이어지고 "신은 죽었다"라고 말한 니체에서 프로이트로 넘어오면서 철학은 심리학으로 갈무리되었다가 사회혁명으로 승화시킨 마르크스가 등장한다.
다양하게 변모하는 철학의 역사에서 결국 중요한 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인 듯싶다.
'스스로 진리를 찾아내도록 돕는 "산파"가 되어야 한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철학은 나에게 산파가 되어주고 나는 철학을 통해 스스로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도록 사유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그 시작의 즐거운 안내자가 되어준 이 책은 철학자의 이름만 알았던 모든 분들이 함께 시작하기에 정말로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철학은 진부하거나 지루하다는 인식을 깨끗이 씻겨주고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인식을 새롭게 심겨준 이 책,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이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