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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한두 줄만 쓰다 지친 당신을 위한 필살기 ㅣ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09년 5월
평점 :
이 책, 최근에 인문학 교양서 가운데 꽤 잘 나가는 책이다.
내가 일하는 고등학교까지 홍보용 미니책자(본 책의 내용 가운데 일부를 발췌, 작은 판형으로 만듦)를 뿌리는 것을 보면 출판사의 판매 전략이 매우 적극적인 것 같다.
어떤 책인가 궁금해서 읽어 보았다.
머리말부터 돌곰돌곰 읽는데 머리말이 몹시 긴 것이 처음부터 심상치 않다.
더욱이 머리말에 있는 다음과 같은 문장은 앞으로 머리말을 지나 본문을 읽어야 할 나를 잠깐 주저하게 만든다.
"자유롭고도 진정한 공부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연구 공간 수유 + 너머>의 고미숙, 고병권, 이진경 선생을 비롯한 연구원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 이윤을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게으름을 허락하지 않는 연구소 특유의 자유롭고도 열정적인 분위기는, 내게 언제나 크나큰 자극이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자유롭고도 성실하게 강의에 전념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순전히 연구소의 멋진 분위기 덕분이다."
위와 같은 문장은 자기과시적인 사람이 쓰는 문장이다. 이만교 씨의 이 책은, 그가 <연구 공간 수유 + 너머>에서 글쓰기 강좌를 하며 축적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진심으로 나 개인이 아니라 <연구 공간 수유 + 너머>의 선배, 동학들을 기리고 싶었다면 저렇게까지 지나치게 예찬해선 안 되었다.
머리말을 지나 본문을 읽는다.
그런데 본문 역시 나를 의아하게 만드는 구석이 여러 곳이 있다.
특히 이 책은 '글쓰기' 책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에 앞서 문장과 내용의 구성을 눈여겨 보게 되는데
이 점에서 뜻밖의 장면을 만나게 될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장은 도대체 '이 분이 글쓰기를 가르치는 분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만큼 필요 없이 어렵고 이상하게 쓰인 문장이다.
"실질적 정직은 이러한 산문적 글쓰기를 가능케 하는 가장 기본적인 동력이다.
자기 마음속에 일어나는, 통념과는 또 다른 여러 이질적 느낌들을 감지하는 실질적 정직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면, 무엇이든 매력적인 글감이 될 수 있다."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위 문장은 이렇게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산문을 제대로 쓰려면 무엇보다 마음에 거짓이 없어야 한다.(거짓없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여러 느낌들에 귀기울이고, 그것을 거짓없이 표현할 수만 있다면
마음속에 일어나는 모든 느낌이 매력 있는 글감이 될 수 있다.
'실질적 정직', '산문적 글쓰기', '가능케 하는', '기본적 동력', '통념', '이질적 느낌', '견지'... 이런 표현들은, 우리말을 귀하고 아름답게 살려 쓰는 것과도 거리가 멀 뿐더러 머리말부터 한결같이 이 책을 지배하고 있는 '자기 과시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퍽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