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다이어리 - 시인을 만나는 설렘, 윤동주, 프랑시스 잠. 장 콕도. 폴 발레리. 보들레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바라기 노리코. 그리고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starlogo(스타로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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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이 책 6월 21일 부분에 이르면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의 한 구절이 이렇게 적혀있다. 학창 시절 가슴을 헤집던 구절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또 만나게 되고 보니 그 때 시간도 함께 아련히 밀려든다. 이렇듯 과거 속 상황과 한 때를 소환하기도 하고 감정을 함께 꺼내 보기도 하게 하는 것은 시가 가진 닿음의 한 가닥이 아닐까 싶다. 이래서 사람들이 시를 사랑하고 언제든 꺼내 보기 좋아하는 것일거다.


하물며 5년 다이어리이다. 이를 구성하는 전체 속에 윤동주 시인의 시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 책장을 펼치는 마디마다에서 마음 속에 닿아오는 느낌들은 계절과 함께, 그 해 그 날과 함께 온통 닿음 투성이이다.


다이어리를 펴면 윤동주 시인의 사진과 그 생애가 펼쳐진다. 학생시절의 모습이 마음을 짠하게 한다. 그는 불행했던 역사 속에 태어나 한 시대를 학생으로만 살다 떠났기에, 평범했던 사람이었기 보다는  감수성 예민했고 열렬한 독서가 였던, 그가 떠난 이후에도 그가 남긴 주옥같은 시들이 세월이 흘러도 뭇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가 불운하지 않은 시대 속에 살았었다면, 그저 요즘 학생들처럼 인터넷과 미디어에만 관심 두며 살았었던 사람이었다면, 그런 상상도 해 보게 된다. 또, 좀 더 오래 살아 시인으로서의 삶을 꽃피웠더라면 노벨 문학상의 영광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만 차지하는 책은 아니다. 그가 즐겨 읽었던, 그의 시 속에도 등장하는 프랜시스 잠, 릴케의 시도, 백석과 김영랑과 정지용의 시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발레리,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윤동주

"바람 속에 장미가 숨고 바람 속에 불이 깃들다."    정지용


유난스레 바람이라는 단어가 겹쳐 눈에 들어온다. 가을이어서 그런걸까. 살랑이는 바람 속에 계절이 지나가고 다시 바뀔 일상의 리듬이 감히 내 마음까지 두드리게 되었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지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들어본다. 고개 들 힘이 아직 남아있을까, 의아함도 함께.



이런 마음 속 감정의 엇갈림 속에서 진하게 와 닿는 구절 하나,

" 내 삶이 내 시로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난 너무도 공허해 지붕 위에서 뛰어 내렸을 것이다." 라고 했던 장 콕도의 <30세 시인> 이라는 시에서 나온 구절이 인상적이다. 윤동주 시인과 그가 사랑했던 시인들을 함께 음미해 보면 이 가을 좀 더 의미깊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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