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 무엇을 선택하고 이룰 것인가
미로슬라브 볼프.마태 크러스믄.라이언 매컬널리린츠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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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예일대학생이 선정한 '인생을 바꾼 수업'을 책으로 펴낸 것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다. 먼저는 이런 제목의 대학강의가 존재한다는 것이 새로웠다. 그것도 많은 학생들의 관심과 호응을 넘어서 자신들의 인생을 바꾼 수업이라는 찬사를 얻었다는 것도 놀랍다.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리던 대학이 어느덧 취업사관학교로 변질되어가는 듯한 작금의 한국 대학들에서 만약 이런 수업을 진행한다면 과연 어느 정도의 호응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다소 씁쓸해지기도 한다.



[가치있는 삶- 무엇을 선택하고 이룰 것인가] 책의 제목에서부터 무언가 가볍지 않은 느낌이 든다. 이것은 하나의 질문이다. 하루 하루 그냥 그냥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한편으로는 사뭇 부담스러워 외면하고픈 질문이지만 사실 피할 수도 없이 늘 따라다니는 생이(신이)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 언젠가는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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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치있는 삶, 비전이 있고, 방향이 있고, 기준이 있는 삶, 인생이 던지는 의문에 대해 명확히 대답할 말이 준비되어있을 필요를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기에 이 책이 던지는 화두에 선뜻 몰입하기는 쉽지않다. 그래서 책의 초반부가 다소 느리게 읽혀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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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길 한복판에서 울음을 터드려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삶의 비전이 여러분을 지탱해주길 바랍니다. 언젠가는 세상이 멈추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날이 올거예요. 그리고 폭품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치 있는 삶의 비전이 필요할 겁니다. 여러분이 길 한복판에 주저앉아 울게 되는 날, 여러분의 비전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하고 날카로워져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당장 여러분의 비전이 여러분이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자 여러분을 단단히 잡아주는 닻이 되었으면 합니다."

-[가치있는 삶] p.301~302/ 안젤라 윌리엄스 고렐의 강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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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길 한복판에서 울음을 터뜨려야하는 그 어느날에 나를 지탱해 줄 비전을 발견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평온한 날에도 반드시 필요한 나침반이자 닻을 얻어 더욱 안정되고 성숙한 삶을 살아가는 어른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얻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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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면적으로 '좋은 삶', 단순히 '길고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 아니라 진정으로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차근차근 질문한다. 그 과정은 다소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어느 한 장도 빼놓아서는 안될 고리들 같아서 1장에서부터 15장까지 계단을 밟듯 한걸음씩 올라가보게 된다. 그리고 15장에 이르러 긴 마라톤을 끝낸 듯 숨이 가쁘기도 하지만 다시 한번 좀 더 꼼꼼히 읽어보아야겠다는 마음이 밀려드는 책이다. 인상적인 주제문장을 앞에 던져두고 여러 예시와 비슷한 문장의 반복으로 책을 길게 늘여놓은 요즈음의 자기계발서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단언컨대 이 책은 단 한장도 놓쳐서는 안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한꺼번에 다 읽기보다는 한주에 한 장씩, 함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한께 읽어나가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한권의 책에 15주를 투자한다는 것이 다소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내 인생의 나침반과 닻, 비전을 찾을 수만 있다면야 15주는 오히려 짧은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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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서는 수면으로 표현되는 즉각적이고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자율조종모드(무의식의 영역)에서 다이빙을 하듯 의식의 영역에 속한 효율, 자기인식, 자기초월의 심해 단계로 들어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는 심해에 속한 자기초월의 단계에서 무언가 답을 찾았다면 다시 수면위로 떠올라 삶과 행동의 영역에 반영되도록 해야함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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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으로 돌아가는 길은 곧 호흡할 수 있는 장소로 돌아가는 여정 같으니, 바닷속 깊은 곳에서 얻은 깨달음은 수면에서 마침내 생명을 얻게된다. 살면서 단 한 번도 깊은 바다에 몸을 담그지 않는 것도 어리석지만, 모든 생을 물 밑에서 머무르는 것 또한 어리석다. 끊임 없는 성찰은 결국 우리를 질식 시킬 것이다."

p.62, 가치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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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독자로 하여금 이 책을 읽어나가는 목적의식을 일깨워준다. 심해로 들어가 그저 삶에 대한 지식을 더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요, 거기서 얻은 깨달음으로 삶을 재정비하고 살아려는데까지 마음의 준비를 시켜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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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서는 미디어와 심리학자, 광고 등에서 현대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길고 행복하고 건강한 삶"에 대한 환상을 한꺼풀 벗겨내면서 이와 대조적으로 " 짧고 불행하고 병약한 삶"을 살았던 이들(마틴 루서 킹, 에이브러햄 링컨, 콘스탄스 리턴)을 대조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 삶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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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3장에서는 우리가 의미있고,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의미있다는 것에 대해 대답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짚어준다. 만약 그 대답을 스스로가 한다면 그저 제멋대로 사는 삶에 불과해진다는 것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이런 책임의 원천을 무시하는 삶은 독단적으로 흘러가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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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내리는 선택이 의미 있기를 바란다면... 우리에게는 각자의 선택을 넘어선 책임감의 궁극적인 원천이 필요하다. "

p.93, 가치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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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내면적으로 많은 것을 공유했던 친구가 있었다. 표면적으로 허물없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피상적인 대화를 넘어서 심도있는 주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논할 수 있는 그런 친구였다. 그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는 셀 수가 없다. 매우 주관이 뚜렷하고 성실하게, 자기주도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듯한 그 친구가 어느날 이런 말을 했다. "아주 아주 아주 커다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 사람이 나에게 잘 살고 있다고, 그렇게 살면 된다고 말해주었으면 정말 좋겠어." 이 말이 나에게도 너무나 공감이 되어서 잊혀지지 않기도 하지만, 그 누구의 인정도 필요없이 스스로의 판단과 주관으로 살아간다고 여겼던 그 친구 또한 누군가로부터 의미있는 삶에 대한 인정, 인생에 대해 자신이 내린 답에 대해 반응해 줄 원천이 필요한 한낱 사람이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어 잊혀지지 않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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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에서 좋은 삶은 어떤 느낌인가? 라는 질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벤담을 필두로 하는 공리주의에서는 '최대 행복 원칙'을 통해 선을 더하고 악을 빼며, 쾌락을 더하고 고통을 줄이면 좋은 삶이 된다고 단순하게 정의한다. 선과 쾌락이 더 많은 삶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 경전에서 내려오는 이야기 속 '수바'라는 비구니는 쾌락보다 깨달음이 더 큰 행복이라고 말한다. 또한 오스카 와일드는 슬픔이야말로 진실이고 아름다움의 핵심이라고 한다. 와일드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이 슬픔이라고 할 만큼 슬픔을 통해 얻는 유익이 크다고 말한다. 이처럼 좋은 삶이 어떤 느낌인가에 대해 질문해가다보면 삶에서 우리가 피하고싶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오히려 '좋은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이는 삶에 대해 또 다른 시야를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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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곧바로 주의할 점을 일깨워준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은 수단, 즉 행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목적, 즉 우리가 추구해야할 결말을 이야기 한다. 곧장 수단을 묻는 질문으로 건너뛰었다가는 목적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 없이 '어떻게든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것'이라는 답을 내놓게 될 것이다."

p.144, 가치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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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단을 찾는 것이 아니라 추구해야할 가치와 목적을 찾는 여정이니, 성급한 결론은 짓지 말라고 당부하는 듯 하다. 더불어 이 질문에 대해 답하기 위한 가이드를 정리해준다. 첫째, 멀리 바라보라. 둘째, 숲(행복을 공유할 '우리'라는 범주)의 범위를 설정하라. 셋째, 불확실성에 익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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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인 7장과 8장에서는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속하는 의지와 태도, '무엇을 바라며 살아야 하는가?'에 속하는 환경, '좋은 삶이란 어떤 느낌인가?'에 속하는 정서가 어우러져 하나의 요리, 하나의 큰 그림이 되도록 조율하는 과정들을 짚어준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모순과 의문을 발견하게 되는데 당황하지 말고 오히려 기회로 삼아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풍부한 대답을 얻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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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에서는 삶에서 반드시 만나게되는 한계에 대해 조명한다. 실패와 고통, 죽음에 대해서 찬찬히 짚어가며 삶이 던지는 의문에 대해 신중하게 대답할 때가 반드시 온다는 것을일깨워준다.그 중 고통에 대한 여러 입장들에 대해 인상깊게 살펴보게 되었다. 부처는 집착을 버리고 괴로움에서 벗어나 평정을 찾았다. 부처에게 고통은 벗어나야할 굴레였다. 그러나 이슬람 사상가 알 가잘리는 집착을 버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신의 선함을 믿으면 저절로 평정을 얻게 된다고 한다. 모든 일에는 신성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 괴로운 없이는 진보할 수 없으며, 진보하지 않으면 괴로움 또한 없다."고 설명한다. "삶이라는 사관학교에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문장으로 유명한 니체는 "행복과 불행은 함께 성장하는 오누이이자 쌍둥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불행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행복 또한 최소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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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죽음에 대해서도 소크라테스는 죽음은 질병과 같은 삶에 대한 치유로써 바라보았지만 탁닛한은 태어남과 죽음은 인간이 정립한 개념일 뿐 아무 의미가 없으니 연연하지 말라고 한다. 해글룬드는 죽음은 가슴아프지만 죽음이 있기에 삶이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했다. 기독교의 바울은 죽음을 적이라고 규정했지만 하나님이 인간을 대신해 죽음이라는 적을 물리쳤다고 믿었다.

이처럼 실패와 고통, 죽음에 대한 여러 관점들은 삶에 대한 더 깊은 생각과 깨달음으로 나아가게 도와준다. 그러나 여기에서 저자는 이제 절반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이제 깊은 심해에서 얻은 깨달음이 헛되이 날아가지 않고 수면위 삶으로까지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나머지 절반의 여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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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5부의 13장에서는 토머스 제퍼슨과 로버트 카터 3세를 대조하여 보여준다.

"우리는 다음을 자명한 진리로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하략)."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위 미국의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은 노예무역을 '인간 본성에 반하는 잔혹한 전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사실 600명의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고 노예로 인한 이익을 실제로 계산해본 후로는 반노예주의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함을 주장했던 제퍼슨이 생전에 해방한 노예는 그 600여 명 중에 단 2명 뿐이었다고 한다.

로버트 카터 3세 또한 420명의 노예를 소유한 사람이었지만 하나님을 믿게된 후 하나님이 모든 사람에게 주신 자유를 믿으면서 동시에 노예를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791년 카터는 420명의 노예를 점진적으로 해방하겠다는 계획을 상세히 써 내려갔다. 편법이라고는 조금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품은 이상을 실천하기 위한 고단한 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품은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실천력 뿐 아니라 기억하고 되새기는 시간이 시시로 필요함을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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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바닷속에서 무엇을 배웠든,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깨달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수면에서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 p.345, 가치있는 삶


이어서 14장에서는 변화는 어렵지만 의지와 환경, 신적인 도움을 통해서 그래도 시도해갈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변화를 유지해가는 것은 변화보다 더 어려운데 의식적 성찰과 더불어 공동체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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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 있는 문장을 인용하며 서평을 마치려 한다.

"그러므로 노력을 멈추지 말라. '의문'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고요한 순간을 찾아라. 소리조차 깨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 소란이 잦아들기 시작한 늦은 저녁, 잠시 할 일을 내려준 일과 한 가운데, 언제라도 좋다. 어떻게든 '의문'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라.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가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길 두려워하지 말라." p.401, 가치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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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안에서 삶의 가치를 찾았고, 인생의 나침반과 닻을 이미 발견한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고 확신하는 시간이 되어 의미가 있었다. 또한 이미 가치를 발견하였지만 매일의 삶이라는 수면 위에 어떻게 그 가치를 펼쳐나갈지를 고민하는 "고요한 순간"들로 시작하는 나의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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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자모 서평단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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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 삶의 고비마다 나를 일으킨 단 한 줄의 희망
한동일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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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라틴어 수업], [한동일의 공부법]으로 친근해진 한동일 작가님의 신간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문장]을 읽어보게 되었다. 공부하는 노동자, 한국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교황청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로 알려진 그의 인생에서 빛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준 인생문장들이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보았다. 


시크한 블랙 바탕에 금빛 활자로 찍힌 표지는 독특하고 고급스러워보였다. 삶의 고비마다 그를 일으켜준 라틴어 문장들을  담은 만큼 깊이와 무게가 있는 내용이었다. 인생에 대해, 관계와 상처에 대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해, 일과 공부에 대해, 절망과 희망에 대한 저자가 몸소 깨우치며 얻은 혜안들이 담겨있다. 그래서 담박한 문장에 술술 읽다가도 시시로 멈춰서 가만히 곱씹어보게 한다. 



전체적인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장 운명에 지지않고, 운명을 가지는 자의 문장

2장 절망의 한복판에서 새기는 희망의 문장

3장 그럼에도 끝내 꿈꾸는 자가 품은 문장

4장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나를 흔들어 깨우는 새벽의 문장

5장 공부하는 자가 벽에 붙여둔 용기와 신념의 문장

6장 사람이 던진 비수에 피 흘릴 때 읽어야 할 치유의 문장

7장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최후의 문장



아픔이 스토리가 되게.

Vexatio storia fiat.

벡사티오 스토리아 피아트.


인생에 아픔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찾아온 아픔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입니다. 인생에 아픔이 이유나 핑계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 아픔을 보호막으로 쓰지 마세요. 

(p.105)

아픔이 고여 썩고 무르면 사람을 망치지만, 아픔이 숙성되어 스토리가 되면 한 사람의 생을 증언하는 역사가 됩니다. (p.106)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찾아온다. 하지만 그 아픔을 누군가는 자신이 지금 못나게 굴 수 밖에 없는 이유, 비겁한 보호막으로 쓰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 아픔을 성장과 성숙의 스토리로 숙성시키기도 한다. 나는 내게 찾아온 아픔을 어떤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부디 아픔이 스토리가 되어 내 삶을 증언하는 역사로 일구어가야 하겠다.



겨울나무

Arbores hibernales

아르보레스 히베르날레스


겨울은 나무를 가장 정확히 볼 수 있는 계절입니다. ... 나무의 가장 적나라한 모습...

우리도 우리가 약해졌을 때 겨울나무와 같이 있는 그대로의 가장 정확한 우리의 모습을 보게됩니다. (p. 135)


화려한 꽃도, 무성한 잎사귀도 다 지고나면 나무 본연의 모습이 나온다. 그것이 나무의 참 모습이다. 때로는 꽃으로, 때로는 잎사귀로 치장할지라도 그 본연의 모습은 드러나게 되어있다. 내 인생의 겨울은 나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가 된다. 그러한 때에라도 나의 모습이 부끄럽지않고 당당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삶의 질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가 기른다.

Qualitas vitae non nomina sed adiectiva dividit.

콸리타스 비태 논 노미나 세드 아디엑티바 디비디트.


가령 '삶'은 명사 자체로 있을 때는 그냥 삶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어떠한 형용사가 붙느냐에 따라 그 삶은 '행복한 삶'일 수도 있고 '불행한 삶'이 될 수도 있습니다. ... 더 많은 명사를 부리며 사는 것보다 내가 이미 가진 명사들에 어떤 형용사를 붙일지 고민하는 인생을 꾸려가고 싶습니다. 

(p. 141)


지금 내 삶을 수식하는 형용사는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앞으로 내 삶에 장식하고싶은 수식어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나는 어떠한 인생으로 남기 원하는가... 그 형용사를 구하고 그 형용사를 얻도록 삶의 방향을 조율해가야 하겠다.


내용을 가져라. 

그러면 말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Rem tene, verba sequentur.

렘 테네, 베르바 세퀜투르.


언어를 깊이 사유하고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독서입니다. 성장기와 학창 시절에 무수한 책들을 쌓아놓고 읽은 책 사냥꾼은 언젠가 자유자재로 생각의 창고에서 지혜를 꺼내 쓸 수 있게 됩니다. (p. 228)


책 사냥꾼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독서에 굳이 어떤 목적의식을 두고 행하지는 않지만 읽고 사유하고 음미하며 나의 생각의 창고가 가득해져 말할 내용이 있는 사람, 스토리가 있는 인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조용히 인생에 대해 복잡한 마음을 정돈해주고, 흐릿한 시야를 밝혀주는 것 같다. 라틴어가 주는 그 특유의 향기가 마음을 정갈하게 다독여주는 듯 하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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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건 없지만 내 꿈은 알고 싶어 - 공부보다 중요한 청소년 진로 멘토링
김태연 지음 / 체인지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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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의 앞머리에는 "공부보다 중요한 청소년 진로 멘토링"이라는 소제목이 달려있다. 진로, 어쩌면 인생의 목표라고 불러도 좋을 그 방향을 아는 청소년이 눈 앞의 공부에도 확신 가운데 박차를 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있고,2028년 대학입시정책 방향이 큰 변화를 꾀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올바르고 신속한 진로설정이 청소년들에게는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는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그러나 그 진로라는 것이 호락호락하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죽하면 "태풍은 좋겠다, 진로가 정해져 있어서."라는 유머가 한 때 청소년들 사이에 회자되었을까 싶을 만큼 진로는 막막함 그 자체이다. 이런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 책의 제목이 대변해주는 듯 하다. 하고 싶은 건 없지만 내 꿈은 알고 싶어. 그래서인지 첫째에게 이 책의 표지를 보여주었을 때 아이가 선뜻 읽어보고싶다는 반응을 보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김태연씨는 매년 70여 군데 이상의 초중고 대학교에서 특강과 진로상담을 진행하고 있고 현재 <내일진로>의 대표이다. 이처럼 수많은 상담과 강의를 통해 다져진 내공을 책으로 풀어주는 만큼 청소년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실제로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부분들, 현실적인 대안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이 책은 하고싶은 일과 돈을 많이 버는 일, 세상이 원하는 나와 내가 원하는 나 등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대조해보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관련된 인물들의 예를 통해 방향을 잡아주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등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MBTI, 만타라트, 비전보드, SWOT 분석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또한 변화하는 직업동향, 요즘 세대의 직업선호도에 대해서부터 자퇴, 올바른 선택일까?, 대학은 꼭 가야하나요?, 고교학점제, 내게 맞는 공부법 등 아주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다루어준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비전을 탐구 실현해나가고, 그 과정에서 막막함과 고통이 있을지라도 지금 당장의 '힘듦'에 굴복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또한 자기정체성을 명확히하되 고정된 직업세계나 낡은 가치관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부록으로는 실제상담사례들을 다양하게 담고 있어 비슷한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은 첫째 아이의 글을 덧붙이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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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건 없지만 내 꿈은 알고 싶어> 


나는 이제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에 입학을 앞두며 진로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이 책의 제목 처럼 하고 싶은건 없지만 내 꿈을 찾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처음 엄마가 나에게 이 책을 소개해 주셨을 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제일 인상깊었던 부분이 두 가지가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진로'라는 첫 단추

첫번째는 67페이지에 있는 '존 크롬볼츠'의 우연한 사건을 자신의 경험,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드는 데 필요한 다섯가지 기술 부분이다. 나는 이 다섯가지 기술 중 1번과 5번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1번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호기심인데, 이 호기심이 사람의 참된 욕망이라고 나와있다. 호기심은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과정에서 흥미를 가져다 준다고 한다.  5번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포기해서는 안되고, 안정적인 삶만 추구하다 보면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내가 이 두 가지를 고른 이유는 둘이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1번 처럼 사람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면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5번을 읽어 본다면, 1번을 시도할 용기가 생길 것이다. 안정적인 것만 원하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였던 것 같다. 


똑똑, 길 좀 묻겠습니다 - 10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비전보드 만들기

두번째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142쪽~144쪽의 비전보드에 관한 내용이다. 내가 이 부분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나에게 아직 꿈이 없어서 내가 이걸 만들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꿈이 생기니 꼭 만들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다시 생각해 보면 꼭 나에게 꿈이 없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흥미가 있는 일을 비전보드에 붙이다 보면 진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 <해리포터>를 쓴 조앤 롤링은 어느 날 기차를 타고 부모님 댁으로 가다가 기차에 결함이 생겨서 4시간동안 어느 시골에 앉아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그녀는 심심함을 달래고자 마법학교에 대해 상상을 했는데, 이 이야기가 훗날 해리포터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상상이란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이 책에 비전보드가 나온 이유는 자신의 비전보드를 보며 내 미래를 상상하다 보면 언젠가는 목표를 달성한 자신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전보드를 보다 보면 동기부여도 되고, 자신의 목표 또한 더욱 뚜렷해 질 것 같다.


이 책은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비전보드에 관한 부분이 굉장히 재미있고, 신기했다. 나는 이제 꿈을 정했지만 아직 꿈을 정하지 못한 내 또래 친구들과 아직 목표를 이루지 못한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도 꿈을 위해 용기를 내어 많은 도전을 해보고 호기심을 가지고, 내 비전보드를 꾸며보고 싶다.



* 미자모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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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쌤의 사자성어 속담 일력 365 (스프링) - 초중고 필수 한자 완전정복!
이은경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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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슬기로운 초등생활'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시는 이은경쌤은 대한민국 엄마들의 든든한 멘토이시다. 지난 5년간 유튜브채널이나 강연, 네이버 오디오클립, 네이버카페 등을 통해 초등공부, 학교생활, 부모성장 등에 대해 아낌없이 나눠주셨기 때문이다. 이렇게 엄마와 아이들 모두에게 신뢰받는 멘토 이은경쌤이 이번에 사자성어와 속담을 담은 일력을 펴내셨다. 선생님은 이 일력에 교육부지정필수한자어휘를 알차게 담아내고, 초중고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거치는 성장통과 시행착오를 이겨내게 도와줄 수 있는 사자성어와 속담들로 선별하여 담으셨다고 한다. 


깔끔하고 귀여운 앞표지와 더불어 뒤표지에는 이은경쌤의 필체로 담긴 응원메시지가 담겨있어 일단 편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일력을 열어보게된다.이은경쌤의 사자성어 속담일력은 7일을 주기로 5일은 <오늘의 사자성어>를 담고있고, 2일은 <오늘의 속담>을 담고있다. 


<오늘의 사자성어>는그 뜻풀이와 함께 각 한자의 음과 뜻을 달아주고 그 사자성어가 사용된 짧은 글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사용된 한자 가운데 두 글자를 뽑아 다른 어휘 속에서 어떻게 쓰였는지도 보여준다. 사자성어를 통해 한자공부, 어휘공부, 문장 공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알찬 페이지들이다. 


<오늘의 속담>에서는 제시된 속담의 의미를 글로 제시할 뿐 아니라 재미난 만화로 표현하여 눈에 쏙 들어오게 한다. 그리고 비슷한 속담이나 사자성어를 첨부하여 어휘를 확장해갈 수 있게 돕는다. 


은경쌤이 서문에서 얘기하시듯 부담없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하루하루 일력을 넘겨가다보면 어느새 한자와 속담, 어휘와 문장에서 일취월장해 있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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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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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밀러가 우리에게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알려준다고 한다면, 캐럴 계숙 윤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고기가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이야기 한다.이렇게 말하면 얼핏 서로 모순처럼 들릴 것도 같은데, 사실 둘 다 폭압적인 도그마를 거부하는 상보적 관점이며, 서로 어우러져 더 완전한 원을 이루는 반쪽이자 거울상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아쉽게도 <물고기는 존재하지않는다>를 읽어보지 못한 채 이 책을 읽게되었지만 이 책이 주는 임팩트와 흥미만으로도 충분히 분류학에 대해, 생명 세계에 대해, 과학과 움벨트에 대해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즐거이 음미할 수 있었다. 분류학에 대한 책이 이렇게나 흥미로운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 그러면서 이 책은 과연 어느 영역에 속하는 글일까를 한번씩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쉬이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저자가 사랑하는 이명법에 따라보자면 분류학 에세이, 또는 분류학 변천사 정도로 볼 수도 있겠으나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 분류이다. 소소하지만 생물만이 아니라 무생물인 책도 자연스럽게 익숙한 기준 가운데 분류하고자하는 내 안의 인간 본성이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저자는 린나이우스(나에게는 린네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지만)를 통해 체계화되고 확립된 전통분류학이 이후 다윈을 통해 진화분류학으로 나아가게되고, 이후 수리분류학의 공격과 공생, 분기학의 맹렬한 조롱과 파괴 속에서 살아남아 알파분류학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매우 상세한 스토리텔링 가운데 흥미진진하게 전달해준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전통 분류학이 생성되게 한 원동력이자 핵심기준이 되어준 자연과 생물세계에 대한 인간 본연의 감각과 비전을 움벨트로 지칭한다. 


움벨트는 글자 그대로 '환경' 또는 '주변세계'를 뜻하는 독일어 단어이지만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그 단어로 더 구체적인 무언가를 가리켰다. 이 생물학자들에게 움벨트란 지각된 세계, 즉 한 동물이 감각으로 인지한 세계를 의미한다.  

자연에 이름붙이기, p.35

저자는 분류학의 변천 역사를 이러한 생명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인간 특유의 시각이자 직관적인 감각체계로 설명될 수 있는 '움벨트'와 실험과 데이터로 무장한 '현대과학'의 싸움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2세기가 넘도록 진행된 그 싸움 가운데 움벨트에 기반한 직관에 의존하여 세워진 전통분류학이 끊임없이 공격받고 조롱받아왔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마침내 빌리 헤니히의 방법론에 근하여 분류학을 재정의하려는 급진적인 분기학파에 의해 물고기는 하나의 분류군의 인정할 수 없는 존재라고 선포되고만다. 분기학파의 이론에 의하면 물고기가 없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새는 공룡에 속하고 얼룩말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이는 그들이 주장하는 과학적인 이론에 의하면 진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타고난 감각과 특유의 움벨트를 지닌 인간이 받아들이는 실제세계와는 괴리감이 크다. 이에 저자는 엄연히 존재하는 생명세계를 무시하고 과학의 시각만을 신봉하고 따를 필요는 없다라고 결론짓는다. 

과학은 과학대로 생명세계를 탐구하고 체계화해가겠지만 우리는 움벨트에 기반한 각자의 감각을 통해 생명세계를 탐조하며 마음껏 누리고 돌보라고 한다. 현대과학이 실행하고 있는 개념의 추구가 생명 자체의 추구를 압도적으로 내리눌러버린 나머지 실재하는 생명의 세계가 일그러져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선들을 그어야만하고. 일정한 인간적 방식들에 따라 선을 그을테지만. 우리끼리도 과학자들과도 항상 정확히 똑같은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생명에서 읽어내는 세계는 매혹적인 관점들이 가득한 세계이며, 그 관점에는 과학도 포함된다.이 모든 관점 하나하나와 모든 생물을 다 유지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어디있단 말인가?

자연에 이름 붙이기, p.408

사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는 생명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유일한 방법이 과학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그러나 생명의 분류에는 과학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존재함을 알게되면서(움벨트, 민속분류학, 생명세계를 인지하는 뇌의 부분 등) 생각을 전환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너무나 명확해 보이는 과학과 함께 다소 두루뭉실해보이는 움벨트 또한 생명세계를 지각하고 정의하는 중요한 관점으로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더불어 과학에 모든 것을 의존하면서 생명 세계와 분리되어가는 세태를 안타까워하면서 각자의 움벨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생명세계를 실제적으로 보고 듣고 누리라고, 생명에 대한 경이를 회복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단 하나의 해법은 없다. ... 분류는 옳거나 그렇지 않으면 틀린 것이라고 단순하게 볼 것이 아니다. ... 생물은 하나의 진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사고라는 백색광을 무수한 명암과 색조의 분류학으로 흩뜨릴 수 있는 프리즘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409

생물학이나 분류학에 문외한이던 나에게  지혜롭고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통해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고 움벨트에 대해 지각하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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