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러비드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6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Be loved, 사랑 받는, 사랑을 마음껏 해 주는, 그래서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다는 의미도 있는 제목이긴 하지만, 첫 장에서의, 묘지의 비석에서 보여 준 be loved 라는 단어가, 전체 450 페이지가 가까운 긴 장편소설에서 거의 400 페이지를 넘어서면서 그제서야 연결이 되어지는, 그래서 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일까,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던 그 장면에서조차도, 영화 속에서 보여지던 희미한 기억 속 파편들처럼 빠른 속도로 휘리릭 넘어가 버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기억의 저 쪽에서 힘겹게 건져 올려질 수 있었던 실낱 같았던 실마리였다고나 할 수 있을까, 너무나 긴 장면들, 해설들 속에서 헤매고 헤매다 겨우 하나 나꿔 챌 수 있었던 바로 그것?  Be loved.

 

그녀가 바로 그녀일 수밖에 없었다는, Beloved 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바로 시이드라는 엄마 그 자신이었고, 시이드가 곧 beloved 였다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경계도 없이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라고 받아들였다가 또 다시 현실인 문장의 바다 속에서 아, 길고도 긴 의식의 흐름 그 자체 였다고 볼 수 밖에 없었나?

 

이 소설은 흑인을 노예로 두고 부리던 시절의 이야기로 한 백인 가정에서 일하고 있던 노예들의 이야기 이다.

잔혹하고 무자비한 백인 주인들에 비해서, 노예들이라 할 지라도 그들의 의견을 들어주고 배려해 주던 보기 드문 백인 주인인 가아너씨 집 노예들이 주인공들이다. 나이든 어머니를 노예 신분에서 속냥시켜 노후에라도 편안하게 모시고 싶어하던 아들과 그의 아내가 될 시이드, 이미 여러 명의 아이들을 낳았지만 제각각 아비가 다른 아이들이 모두 팔려가고 지금 남아있는 아들 하나만 남아있는 그의 어머니, 그리고 다른 남자 흑인 노예들이 등장한다. 고생하며 돈을 모은 끝에 드디어 어머니를 돈 주고 사서 호수 건너 다른 통나무 집에 기거하게 하는데 성공하긴 하지만,  그들의 주인내외가 죽고 난 이후의  새로운 주인은 예전 주인같지가 않다. 혹독한 삶이 지속되면서 남아있던 남자 흑인들과 시이드 부부는 탈출을 감행하게 되고, 탈출 과정 중에 시이드는 해산까지 하게 되는 험난한 고난의 과정을 거쳐 시어머니가 기거하고 있는 통나무 집에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그 통나무 집 또한 귀신들에 둘러싸여 있는 미스터리가 계속되고 있다.

 

노예들을 다룬 소설을 이렇게 장편으로 길게 쓴 책은 읽어 본 기억이 없지만 언젠가 TV 드라마로 나왔던 <뿌리>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강하게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들의 삶, 인간이하의 처절했던, 몸부림에 가까웠던, 동물이나 같은 급의 부류들과 매 한가지의 삶 이라는 것은 beloved 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민주적으로 대하던 백인 주인 부부가 죽고 난 이후의 새로 등장한 잔혹한 백인으로 인해 시이드가 겪게 될 고통,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의문점들 몇 가지와 귀신들린 집에서도 꼼짝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시이드와 그녀의 딸, 덴버, 이야기 전반에 흐르는 우울함은 가실 줄을 모른다.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슬그머니 그 자리에 있던 Beloved 라는 여자아이의 등장은 소설의 흥미를 더해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앞서 나왔던 이해 할 수 없었던 상황들에 대한 답을 좇아 가던 독자로서는 이 여자아이의 존재가 답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었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손에서 떼놓지 못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