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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 -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평점 :
어디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사람들 얘기를 듣거나 SNS를 보거나,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살고 있는데 내 인생만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남들은 잘만 사는데 나만 지지부진 아무것도 못한 채 허송세월 보내고 있는 느낌. 나이를 먹었는데도 인간관계는 더 어려워만 지고, 어린애도 아닌데 제대로 된 의사결정도 못 할 때가 부지기수입니다. 집에 와서 곱씹어 보면, 아 그때는 이렇게 말해야 했는데 후회하는 일도 더러 있습니다.
사는 건 언제나 힘들었지만 요즘 문제가 되는 건 '왜 나는 나이를 먹었는데도 인생 사는 게 힘든가'에 대한 것입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왔는데도 남들 앞에서 싫은 소리 못하고, 결정은 버벅거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꼭 나만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라는 제목은 꼭 제 마음속을 읽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웹서핑을 하다 우연히 ADHD 진단을 받은 사람의 일상이라는 짤막한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물을 마시러 부엌에 와서는 어질러진 물건을 치우다 무언갈 가지러 방에 가고, 방에서는 물건을 가지러 왔다는 것을 잊은 채 책을 보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다른 길로 새는 모습인 것이죠.
영상 속의 모습은 나와는 달랐지만, 집중이 안 되고 일이 지지부진할 땐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나는 왜 이럴까 생각하는 것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유형이 있는지, 그리고 나는 어느 부분에 속하는지를 알아보면 해결 방법에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누구나 성격의 장, 단점이 있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불안한 부분 역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단순히 신경을 좀 쓰면 될 것부터 시작해서 강박이 된다거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심각한 부분까지. 책 속에서는 이 정도의 차이 중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못 한' 이른 바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회색 정도의 상태, 그레이존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레이존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레이존의 경우 한 가지 원인이 아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와 트라우마 등에 의해 존재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지만 장애로 정의되지 않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들어 가장 고민이 되는 것 중 하나는 쉽게 결정을 못 내린다는 점.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선택해야 하는 데다, 그 많은 경우의 수 중 최고를 선택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선택의 문제를 좀 더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요. 특히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내가 하는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 책임의 범위가 내 능력을 벗어나거나 내 과실이 아닌 경우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당한 경우가 있거든요. 이런 문제들을 겪다 보니 회사 내에서는 명확한 답을 하는 것을 꺼리게 되는 것 같아요. 일상생활에서는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 단번에 최고를 가려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이 고민거리 정도로만 끝나면 다행이지만, 의사결정을 못 해 문제가 될 정도라면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죠. 책 속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그레이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지만, 그 특성상 장애와 그레이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가 힘듭니다. 같은 유형이라도 정도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을 띌 수도 있으니까요. 그레이존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부분을 알고 있다면 내가 겪는 문제에 대한 답을 좀 더 쉽게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니까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고민이 되는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언급은 조금 부족하다는 것 정도일까요? 나이를 먹을수록 사는 게 어려울 때 <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 가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