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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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의 소설은 무척이나 오랫만이다. 그래서인지 초반에 약간의 낯가림이 있었다. 하지만 지명이나 등장인물들의 이름, 일본의 교육시스템 등과 친숙해지고나니 이야기는 매우 속도감 있게 읽혀지면서 몰입이 되었다.


이 흥미로운 소설은 도쿄에 있는 히가시신주쿠고등학교의 야간반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조금은 괴짜 같고 학생들과 과학을 사랑하는 후지타케 선생님이 있다. 이 야간반의 학생들은 저마다의 사정과 사연을 가지고 있다.

야나기다 다케토는 난독증으로 중학교때 학업을 중단하고 스스로를 불량품이라 여기지만 상처를 숨긴다. 필리핀 혼혈인 고시카와 안젤라는 남편과 딸의 응원과 지원으로 식당을 맡기고 야간반에 다니게 되었지만 공부가 어렵기만 하다. 나토리 가스미는 자율신경계이상으로 제때에 학교를 다니지못했다. 나가미네 쇼조는 생계문제를 해결하고자 중학교를 마치자마자 고등학교 진학이 아니라 취업부터 하게되었다.

이들은 나이나 배경이 모두 다르지만 후지타케의 도움으로 학교생활과 학업에 대한 자신만의 이유와 동기를 되찾아간다. 그리고 후지타케의 제안과 열정에 힘입어 함께 과학부를 만들게 되고, ‘화성 크레이터’를 재현하는 실험을 시작한다. 각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이야기 속에 잘 녹여져 있어 공감하면서 읽게되었다.

p.234

“좋은 추억 같은 건 하나도 없어도, 집에 틀어박혀 있었던 시기가 있었어도,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마음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아.”

p.341

“자신의 장래를 똑바로 뻗어 있는 외길처럼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어요. ”

p.308

실험이란 것은 말이지, 예상외의 결과가 나오고 나서부터가 진짜야...

또 중간중간 펼쳐지는 기발한 과학실험들의 묘사도 흥미로웠다. 지구행성물리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저자의 이력에 걸맞게 지구과학 지식을 실험으로 잘 묘사하고 있어서 스토리만이 아니라 과학적 지식전달의 측면에서도 훌륭한 작품이다. 청소년들도 진로, 학업에 대한 고민에서 접근하거나 과학지식에 대한 관심에서 접근하더라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인 것 같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로도 제작방영되었다고 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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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낙관주의자
수 바르마 지음, 고빛샘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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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카이스트 정재승교수님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 마음대로 사람을, 세상을 통제할 수 없음을 무기력감 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라고 하신 것이 내게는 꽤나 공감이 되었다. 현실을 통제할 수 없다고 마냥 비관하지도 않고 그저 막연한 희망을 주입시키지않는 성숙한 어른의 자질을 잘 표현한 것 같아서이다. 나는 막연한 긍정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할 수 있다."라든지, "다 잘 될거야."를 주문처럼 되뇌이며 자신을 다독이는 것은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단순한 낙관주의나 막연한 긍정론이 아니라 "합리적 낙관주의"라는 책의 제목에 호감이 갔다.


"비관주의자는 바람을 탓하고, 

낙관주의자는 바람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현실주의자(합리적 낙관주의자)는 돛을 조정한다. 

- 윌리엄 아서 워드(William Arthur Ward)-


저자인 수 바르마는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이며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정신건강프로그램 책임자로서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오랫동안 정신건강 회복과 회복탄력성을 연구했다. 그런 연구 가운데 합리적 낙관주의에 대한 이론과 개념을 수립한 내용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합리적 낙관주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합리적 낙관주의는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과 주도적인 태도로 삶의 본질적인 불확실성과 존재의 불가해함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때로는 그것을 깊이 이해하고 음미하는 마음가짐이다. " -p.28

불안과 회의, 낙담으로 가득한 현대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무력감을 경험한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그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하지만 이같은 무조건적인 희망은 그다지 힘이 없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한 채 그 순간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게 만들 뿐이다.

저자는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는 공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희망 중에도 불안할 수 있고, 최선을 기대하면서도 의심을 하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낙관이나 비관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여서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고 단단한 내면으로 나아가도록 8가지 심리전략을 통해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해석을 바꾸는 것과 감정을 통제하기보다는 조율하는 것을 제안한다.


p.82

감정을 손님처럼 대하면 된다. 오면 맞이하고, 가면 떠나보내면 그만이다. 인간은 감정과 반대로 행동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종이다. 우리는 감정을 즉각적으로 감지함과 동시에 이성을 통해 균형을 유지한다. 


p.163

자기 연민은 강한 감정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소화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울, 불안, 설명할 수 없는 신체 증상은 종종 처리되지 않은 부정적 감정(과도한 죄책감이나 수치심 등)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 나타난다. 자기 연민은 부정적인 삶의 스트레스와 사건들로 인한 우울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부정적 감정, 냉소, 불안, 끊임없는 생각들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한다. 특히 우울의 주범이 되는 수치심의 강력한 해독제가 바로 자기 연민이다.


3부에서는 합리적 낙관주의를 실천하는 기술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자기효능감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런 자기효능감은 자기신뢰와도 연결되는데 자기신뢰를 가로막는 장벽을 극복하는 법을 제시한다.

장벽 1. 무력감

나는 망가졌다. 힘이 없다. 혼자이다. -> 극복법:인정받기

장벽 2. 정체됨

벅차다. 도저히 못할 것 같다. 아무리 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 극복법:유연성

장벽 3. 피로감

너무 힘들다. 그냥 포기하고 싶다. -> 극복법:자기돌봄


때로 우리 마음이 날뛰어서 현재에 집중하여 의미를 찾기 어려울 때 빠지기 쉬운 세가지 함정에 대한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1. 과거의 함정: 어제에 대한 반추와 후회

2. 미래의 함정: 내일에 대한 걱정과 가정

3. 비교의 함정: 남들과 나를 비교. 이상적인 삶과 현재의 삶을 비교.

이처럼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들에 대해 인식하고 대비한다면 지금 여기에서 의미를 찾고 누리는 현재성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각 장에는 실행전략이라는 코너가 있다. 각 장에서 제시한 제안들을 구체적으로 실행할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나 점검표를 세세하게 실어두고있어 합리적 낙관주의자가 되고자하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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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 오심과 권력, 그리고 인간을 심판한 법의 역사
김웅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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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오심과 권력, 그리고 인간을 심판한 법의 역사>이다. 오랜 세월 검사와 변호사의 일을 해온 저자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사법제도의 변천사를 통해 적법한 형사소송제도의 중요성을 강조 또 강조한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글솜씨에 매료되어 읽어가다보면 법제도에 대해, 정의에 대해, 인간본성에 대해 인문학적 성찰까지 아우르게 된다. 읽어가면서 최근 사법개혁, 검찰개혁 등이 화두가 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 시점에서 문제만 제기하는 책인지, 문제제기와 더불어 현안을 제시하는 책인지 궁금해졌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검찰의 해체가 아니라 검찰의 수사지휘 강화라는 방향을 내어놓는다. 검찰의 수사지휘가 오류가 없도록 사법체계를 통해 통제하도록 보완하는 것이 올바른 검찰개혁이라는 것이다. 경찰과 사법, 행정과 사법을 중개하는 검찰의 역할을 지지 보완하고 한국형 FBI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시점에서는 독자들마다 의견이 갈릴 수도 있겠다. 다만 저자가 이러한 대안을 제시하는 근거를 단순히 개인적 소견으로서가 아니라 인류역사적 사법제도의 시행착오들을 총체적으로 되짚어본 후에 내린 나름의 결론이라는 점에서는 한번쯤 귀기울여 들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망치는 빗나가도 고작 수전을 깨뜨리지만, 빗나간 형사사법은 사람의 운명을 깨뜨린다. ...망치와 달리 형사사법제도는 인간의 본성, 본능까지 고려해야 한다. 망치와 달리 형사사법제도는 부정확하게 사용될 때도 대비해야 한다. 

그게 바로 인류가 깨달은 효율성이다. ... 다른 것들과 달리 형사사법제도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죽음 위에 쌓아올려졌다."


다소 복잡하고 많은 시간을 소모시키는 제도, 현대인들이 체감하는 형사사법제도의 비효율성에 대해 저자는 그것이 한편으로는 사법제도의 진정한 효율성이라고 역설한다. 제도적 완성도가 미흡해서가 아니라 권력의 횡포나 대중의 오판으로부터 무고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소 경직되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외려 안전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생명을 다루는 형사사법제도는 신속한 결론보다는 바르고 신중한 판결이 더 중요한 때문이다. 


"법은 정의를 위한 것이지만, 때로는 정의를 해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 몽테스키외


법의 시작은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이었음을 고대법의 정신을 통해 알게된다. 그러나 이때에도 법은 여전히 보복이나 심판의 도구가 되기도 했고 정치적인 수단이 되기도 했다. 법을 해석하고 재판하는 주체가 정치권력일 때의 문제점, 종교권력일 때의 부작용 그리고 대중의 집단적인 오류가 끼어들 때의 폐단을 소크라테스 재판등 여러 사건들을 통해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는 법규 자체보다 그것을 행사하는 주체가 누구이며, 어떠한 절차를 통해 행사하느냐가 법의 정당성을 좌우하게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법 없이 사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좋은 법 아래 사는 것이 자유다."

- 존 로크


"헌법은 정부가 국민을 억누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국민이 정부를 억제하기 위한 도구이다."

- 안토닌 스칼리아


여기에서 누가 법적 진실을 밝히느냐에 따라 당사자주의 와 직권주의로 구분되는데 직권주의는 중앙집권적인 대륙법계의 전통으로 이어지고, 당사자주의는 영미법계의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고 점차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여 보완 발전해가는 추세이다. 이처럼 법제도는 계속해서 발전해가지만 여전히 오류와 오판은 끊이지 않는다. 이는 인간의 판단에는 자주 감정이나 미신적인 두려움과 같이 비이성적인 요소들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의 형사사법제도는 인간은 부조리하고 감정적이며 부정확하다는 결론에 근거하여 보완되고 정교화되어가는 것이다. 


사법제도의 역사를 돌아보며 법의 역할에 대해 질문하게되고, 또 앞으로 우리의 사법제도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가늠해보게 하는 면에서 상당히 유익한 책이라고 여겨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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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첫 문장 - 역사로 익히는 과학 문해력 수업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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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첫문장 /수잔 와이즈 바우어/ 윌북


이 책의 저자는 너무나도 유명한 [세계 역사이야기]로 세계사의 흐름을 친근하게 풀어주었던 수잔 와이즈 바우어이다. 그녀가 이번에는 과학에 관한 책을 펴냈다는 소식에 반가움과 기대감을 안고 이 책을 선택했다. [과학의 첫 문장]은 인류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담은 과학고전들을 망라하고 있다. 무려 36권의 위대한 과학명저들이 담겨있다니 그것 만으로도 이미 알차고 귀한 책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에 담긴 책의 목록은 위대한 과학적 발견 그 자체가 아니라 과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과학을 생각해왔는지"를 조명하기 위해 선별한 책들임을 밝히고 있다. 그녀에게 과학이란 발견한 "이론이나 성취" 그 자체라기보다 그것을 탐구하기 시작한 "질문과 발전과정"에 무게중심이 실려있는 것 같다. 이러한 질문의 과정이 곧 과학적인 태도이자 과학 그 자체라는 입장인 셈이다. 과학을 전공하거나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이 든다. 


p.8

인간의 모든 지식은, 그것이 어떤 조건에서 나왔는지, 그것이 답하고자한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수행하고자 한 기능이 무엇이었는지를 우리가 잊는 순간, 과학으로서의 특성을 상실한다.

- 벤저민 패링턴, [그리스과학:현재적 의미]



p.12

과학을 해석하려면 과학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발견했는가’ 뿐 아니라 ‘우리는 왜 그것을 알아내려 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째서 오늘날과 같은 방식으로 과학 지식이 인정되거나 거부되는지 알 수 없으며 어떤 것이 과학이 충족시킬 수 있는 약속이고 어떤 것이 의심해봐야 할 주장인지도 구별할 수 없다. 그런 것들을 질문해야만, 우리는 과학을 이해하기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과학적 지식과 과학적 탐구 도구들이 사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오류의 수정, 그리고 그 과정 속 인내와 투쟁을 통해 얻어졌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과학이란 오류 없이 진리로 이끌어주는 길잡이가 아니라 자연과 세상을 이해하는 인간 본연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때로는 오류에 빠지기도 하며, 또 많은 경우에 매우 뛰어난(P.9). 이 책을 통해 과학은 정형화된 어떤 지식이나 진리가 아니라 호기심 어린 인간의 질문과 시행착오들에 발을 디디고 서있는 인류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 책은 총 5부로 이루어져있다.

1부 세상의 시초를 열다

2부 과학적 방법론이 탄생하다

3부 지구를 읽다

4부 생명을 설명하다

5부 우주로 향하다

다시 말해서 세상의 시초/ 과학적 방법론/ 지구과학/ 생명과학/ 우주에 과한 저서들을 정리한 셈이다. 


이 책에는 36권의 과학고전들이 담겨있는데 히포크라테스, 플라톤과 같이 감히 다가가기 어려운 고대 저자의 책에서부터 보일,  뉴턴, 다윈, 슈뢰딩거와 같은 저명한 과학자의 저서, 아울러 이름조차 생소한 과학자들의 저서까지 담겨있다. 저자가 라틴어, 히브리어, 그리스어, 프랑스어, 한국어까지 구사하는 능력자이기에 이토록 다양한 저서들을 깊고도 넓게 독파하며 우리에게 친절하게 해석 전달해줄 수 있는 것 같다. 그녀의 놀라운 과학적 문해력과 언어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과학에 있어 지식이 그리 깊지 못한 사람이라 해도 1부에서부터 5부까지 저자가 소개하는 과학책들의 핵심내용들을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과학적 문해력과 과학에 대한 이해가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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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가 된 간호사 박자혜
박세경 지음, 유기훈 그림 / 낮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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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줄거리

독립운동가로서 박자혜는 아주 친숙한 이름은 아니었다. 오히려 단재 신채호의 아내 박자혜라고 했을 때가 더 와닿는 이름이긴 하다. 박자혜가 붓을 칼로 삼아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했던 신채호의 아내인 것은 사실이나 그녀 또한 남편 못지않게 강인한 독립운동가인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궁에서 나인으로 살아가던 박자혜는 경술국치 이후 궁을 장악한 일본에 의해 궁녀들이 모두 해고되면서 궁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경제적 필요를 위해 직업을 가지고자 간호사가 된다. 이후 조선총독부의원에서 간호부로 일하던 그녀는 3.1 만세운동의 부상자들을 보며 자신 또한 동참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래서 간우회를 조직해 만세운동을 벌이게 되고 이로 인해 체포되었다. 이후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으나 일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일하는 것을 거부하며 일본의 눈을 피해 중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단재 신채호를 만나 독립운동에 대해 같은 뜻을 품고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생활한 기간은 고작 2년정도였고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박자혜와 아이들은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다. 신채호는 중국 땅에서 붓을 들어 독립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 백성들의 사기를 고취시켰고, 박자혜는 조선에서 일본의 눈을 피해 남편을 돕고, 독립운동가를 도우며 궁핍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다 신채호가 뤼순감옥에서 옥사하게되고 박자혜는 남편의 유해를 조선땅에 가져와 묻은 후 다시 독립운동을 이어간다. 중국 땅에서 독립운동을 이어가던 신채호의 고초도 결코 적지않았으나 그런 신채호의 아내라는 이유로 조선땅에서 일본의 감시와 억압 속에 독립운동을 지원해야했던 박자헤의 삶도 너무나 고단했다. 그런 고단하고 궁핍한 삶을 이어가다 1943년 끝내 광복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만다. 


"조선 말기에 간호사라는 전문직 여성으로 일하다가 간우회를 조직해 3.1 운동에 참여해 옥살이를 하고, 국내에서 독립운동을 하기 힘들어지자 멀리 중국까지 가서 독립운동을 할 만큼 용기 있고 강단있는 여성 박자혜. ... 오래도록 대한민국의 역사에 기록되고 우리 가슴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p.162




책의 구성과 특징


이 책은 박자혜라는 한 독립운동가의 삶을 기록할 뿐 아니라 당시 조선과 일본, 중국 등 세계정세의 변화와 흐름에 대한 설명이 적절하게 들어가 있다. 또한 남편 신채호의 삶을 함께 보여주면서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활동과 방향(자치론, 내정독립론, 조선혁명선언 등), 상해임시정부에 대한 정보 등도 실려있어서 독립운동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보충 설명이 필요한 용어나 인물들은 바로 옆에 다른 색으로 뜻과 설명을 표기하여 본문의 이해를 효과적으로 돕고 있다.


그 뿐 아니라 해방 이후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이 어떠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 무국적 독립운동가들의 국적회복 문제, 온전한 친일청산의 실패 등에 대해서까지 기술하고 있다. 보통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전기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라며 감동에서 그치기 쉬운데 이 책은 광복 이후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친일의 잔재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의 명예 문제에 대해서까지 보여주면서 독자들이 진지하게, 실제적으로 생각해보게 한다는 면에서 다소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참고로 단재 신채호는 2009년에야 국적을 회복하였으나 결혼 당시 일본의 감시를 피해 살아가느라 혼인신고를 할 수 없었기에 박자혜는 현재도 미혼모로 기록에 남아있다고 한다.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을 잘 대우하고 귀하게 여겨야 한다. 목숨까지 바쳐 독립운동한 후손들이 제대로 존경받거나 추앙받지 못하고 그늘에서 살아야 한다면, 우리나라에 또다시 위기가 닥쳤을 때 누가 목숨을 걸고 앞장서서 나서겠는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 ...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남은 것은 명예와 가난 뿐이다." 172-175


초등 중학년 이후 어린이들도 읽을만한 표지와 문장이지만 중등 이상의 학생들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부모님들도 자녀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볼 만한 책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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