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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 삶의 고비마다 나를 일으킨 단 한 줄의 희망
한동일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에게 [라틴어 수업], [한동일의 공부법]으로 친근해진 한동일 작가님의 신간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문장]을 읽어보게 되었다. 공부하는 노동자, 한국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교황청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로 알려진 그의 인생에서 빛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준 인생문장들이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보았다.
시크한 블랙 바탕에 금빛 활자로 찍힌 표지는 독특하고 고급스러워보였다. 삶의 고비마다 그를 일으켜준 라틴어 문장들을 담은 만큼 깊이와 무게가 있는 내용이었다. 인생에 대해, 관계와 상처에 대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해, 일과 공부에 대해, 절망과 희망에 대한 저자가 몸소 깨우치며 얻은 혜안들이 담겨있다. 그래서 담박한 문장에 술술 읽다가도 시시로 멈춰서 가만히 곱씹어보게 한다.

전체적인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장 운명에 지지않고, 운명을 가지는 자의 문장
2장 절망의 한복판에서 새기는 희망의 문장
3장 그럼에도 끝내 꿈꾸는 자가 품은 문장
4장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나를 흔들어 깨우는 새벽의 문장
5장 공부하는 자가 벽에 붙여둔 용기와 신념의 문장
6장 사람이 던진 비수에 피 흘릴 때 읽어야 할 치유의 문장
7장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최후의 문장
아픔이 스토리가 되게.
Vexatio storia fiat.
벡사티오 스토리아 피아트.
인생에 아픔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찾아온 아픔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입니다. 인생에 아픔이 이유나 핑계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 아픔을 보호막으로 쓰지 마세요.
(p.105)
아픔이 고여 썩고 무르면 사람을 망치지만, 아픔이 숙성되어 스토리가 되면 한 사람의 생을 증언하는 역사가 됩니다. (p.106)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찾아온다. 하지만 그 아픔을 누군가는 자신이 지금 못나게 굴 수 밖에 없는 이유, 비겁한 보호막으로 쓰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 아픔을 성장과 성숙의 스토리로 숙성시키기도 한다. 나는 내게 찾아온 아픔을 어떤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부디 아픔이 스토리가 되어 내 삶을 증언하는 역사로 일구어가야 하겠다.
겨울나무
Arbores hibernales
아르보레스 히베르날레스
겨울은 나무를 가장 정확히 볼 수 있는 계절입니다. ... 나무의 가장 적나라한 모습...
우리도 우리가 약해졌을 때 겨울나무와 같이 있는 그대로의 가장 정확한 우리의 모습을 보게됩니다. (p. 135)
화려한 꽃도, 무성한 잎사귀도 다 지고나면 나무 본연의 모습이 나온다. 그것이 나무의 참 모습이다. 때로는 꽃으로, 때로는 잎사귀로 치장할지라도 그 본연의 모습은 드러나게 되어있다. 내 인생의 겨울은 나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가 된다. 그러한 때에라도 나의 모습이 부끄럽지않고 당당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삶의 질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가 기른다.
Qualitas vitae non nomina sed adiectiva dividit.
콸리타스 비태 논 노미나 세드 아디엑티바 디비디트.
가령 '삶'은 명사 자체로 있을 때는 그냥 삶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어떠한 형용사가 붙느냐에 따라 그 삶은 '행복한 삶'일 수도 있고 '불행한 삶'이 될 수도 있습니다. ... 더 많은 명사를 부리며 사는 것보다 내가 이미 가진 명사들에 어떤 형용사를 붙일지 고민하는 인생을 꾸려가고 싶습니다.
(p. 141)
지금 내 삶을 수식하는 형용사는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앞으로 내 삶에 장식하고싶은 수식어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나는 어떠한 인생으로 남기 원하는가... 그 형용사를 구하고 그 형용사를 얻도록 삶의 방향을 조율해가야 하겠다.
내용을 가져라.
그러면 말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Rem tene, verba sequentur.
렘 테네, 베르바 세퀜투르.
언어를 깊이 사유하고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독서입니다. 성장기와 학창 시절에 무수한 책들을 쌓아놓고 읽은 책 사냥꾼은 언젠가 자유자재로 생각의 창고에서 지혜를 꺼내 쓸 수 있게 됩니다. (p. 228)
책 사냥꾼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독서에 굳이 어떤 목적의식을 두고 행하지는 않지만 읽고 사유하고 음미하며 나의 생각의 창고가 가득해져 말할 내용이 있는 사람, 스토리가 있는 인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조용히 인생에 대해 복잡한 마음을 정돈해주고, 흐릿한 시야를 밝혀주는 것 같다. 라틴어가 주는 그 특유의 향기가 마음을 정갈하게 다독여주는 듯 하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