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에서 바로 써먹는 한자어 문해력 80
김진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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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후 교내서점에서 처음으로 대학전공서라는 존재들을 펼쳐보았을 때가 생각난다. 법과 경제, 사회과학 전공서들은 하나같이 벽돌책이었고 꽤 많은 한자어가 병기 또는 표기되어 있었다. 한 두 페이지를 읽는데도 중간 중간 한자어들에 막혀 다소 시간이 걸렸다. 그보다 당황스러웠던 것은 한자어를 포함해 문장과 문단을 열심히 읽어냈지만 이 텍스트의 전체 의미가 내게 와닿지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낭패스러웠다. 법학용어, 경제용어, 사회학 용어 등이 내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이와 같은 현상이 종종 있었다. 읽었으나 읽어내지 못한 상태를 경험해본 나로서는 이 책의 저자가 말한 내용들이 퍽 공감이 간다.

🔸️텍스트를 읽고도 의미가 잡히지 않는 이유는 사고의 엔진인 단어의 해상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어휘의 속뜻이 흐릿하면, 글쓴이가 세워둔 논리의 바닥을 판독하지 못하고 결국 출제자가 파놓은 추론의 함정에 빠지고 맙니다. 🔸️

또한 이런 현상은 단지 사회과학과 같은 비문학의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문학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남을 저자는 알려준다.

🔸️문학은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관계와 정서의 지도입니다. 많은 이들이 문학을 운이나 감에 맡기곤 하지만, 인물이 느끼는 '연민'과 '체념의 한끗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면 감상은 길을 잃고 맙니다. 텍스트 뒤에 숨겨진 마음의 암호를 풀기 위해서는 정교한 판독 도구가 필요합니다. 🔸️

이처럼 한자어는 우리에게 단어의 해상도를 높여주어 텍스트의 참의미에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돕는다. 또한 문학속 화자의 심리를 헤아리고 문장의 행간을 읽어야하는 타이밍에는 정교한 판독 도구가 되어준다.

 


이 책에는 문학과 비문학(사회, 과학, 인문)의 기초이자 도구가 되는 80개의 단어를 엄선하여 그 의미를 정확하고 세밀하게 이해시켜준다. 또한 ▪️이 단어가 시험지에 나올 때▪️라는 코너를 두어서 각 단어가 시험문제에서는 어떤 의도를 가진 도구로 쓰이는지를 친절하고 예리하게 분석해준다. 수험생들에게는 이 부분이 참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6장에는▪️시험지 속 함정을 피하고 의도를 읽는 한자어▪️ 파트를 실어두어서 지문을 완벽히 이해하고도 문제와 선택지에 매복된 함정에 빠져 실수하고 마는 상황을 예방해준다. 여러모로 매우 꼼꼼하고 예리한 한자어 사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의고사를 치르며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권해주고싶은 어휘책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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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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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광부가 될 운명이었던 한 소년의 삶을 바꾼 어느 찬란했던 여름날의 기록"




🔸️전쟁이 있었다. 분쟁이 끝났지만 그것을 통과한 이들이 고향까지 그 기억을 이고 왔기에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의 눈빛 속에 전쟁은 형형히 살아 있었고, 피로 물든 망토처럼 어깨를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심장에서도 전쟁이 자라났다. ...결코 뽑히지 않는 시커먼 꽃과도 같았다. -21쪽


로버트는 2차세계대전이 마칠 무렵 16살이 된 소년이었다. 전쟁이 시작할 즈음에는 아직 어렸던 터라 참전을 용케 피하였지만 고향으로 돌아온 군인들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여러모양으로 체감하였다. 참전을 피하여 살아남은 자로서 전쟁으로 죽거나 부서진 채로 돌아온 또래들에 대한 마음의 부채도 적지않았을 것이다. 전후의 상처와 공허 속에서 그는 전쟁에서 승자는 아무도 없고 어떤 이들이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덜 패할 뿐이라는 사실 또한 깨닫는다. 

이제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자신 또한 광부가 되어 땅 속 갱도를 더듬으며 살아야한다는 끔찍한 사실에 직면한다. 또한 먼저 죽어간, 의미없이 부서진 또래들이 누리지 못한 생에 대한 깊은 갈망을 느낀다. 그는 집을 떠나 삶을, 자연을 탐닉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느낀 것이다.


🔸️삶은 저 바깥에서 내가 게걸스럽게 먹어치워주기를, 허겁지겁 집어삼켜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각이 내 안에서 깨어났고, 도무지 만족을 몰랐으며, 나로서는 그것을 감당해야 했다.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혹은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깔려 익사하듯 죽어간 또래들을 위해서라도 내게는 삶을 탐닉해야할 의무가 있었다. -23쪽


그렇게 길을 떠난 로버트는 이곳 저곳 허드렛일을 해주며 식량을 자급하고 헛간이나 들판에서 잠을 자며 나아간다. 그리고 바닷가 어느 마을에서 덜시 파이퍼라는 한 부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정원을 손질해주며 식사를 얻어먹고, 별채를 수리해주며 식사와 잠자리를 얻는다. 오래 머물지 않고 바다를 향해 더 나아가려던 로버트는 덜시의 훌륭한 식사에 낚여서, 더불어 그녀에게 느껴지는 어떤 필요에 부담을 가지며 하루, 하루 더 머물게 된다. 방대한 지식과 훌륭한 요리솜씨를 가진 덜시를 통해 로버트는 인생에 대해, 바다에 대해, 전쟁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 문학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가고 로버트는 소년을 지나 청년에 이른다. 그리고 주어진 운명이 아니라 선택한 운명을 향해 나아간다. 


이 소설은 영국의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매우 세밀하게 묘사해서 읽는 내내 풍경을 머릿 속에 그려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또한 작가인 벤자민 마이어스가 영국의 더럼 출신이라고 하는데 소설 안에서 로버트의 고향이 더럼으로 나온다. 어쩌면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도 추측해본다. 

또 소설 중간에 더럼의 시장광장에 있는 런던데리 후작의 동상, "말 탄 사람"이 나오는데 그에 얽힌 일화가 흥미롭게 언급되어서 인터넷에서 직접 그 동상을 검색 확인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소설 속 덜시 파이퍼를 통해 간접적으로 얻는 지식과 교훈의 분량이 상당한 것 같다. 소년 로버트의 여정과 함께 나 또한 덜시에게 인생 강의를 집중적으로 수강한 듯 하다. 




또 이 책을 통해 시와 문학이 존재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곰곰 생각하게 되었다. 시와 문학은 인간의 내면을 풍요롭게 해서 전쟁 따위는 생각하지 않게 한다는 덜시의 말처럼... 예술과 문학은 권력과 실리의 세계 너머 눈에는 보이지않지만 너무나도 가치있는 것들을 일깨워준다. 그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세상은 자유롭고 또 평화로워질 것이다. 첨단 기술과 AI가 위상을 드높이는 이 시대에 문학과 인문학의 필요성을 다시금 어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네가 지금까지 느낀 모든 감정은 너보다 앞선 누군가가 느꼈던 거란다. ... 바로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게 시의 존재 이유지. 시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일러주는 인류의 표현방식이야.  ...시는 시대를 초월해 공명하는 위로의 목소리를 들려주지. - 138쪽

🔸️"마음이 풍요로운 이들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지. 그건 확실해. ... 모든 순수가 사라진 지금, 어떻게 해야할까? ... 이 모든 무의미한 폭력 속에서 반드시 좋은 것이 탄생해야만 해. 시와음악과 와인과 낭만이 길을 안내하게 하자꾸나. 자유가 승리하게 하자꾸나." - 144쪽


[수평선 너머]는 자연의 수려한 묘사에서부터 인생과 사람, 전쟁에 대한 정제된 문장들이 가득해서 밑줄 긋거나 필사할 것이 상당히 많았다. 

인생에 대해 탐닉하고 전망해야하는 청소년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글로 한껏 느끼고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싶다. 그리고 찬찬히 삶을 음미하듯 읽어보라고 권하고싶다.


* 춢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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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기쁨 - 개정판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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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끼는 타샤 튜더 시리즈가 하나 더 나온 것을 보고 아직 무슨 내용인지 살펴보지 않고도 타샤 시리즈는 소장해야 한다는 마음부터 한 가득.


개정된 시리즈의 표지가 서로 너무나 조화롭다. 쨍한 노랑과 보라에 이어 이번엔 초록이다. 햇살이 드는 창문가에 두면 딱 어울리겠다.

[타샤의 기쁨]은 '타샤가 사랑한 문장들'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그 설명답게 책의 내용은 타샤가 아끼는 문장들,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문장들이 손수 그린 다정하고 아름다운 그림과 조화롭게 펼쳐져 있다. 타샤의 독서노트이자 그림을 곁들인 필사노트인 셈이다.



헨리 제임스, 헨리 데이빗 소로, 랄프 왈도 에머슨, 조지프 콘래드, 몽테뉴, 마크 트웨인 등 다양한 작가들의 책을 읽은 타샤가 고르고 고른 문장들이 한 책에 모여있는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나 랄프 왈도 에머슨, 오마르 카얌의 문장이 여러 번 나오는 것을 보면 타샤가 아끼는 작가들이 아닌가 짐작해보게 된다. 또 한글 번역 문장과 함께 영어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서 그 문장의 의미와 뉘앙스를 좀 더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서문에서 타샤는 "그저 과거와 현재의 추억에서 건져 올린 기쁨의 말만 오롯이 담았다"고 표현한다. 그녀에게 기쁨을 준 문장들이 이제는 그녀의 그림과 더불어 더욱 더 큰 힘을 얻어서 현재의 독자들에게도 잔잔하고 깊은 기쁨과 평화를 전해주는 듯 하다.



"좋은 책은 좋은 독자가 만든다.

어느 책에나 마음을 찌르는 한 구절,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가장 심오한 사상과 열정은

그와 똑같은 영혼을 가진 이가 발견해줄 때까지

잠자고 있다."​

- 랄프 왈도 에머슨,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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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도 카페에서 책 읽고 싶어 - 책 읽는 할머니의 명랑한 독서 노트
심혜경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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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떤 책을 읽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겠다." 사람들마다 좋은 책에 대한 정의는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정의는 책을 읽고 나서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책이다.
- 심혜경

이 책의 부제는 "책 읽는 할머니의 명랑한 독서노트"이다. 책 읽는 할머니라니! 꽤 마음이 동하는 이름이다. 책 읽는 아이에서 책 읽는 어른이 된 나는 이제 자연스럽게 책 읽는 할머니를 꿈꾸게 되나보다. 할머니가 되어 읽는 책들은 어떤 것이고 또 그 시기에는 어떤 의미로 다가와 어떤 감상으로 남게 되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열었다.

저자 심혜경님은 27년간 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원서 읽는 재미에 푹 빠져 번역가가 되었다고 한다. 책과 배움에 대한 열정 그리고 명량함이 마르지 않고 솟아나는 분 같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다양한 관심사가 배움으로 이어지는 실천을 엿보게 되는데 정말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명랑한 할머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양한 배움에 목마른 듯 하지만 시간을 내지 못한 채 세월만 보내곤 하는 나와는 사뭇 다른 실행력이 부럽기만 하다. 그런 나에게 직접 말하는 듯 내 마음을 두드리는 문장이 있었다.

"사람들은 때를 기다리며 산다. 때가 되면 하려고 미뤄 둔 일이 누구에게나 두어 가지쯤은 있지 않나. ... 어떤 일을 하기에 적절한 나이, 혹은 완벽한 타이밍이 존재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오해는 거절하고 싶다. 그러므로 하고 싶은 일, 꿈꾸던 일이 있다면 곧바로, 하루라도 더 먼저 시작하는 게 정답이다."
김민철 작가의 <모든 요일의 기록>에 대한 서평에서 나온 내용이다. 나에게는 더 좋은 때를 위하여 미뤄둔 일들을 마음에서부터 하나씩 꺼내보게 만드는 문장이다. 그리고 심혜경 작가는 이를 마치 본능처럼 일생 실천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내 행복열쇠를 다른 사람의 주머니 속에 넣으면 그때부터 그 사람에게 휘둘리게 된다. ...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바로 자기 자신과의 관계다.
- 험블 더 포에트,< 나에게 보내는 101통의 러브레터>
관객이 배우의 연극에 몰입되지않아야 비판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브레히트의 "소격효과"를 인용하면서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 해도 한뼘 정도 거리를 둬야 한다는 저자의 감상에 나 또한 공감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늘 바람이 통하고 물길이 흐를 수 있어야 건강한 것 같다. 칼릴 지브란이 이상적인 부부 관계에 대해 조언한 것처럼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일에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고싶은 사람은 없다. 부질없는 걱정은 끝내 부질없음으로 끝나게 된다. 애초에 그 단어의 뜻이 그렇게 생겼다. 그러니 내버려두는 수 밖에. 그리고 나 자신을 먼저 걱정하기를.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아야 머릿속이 정리되고 새로움을 채울 공간이 생긴다. "
멜 로빈스의 [렛뎀 이론]을 읽으면서 저자가 남긴 감상이다. 부질 없는 걱정은 끝내 부질없음으로 끝나게 되어있으니 내버려두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이 꽤나 안심을 준다. 인생을 보다 오래 살아본 선배로서의 경험담을 듣는 기분이 들기도 하다.

이 책을 다 읽더라도 심혜경 작가의 독서력은 간단히 정리, 분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매우 다양한 책을 읽고 남긴 감상이고 그 감상 안에는 또 다른 작가들의 말이나 글이 인용되거나 엮어져 있다. 나는 분명 한 권의 책을 읽었지만 이 안에는 심혜경 작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 58권의 책이 담겨있고, 그 책들 한권 한권에 대한 감상을 열어보면 그 안에는 또 다른 책과 작가가 구비구비 펼쳐지기 때문이다. 책 속의 책 속의 책 속의 책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이 한 권을 통해 다양한 책과 작가 그리고 심혜경 작가의 삶을 한꺼번에 간접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우 가성비가 높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심혜경 작가의 생에 대한 호기심, 책에 대한 숭배에 가까운 애착, 배움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열정, 어느 순간에라도 잃지않는 명랑한 삶의 태도가 곳곳에서 묻어나는 책이다.

이런 어른이 곁에 있다면 든든하고도 재미날 것 같다. 나도 내 나름의 명랑하고도 발랄한 노년을 그려보게 된다. 아무튼 곁에 책이 있는 한 마음은 쉬이 늙지않고 생에 대한 호기심 또한 쉬이 줄지 않으리라는 희망도 얻게된다.

📚 원래부터 나는 책을 추앙해 왔다. 책은 언제나 내게 도움을 주는 존재였으니까. 영원한 내편. - 심혜경, 202쪽

📚인생은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타인의 기대에 얽매이지 말고, 당신만의 길을 걸어라. 주요한 것은 밖이 아니라, 이미 당신 안에 존재하는 가치다. 그 가치를 따라, 스스로 선택한 길을 당당히 걸어가라.
- 프리드리히 니체, <위버멘쉬>

📚 교양은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됩니다.내 안에 있는 호기심을 죽인다는 것은 교양을 쌓을 기회를 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호기심은 이 세계에 과연 어떤 수많은 것들이 존재하는지를 알고자하는 끊임없는 갈망입니다.
- 피터 비에리 <피터 비에리의 교양수업>

📚 우리가 배운 것이 우리를 만들어 간다.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공부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가 배운 것이 어딘가에 남아있다가 어느 순간에 도움을 줄지는 아무도 모르므로, 자신이 좋아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배움을 꾸준히 지속해나가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 심혜경, 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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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있는 국어 수업 : 현대시 - 교과서 수록 작품 톺아보기 성격 있는 국어 수업
이현실.남상욱 지음, 애슝 그림 / 풀빛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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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시작하고 있는 오늘(3월 21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시의 날"이라고 한다. 이는 시적 표현을 통해 언어의 다양성이 증진되도록 지원하고, 위험에 처한 언어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유네스코가 바라는 목표이다. 시적 표현은 일상어와는 다른 절제된 맛과 멋이 있기에 언어의 다양성을 아름답게 잘 드러내준다.


어린시절에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어서 집에 굴러다니던 책들을 하나 하나 읽어내며 심심함을 달래던 나는 그 책들 중에서도 시집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그 중에는 워즈워스의 "무지개"라든지,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구르몽의 "낙엽"과 같은 영미시를 모아둔 시집도 있었고, 김소월의 "산유화", 정지용의 "향수", 윤동주의 "서시" 등이 담긴 한국시집도 있었다. 아직 시를 배운 적은 없지만 그 함축적, 비유적인 언어표현이 꽤나 마음 설레게했다. 그리고 작가들마다 특유의 문체나 분위기, 자주 다루는 주제가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느끼며 내 나름의 감상을 시도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국어시간에 시를 감상하는 것은 나름 친숙하고 즐거웠고 자연히 나는 모든 사람이 이처럼 시에 대한 애정과 향수가 있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어느 순간 알게 되었고, 내 아이들이 문학 중에서도 시를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서 또 한번 인정하게되었다. 그러면서도 그 이유가 시를 시답게, 시간을 들여 음미해보지 못해서일거라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 여유로운 음미의 시간을 통해 터득할 수 있는 시 감상법을 효과적으로 터득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가이드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일단 시를 통해 드러난 시적 화자의 기질과 성향을 파악하면서 MBTI로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MBTI는 남녀노소 모두의 화제인 터라 청소년들이 시적화자를 친근하게 이해하기에는 아주 효과적인 도구가 되어준다.


"특히 시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시속 화자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시를 분석하기 전에 화자를 소개받는다고 생각하세요. 모든 시에는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화자가 존재합니다. 시 속 화자는 시인의 가장 뜨거운 진심이 투영된 존재입니다. ... 친구의 MBTI를 궁금해하듯 화자를 대한다면 어느새 그토록 어려웠던 시는 여러분의 친구가 건네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거예요. " - 이현실, 남상욱-



전체적인 구성은 시 원문과 그 시의 전체적인 감상, 그리고 화자의 MBTI에 근거하여 작품의 특징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해준다. 그리고 시 속 <어휘>에 대한 부연설명을 통해 시에서 그 어휘가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를 알려준다. 이 부분도 매우 유용한 것 같다. 그리고 이어서 <핵심 포인트> 코너에서는 이 시에 나타난 표현방식과 문학개념이 잘 정리되어있다. 그리고 함께 읽으면 좋을 시들이 소개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이 시를 감상하며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활동들이 실려있어서 여러모로 유용한 내용이 많다.


이 책에는 윤동주의 시가 2편이 실려있다. 하나는 "자화상"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길"이다. 그런데 "자화상"의 화자는 INFP로 분류되어 있지만 "새로운 길"의 화자는 INFJ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새로웠다. 같은 시인이 쓴 시라 해도 그 시에 드러난 시적 화자의 성향이나 태도가 다를 수 있다는 당연한 개념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자화상"의 화자: 도덕적 책임감과 내면의 진실함을 추구하는 INFP형 화자

"새로운 길"의 화자: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꿈꾸는 세상을 행해 나아가는 INFJ형 화자



이 책은 시를 감상할 때에 주제나 문학적 개념을 무작정 주입하기에 앞서 시 안에 살아있는 <시적 화자>의 존재를 먼저 주목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문학 감상 가이드인 것 같다. 시 감상이 어렵거나 시적 화자의 개념이 친숙하지않은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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