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을 일 리스트
파(pha) 지음, 이연승 옮김 / 박하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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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유한 것도 없고 생각할 거리도 없고,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들 속에 오늘을 지내고, 또 내일도 그러하리란 삶은 어떨까, 생각만 해 본 적은 있다. 마음 속으로만 그려 보던 일을 손수 직접 실천하면서 답을 하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을 발견하고 든 생각은, 참 많은 할 일에 묻혀 좁은 생각에 갇혀 있었나 보다, 라는 것이었다.

들려오고 눈에 띄는 것들은,  <~ 해야 한다.> 였지 <하지 않을> 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까닭도 있었다.

죽기 전에 해 보아야 할 수십 가지 버킷 리스트는 오히려 자연스러웠지만 꼭 해야 만 할 일들의 리스트가 전적으로 행복감을 주었을까, 도 돌아보게 한다.


하지 않을 일 리스트는 마음과 생각을 내려 놓게 한다.

세상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는가 하면, 그래서 강박적으로 이 쪽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하면 이제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이 상당히 많이 있다는 생각에 미치게 하면서 여태 자연스럽지 못했던 생각이었다 할 지라도 반대 방면에도 이제부터 생각의 지평을 좀 넓혀 보자는 의도도 생겨나게 한다. 물건을 갖지 않듯이 생각도 줄이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자신 만의 방법으로 부담을 줄여 가는 등 여태까지 고정적으로 해 오던 삶의 방식을 좀 다르게 바꾸어 보는 면도 있다. 출근하고 퇴근하던 회사를 3년 만에 걷어 치웠던 저자의 결정은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합당한 것이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곁들여진다. 일만 하고 떠날 인생이 아님에 하고 싶은 일에 열중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보지 못하고 지냈던 평일의 한산함을 느끼면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도 들었다고. 회사 출근이 가져다 준 다른 시간대의 즐거움을 전혀 모르고 살아 갈 뻔 했다는 이면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삶을 팍팍하게 느끼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일에 빠져 즐겁게 살아간다는 모습을 알게 되는 것 만으로도 나의 현 위치를 조명해 보게 한다. 너무 몰입하고 너무 열심히 살아가는 자체가 자신 만을 위한 인생 에너지를 할애 할 수 없게 한다는 점도 다시 한 번 돌아 보게 한다.


 가능하면 소유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내 탓을 하지 않으면서 기대하지 않는 삶의 자세가 어떤 면에서는 허황되고도 인생 낭비라는 측면이 먼저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는 하지 않을 일 따위(?)는 전혀 고려해 보지 않았음도, 그만큼 여유도 없이 달려왔음을 한 번 쯤 생각해 봄 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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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고전 공부법 - 니코마코스 윤리학부터 군주론까지 한 권으로 읽는 고전의 정수
쉬번 지음, 강란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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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읽기는 어렵다.  독해도 쉽지 않지만 생각해야 할 방향도 제대로 잘 잡아야 완성에 가까운 읽기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늘 부족한 듯 메워지지 않는 빈 틈을 조금이라도 메울 수 있었던 책이라 말 하고 싶다.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질문에 대한 고급스런 답변을 얻은 기분도 든다.

미국 교실에서의 인문학 수업이 어떤 목적으로 출발해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보여 주면서, 독자에게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해 준다. 말로만 듣던 미국 인문학 수업은 고전 읽기에서 비롯된다. 읽기와 토론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사고 능력, 질문, 토론, 전달 능력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미국 교실에서는 주로 토론이 차지한다고 들었다. 그 토론이 나오기까지 그들은 고전을 잘 읽고 미리 질문을 생각해 와야 하는 것이다. 고전 읽기에도 기술이 있는데 당연히 꼼꼼하게 읽는 것이 그 첫 번째이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연상 능력도 여기에서 발생하는 결과물이다.


1 부 에서 소개하는 고전 읽기의 토론 사례는 어떤 방식으로 수업이 이루어 지고 있는지를 훤히 알 수 있게 한다.

트로이 함락에 필요한 필록테테스의 활과 화살, 그는 이미 무인도에 버려졌다. 죽지 못해 연명해 오던 그로부터 활과 화살을 뺏아 오라고 명령하는 오디세우스와 명예와 수치 앞에서 주저하는 네오프톨레모스 의 사이에서 우정과 신뢰, 배신을 주제로 토론한다. 인간에게 왜 고난을 내리는가, 정치적, 종교적 자유에 관하여 토론할 때에는 구약성경의 욥기와 루터의 저서, 기독교인의 자유에 대하여, 와 같은 책을 읽고 각자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본다.


성경을 읽는 행위조차 한 때 독점이 있었으나 번역서를 이용한 대중적 읽기가 이루어졌다. 인문 교육의 고전 읽기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 정치적 자유와 의식의 자유, 사상적 자유도 모두 읽기에서 시작되며, 자유 교육을 견지하는 인문 교육에서 고전 읽기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165쪽


이 시점에서 우리 교육 현실을 돌아본다. 읽기의 자유 시간을 얼마나 할애하고 있는지, 읽은 후의 토론은 또 어떤지를.  고전은 커녕 교과서 외 다른 책은 읽지 않는 현실이 비판없고 사고 할 수 없는 사회로 만들었다는 한심함을 다시 한 번 확인 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나의 경우에서만 보아도, 파스칼의 팡세와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같은 책은 문자 읽기에만 지나지 않았고 깊이있는 읽기에 진입하지 못하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가 두려움없이 내게로 다가올 날 기다려 본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고대 그리스의 기본 개념을 아주 잘 볼 수 있게 한다. 오늘날의 우리 정치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 대목이다. 정치인 한 사람의 뜻 만으로 정치가 이뤄지지 않는 것과 동시에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으로 가야 한다는 그 기본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올바른 시민의 역할도 벌써 그 시대에 언급하고 있으니 역시 고전 중의 고전이구나, 는 생각과 함께 이런 고전 읽기 수업같은 제대로 된 수업을 통해 미래 인재를 길어야 함을 다시 한 번 생각케 했다.언제쯤이나 우리나라에도 이런 멋진 수업이 생겨날 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이렇듯 읽기 어렵고 선뜻 손대기 힘든 묵직한 고전들을 제대로 읽어 볼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제시해 준 이 책과의 만남이 매우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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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 한 권으로 보는 인상주의 그림
제임스 H. 루빈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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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권으로 읽는 인상주의 그림' 이라는 부제에 딱 맞는 그대로의 책이다.

학교 때 미술 교과서에 등장했었던 마네, 모네, 세잔, 드가, 고갱, 고흐가 낯익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이들 외의 친숙하지 않았던 작가들도 다수 그림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별로 나누어서 작품 소개를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 각 챕터별 주제로 묶어서 작가, 연대별 관계 없이 화가의 배경 설명을 하고, 그림 속의 등장 인물들이 누구인지 알려 줌으로써 그림을 보는 이해력을 높여 준다.


:: '인상'은 의미와 용도가 다양한 단어다. 스케치를 가리키는 말로 벽화의 밑작업용 칠을 가리켰다.

판화와 사진처럼 빛 자체가 구체적인 이미지를 남기는 정확한 복제였다.


퐁텐블로 숲속에서 그리던 화파와 노르망디 해안가에서 즐겨 그리던 인상주의의 젊은 화가들은 야외 그림 작업 속에다 친구들을 배치해 넣기도 하고 화실을 서로 나눠 쓰며 각자의 작품을 다시 작품 속에다 나타내기도 했다. 풍경들을 감상하듯이 그림 작품 속의 풍경도 평화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풀밭위의 점심식사>처럼 사람들의 모습이나 모델을 기용하지 않고 젊은 화가들이 서로를 그려주던 초상화도 볼 만 하다. 유명한 소설가 에밀 졸라가 마네를 우호적으로 비평하기 위해서 언어적인 유희도 벌였었으며 화가들 속의 초상화에서도 그의 모습이 함께 어울려 있다는 점이 새롭다.


이름이 비슷해서 늘 혼동스럽게 만드는 두 화가, 마네와 모네. 실제로 정원 가꾸기 같은 외부 활동을 좋아하던 모네의 모습과 모네의 아내, 아들을 그림으로 남긴 것은 마네였다. 마네의 동생과 결혼한 모리조도 주로 딸의 그림을 남긴 화가였다. 이렇듯 동료와 후원자, 가족과 친구들을 작품으로 남긴 것 뿐만 아니라 도시 생활, 패션, 산업 기술, 정치에 이르기까지 화가들의 작품을 주제별로 모아서, 어느 부분을 먼저 읽더라도 동떨어지지 않는 연결성으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배열해 놓았다.


때로는 사진처럼 세밀하고 정교한 작품도 있는가 하면 강렬한 붓의 터치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의 세계 속으로 독자를 끌어 들인다. 인간의 느낌이 살아있는 그림과 사진을 서로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파리 거리, 비 오는 날> 같은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림이 전달해 주는 화가의 느낌은 살아있다.


그림 한 점씩 저마다 적지않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 읽어가면서 다시 그림들을 대하면 좀 더 깊이있게 들여다 보는 기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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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최인호 지음 / 씨스케이프(이맛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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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시끄럽다. 귀로 눈으로 들려오는 소식들은 마음을 허탈하게까지 만드는 나쁜 것들이 차지한다. 조용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시점이다.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었다. 항상 이념이라는 부분이 도사리고 있는 색깔의 나라, 그것이 어느 순간에는  빨강, 파랑으로 나뉘어져 있다. 게다가 양극화, 자본이 많고 적음의 나뉨과 이에 따라 저절로 분리될 수 밖에 없는 사회 계층, 세상이 점점 건조해 가다 못해 바스락 소리를 내며 부서져 가 버릴 것 만큼 삭막하기 그지 없다.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변화가 필요하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마음만 어수선하다. 심지어는 이 나라를 뜨고 싶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누가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일까?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이 바로 정치이다. 잘 먹고 잘 살아가는 일이 관건이다. 조용하고 기분좋은 삶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어느 누구에게 나의 이 바람을 성사 시키도록 할 것인가를 골똘히 고려해 봐야 한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대표가 될 만한 그 한 사람을 뽑는 일에 표 하나 무심하게 던지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오늘 날 이 시끄러운 세상을 겪으면서 저마다 스스로의 생각들이 있으리라.


이재명 본인이 쓴 책도 아닌, 제 3자가 바라 본 이재명을 읽었다. 촛불 집회 현장에서의 연설에서부터 인터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로 이재명을 설명한다.


" 오른쪽이 아니라 더 옳은 쪽으로 가야 합니다.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 보다 상식과 정의가 관철되는 정상적인 사회를 갈망하는 저는

그래서 진보가 아닌 <정상적인 의미의 보수> 입니다."


가끔씩 사람들 입에 회자되어 올 때 마다, 그의 말 한 마디 튀어 오를 때 마다 고개 돌려 누구지?, 이 통쾌한 발언의 주인은?, 관심이 갔었다. 청년 수당 지급이 정책으로 올라가기 무섭게 실행에 옮긴 속도가 눈에 띄었었다. 퍼 주기 라느니, 인기몰이 라느니, 하는 말도 동시에 들려왔었고, 결과가 어떨지에 관심이 갔었다. 성남시에서 일어난 정책과 실시는 그만큼 신선했었다. 세상에는 진보와 보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 3의 가치가 얼마든지 있다는 그의 기본 자세를 바탕으로 정의와 상식을 더 중요하게,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구현한다는 말, 입에 발린 헛된 이상이 아니기를 바랐다. 


새로운 생각을 가진 자가 우리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응당 그랬었어야 하는 상식과 원칙을 가진 자가 앞에 서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재명의 언어 속에서 합리성을 보았다. 공감과 위로도 있음을 보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려한다. 우리 사회에 합리적인 유권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아직까지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정권의 탄생과 보수라고 껍질을 덮어 쓴 것 같은 비정상의 집단을 지지한 비율을 보더라도, 이만큼 막장으로 가 있는 상황에서도 두 편으로 갈라서 주장하는 단체들이 있는 것을 보더라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이재명의 말 한 마디, 그가 내딛는 걸음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봐야 한다. 우리나라를 위한 보배가 될 지 실망의 근원이 될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보배가 될 지 모를 분을 진작에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관심가지는 것을 게을리 하고 파악하지도 않은 채 그 소중한 한 표를 던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왜 인기에 영합하는가?, 성남시 재산으로 개인 선거 운동을 하는가?, 와 같은, 곤란하게 치고 들어오는 질문에도 이재명은 조목조목 법과 원칙에 맞게 답을 한다. 이유가 있는 행동을 끝까지 책임있게 처리하는 모습에서, 한 입 가지고 두 말 않는 태도에서, 어쩔 수 없이 매력이 느껴진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가 <현명한 대중으로 부터 배워서 그들의 현명한 지시를 충직하게 이행해서 예쁨을 받겠다>는

생각을 유지하는 한, 그는 앞으로도 -그가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대중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유력한 <머슴>으로 남을 것이다.."     55-56쪽


저자는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개혁의 방법이 보수적이어서 현재까지는 이재명을 좋게 보고 있다.

나의 이 시선은 언제든 회수 될 수 있다."   114쪽


날카로운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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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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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형사. 어떤 사람이 형사라는 직업에 있다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등장 인물로 설정한 이 가가형사처럼 끝까지, 집요하게 끈기를 발휘해야 하는 것 아닐까싶다. 이 사람 덕분에 소설이 더욱 흥미로웠다고 생각한다.

많은 작품을 선 보이고 있는 작가의 또 다른 작, 기린의 날개는 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보통 사람들이 그저 넘겨보고 넘어갈 사소한 것이 얼마나 큰 실마리로 작용을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눈에 보이는대로, 메스컴에서 보도하는 대로 믿어버리기 쉬운 대중들처럼 판단하고 결정해 버린다면 어딘가에 진실은 처박혀 버리고 거짓이 진실인 마냥 떠돌아다닐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대로 따라가지 않고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진실을 찾아서, 확인을 하기 위해서 가가형사는 홀로 행동하는 듯 오해도 받지만 잘못된 집단을 무조건 따라하지 않는 이런 가가형사같은 사람이야 말로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겠다. 물론 가가형사 덕분에 저자의 작품이 재미있고 기대되는 이유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니혼바시 경찰서 부근에서 비틀거리며 걸어가던 아오야기 다케아키, 술에 취한 걸음이라 생각했던 것은 잘못 본 것이었다. 칼에 찔린 상태로 니혼바시 다리까지 걸어갔고 잠시 후 기린 조각상 아래에서 발견이 된 것이다. 이 시점에 야시마 후유키와 가오리 라는 젊고 가난한 동거 커플이 이 사건에 연루가 될 만한 사건도 동시에 발생한다. 후유키가 다케아키의 소지품을 지닌 채 근처 공원에 숨어 있다가 도로를 따라 도망치다 트럭에 치어 병원으로 이송된 것이다. 사건 발생 흐름으로 볼 때 후유키가 다케아키를 찌르고 달아나다 교통 사고가 난 것으로 보여진다.

형사들의 탐문 조사와 회의가 이어지고 피해자의 지갑등을 소지한 채 교통사고로 죽은 후유키는 피의자로 지목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가가형사는 사건이 처음 발생한 지점에서부터 다시 출발한다. 소설의 반 가량은 살인 사건의 발생과 그 주변 인물의 행동, 메스컴의 보도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시선들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 너무 현실적인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서 오히려 평범하게 보여지지만 이 평범함 만으로 그대로 이어가지 않고 가가형사의 그 다음 행동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작고 사소하게 보이는 의문점들에 왜?, 라는 질문을 하며 가가형사의 탐문은 계속되고 독자의 관심을 점점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게 한다.

피해자는 금속 회사 부서장이었고 계약직으로 일했었던 피의자는 업무 도중 상해를 입고 이유없이 계약 해지를 당한다. 산재 은폐가 의심되며 살인의 동기로 떠오르면서 꼼짝없이 후유키가 범인인 것으로 나아간다. 진실을 밝혀내고자 처음부터 다시, 또 다시 그렇게 반복해 가는 가가형사를 따라가다 보면 피해자의 숨겨진 행동들이 하나 씩 드러나게 되고 의문은 계속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조각들이 하나의 커다란 맞춤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최근, 가가형사는 아버지의 기일을 맞이할 예정이었고, 추도식 준비 과정을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던 그는 죽어가던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기려 했던 의미에 대해 새겨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래서 더욱 살해된 유토의 아버지, 다케아키의 마지막 행적이 독자의 가슴에까지도 찡한 감동을 전해 주리라.




::: 유토는 빈사의 상태로 니혼바시 다리를 향해 걸어간 아빠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았다.

아빠는 아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용기를 내라,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자신이 믿는대로 하라, 라고.

이제야 아빠의 진심을 알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좀 더 대화를 나누지 못했을까, 왜 아빠 생각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을까,

유토는 그렇게 후회하며 자신을 질책했다.     (3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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