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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 이어령 유고시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평점 :

이어령 선생님의 시집을 읽다보면 어느새 푹 빠져버린다.
그의 마음이 내 마음 같고, 그가 담은 감정 하나하나가 나에게 오롯이 전해져 오는 기분 때문일까.
돌아가시기 4일 전,
'어렴풋 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서문을 불러주시며 시집을 완성하시고는 홀연히 딸과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서문
이어령 선생님은 4부로 시집을 엮으셨다.
1부 '영적 깨달음과 참회'
2부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응원'
3부 '자라나는 아이들의 순수한 희망'
4부 '딸을 잃은 후의 고통의 시간'
주제를 알고 읽으니 마음을 준비시키고 시를 받아들 일 수 있어서 더욱 깊숙히 다가왔다.
그의 삶에 가장 큰 고통일 수 있을 딸과의 이별에 담은 4부를 먼저 읽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해졌고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의 동동거림과 그리움이 절절하게 묻어났다.
"차라리 언어가 너의 고통을 멈추는
수면제였으면 좋겠다"
아픈 딸 앞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무엇이라도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만 '나는 혼자 코를 곯며 잤다 보다'며 '약봉지 보다 못한 글'을 쓰는 자신을 이야기한다.
해줄 수 있는게 글 뿐인데 이 글이라도 고통을 멈춰줄 수 있는 수면제가 됐으면 하는 이어령 선생님의 마음이 뜨겁게 와닿더라. 아픈 자식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고통의 시간에 대해 더 할 말이 무엇일까..
아픈 딸을 떠나보내고 4월1일 만우절이 오니..
그냥 말도 안되는 만우절의 거짓말이었다고,
그렇게 말하고 다시 해맑게 웃으며 아빠품에 걸어오길 바라는 그것이 전부다.
너 정말 멀리 가구나
추우면 돌아올 거지 다리 아프면 다시 올 거지
아니다 무슨 소리
아픔의 풀도 눕고
슬픔의 나무도 쉬는 하늘
(생략)
-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中 "바람 부는 저녁"
보고 싶지만 고통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딸이기에 무슨 소리냐며 읊조리지만 다시 딸을 찾게 되는 아버지의 마음에 또 다시 가슴이 먹먹해진다.
시집을 읽는 내내 이어령 선생님의 마음이 나에게 다가오고 젖어드는 기분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시를 읽을 땐 그 옛날로 돌아가 작은 마을에 앉아 어린 아이가 되었다가도 다시 엄마가 되어 아이를 힘껏 안아주고 사랑해주고 있었고, 아이들의 순수한 희망을 읽을 때면 밝은 빛이 비춰와 멋진 미래를 꿈꾸는 밝은 아이를 생각하며 웃음짓고 있었다.
작은 책 한권이 나를 이곳 저곳에 데려다주었다.
단 두권의 시집을 내신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시집
#헌팅턴비치에가면네가있을까 정말 추천하고 싶다.
*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