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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빠진 화가들 - 그리스 로마
토마스 불핀치 지음, 고산 옮김, 이만열 추천 / 북스타(Bookstar) / 2019년 4월
평점 :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책은 종류가 다양할 것이다. 얼마 전에도 신화를 다룬 책을 읽었었고 이 책도 신화의 내용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래서 든 생각은, 저자에 따라서 신화를 다루고 어떻게 배열을 하였으며 어떤 생각으로 책을 펴 내었는지의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내용은 각기 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1855년에 발표하였다. 164년 전의 일이다. 그렇다면 독자는 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할까, 와 같은 질문,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 생겨나고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가, 와 같은 근본적인 의문을 가장 첫머리에 두고 생각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래서 신화의 출발에서 천지가 만들어지고 신들이 생겨난 것을 배경으로 인간의 탄생까지 좀 더 넓게 거시적인 안목으로 신화를 읽게 하고 있다. 보통은 신화 속 신들과 인물들의 행태와 행로에 대하여 많은 할애를 하고 있는데 비하여 이 책은 신화의 의의랄까, 독자에게 주는 영향과 이익, 읽어야 하는 의미, 그런 것들을 먼저 주지 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주로 거신들, 티탄족들이 있었던 이야기는 이 책에서 별로 소개하고 있진 않고 암흑 속 혼돈 속에서 벌어지는 하늘과 땅과 공기, 물, 불에 초점을 두어서 그로 인해 생겨나는 모든 부수적인 이야기들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약간은 과학적인 측면도 추가가 된 듯한 느낌도 받았다.
이 책을 번역하여 옮긴 이의 약력도 범상치가 않다. 전공이 무려 3개 이상인 분이다. 경영학, 미술대에서의 산업 디자인, 인문대학에서의 국사학, 그리고 환경분야와 건축까지, 일반적인 분은 아닐 거라는 예상을 하게 한다. 독자로서는 그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신화로써 어지간한 부분에서는 귀로도 듣고 글로도 읽었고, 책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 덕분에 매번 신들과 인간들의 에피소드랄까, 대부분은 낯설지가 않다. 그러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옮긴 이의 다양한 활동 분야처럼 우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얻어지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융합의 학문, 사고의 다양성과 창의력, 이런 것들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일도 아닌,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이해도를 위해서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 밑바탕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이번 책에서는 신들의 그림을 감상하고 읽어가는 내용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어떤 내용들이 어떤 방식으로 접목되어졌을까, 작품에서는 어떻게 바라 보고 있었을까, 와 같은 다른 시각적인 책읽기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다른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과 달랐던 부분이라면 바로 이런 것이라 할 수 있다. 조금 더 깊이있게 이해를 하게 하고 예술 작품을 보더라도, 문학 속에서도 좀 더 빠른 이해를 위해 필독이 우선되어야 하겠구나, 생각하게 만든다. 연극 작품에서도, 소설과 희곡에서도, 서정시, 그림, 조각, 등 왜 그리도 많은 화가들과 예술가들이 어떻게 신화속 인물을 언급하고 비유하고 인용해 왔는지를, 그리고 작품 소재로 삼아 많은 명화와 조각상을 남겼는지를 독자에게 은연 중 좀 더 다가가게 하는 것 같다. 독자가 밀턴의 작품을 읽을 때, 서정시를 쓴 시인들의 시를 감상할 때, 루벤스와 같은 화가가 그린 명화 앞에서 얼마만큼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게 할 지의 척도도 되어 준다는 면에서 신화의 이해는 중요함을 넘어선다 할 수 있겠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어느 정도 읽어 본 독자들이 더 깊이있는 감상을 하기에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가볍지 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