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이의 시골생활 1 : 나의 고향 ㅣ 짱뚱이의 시골생활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파랑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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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초등 1학년 즈음에 지인이 빌려주신 만화책으로 짱뚱이 시리즈를 처음 접했다. 비주얼도, 컬러도, 스토리도 화려한 요즘 만화책들 사이에서 흑백에 가까운 짱뚱이 시리즈는 다소 심심해보였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이상하게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도 없고, 매력적인 캐릭터도 없고, 전달하려는 교훈이나 유용한 지식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순수함과 소박함으로 그냥 그렇게 아이들 마음에 스며들었나보다. 

이번에 새로 다시 나온 짱뚱이 시리즈는 표지에 컬러를 넣어 화사해졌고 책의 크기가 좀 더 아담해져서 한손에 잡고 읽기에 딱 좋다.


짱뚱이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아마도 지금의 5~60대 분들의 어린시절이지 않을까 가늠해본다. 하지만 나 또한 어린 시절을 깊숙한 시골에서 보내었기에 상당부분은 경험해본 익숙한 이야기도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저 신기하고도 먼 나라의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이 책이 친근하고 푸근해서 좋다고 한다. 마치 할머니 품 같이 말이다. 


이 책의 글을 쓰신 오진희님은 교사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지리산 자락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추억들을 하나 하나 꺼내 놓으셨고 그 추억들을 신영식님은 구수하고 편안한 그림으로 완성해주셨다.

짱뚱이의 시골생활 1권 <나의 고향>에서는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시골의 일상을 보여준다.장마철의 미꾸라지, 가을의 호두와 메뚜기, 겨울의 얼음썰매와 연날리기, 봄의 쑥캐기 등 소소한 시골의 1년모습을 정겹게 보여준다.


짱뚱이의 시골생활 2권 <우리들의 놀이>에서는 짱뚱이의 초등학교입학을 시작으로 하여 봄소풍의 보물찾기,고무줄 놀이, 실뜨기, 올챙이놀이, 팽이치기 등의 놀이 이야기가 우당탕탕 짱뚱이의 소동과 더불어 재미있게 소개된다. 

떡 한접시를 놓고도 우리는 

노래부르기, 춤추기를 했어요.

컴퓨터 앞에 놓고 '슉슉, 죽여 죽여'

하며 과자만 집어먹는 오늘날하고는 

달리 말이에요

- 짱뚱이의 시골생활 2권 <우리들의 놀이>중에서

다음으로는 6학년 아이의 소감을 덧붙이면서 이제 글을 마치려한다.



< 짱뚱이의 시골생활 1, 2권을 읽고...>

나는 예전에 어릴 때 짱뚱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읽게 되었다. 짱뚱이의 이야기는 왠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댁 같은 친근하고 푸근한 느낌이 드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을 사람들이 다같이 야외에서 영화를 보는 장면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옛날 미국 영화에서 처음 영사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영화를 보았는지 본 적이 있었다. 그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실내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책에서는 짱뚱이가 영화를 야외에서 모기에 물려가며(!!!) 영화를 보는 장면이 실려 있었다. 그때는 높은 건물이 얼마 없어서 밤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깜깜해서 영화를 보는 것이 가능한 것 같았다. 모기도 많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영화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일 이라는 사실과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함께 웃고 운다는 것이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영화를 보는 것보다 특별한 것 같다. 또한 기억에도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책에서 짱뚱이가 즐겨했던 사방치기, 공기놀이, 쎄쎄쎄, 실뜨기 등이 우리가 지금도 하고있는 바로 그 놀이라는 게 신기했다. 이런 놀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것인가 보다. 시골의 생활모습, 옛날의 놀이 등을 만화로 볼 수 있어서 재미있고 좋았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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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에 빠진 리더들 - 딜레마에 갇힌 이들을 위한 8가지 리더십 전략
팀 엘모어 지음, 한다해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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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리더십들이 직면하는 딜레마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원제는 The eight paradoxes of great leadership이다. 리더십으로서 흔히 겪게되는 역설들이 있는데(이 책에서는 8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하나의 특성은 취하고 하나는 버려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대한 리더라면 반드시 공존해야할 특성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목차를 살펴보면 그 의미가 한층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다음은 목차와 각 장의 핵심 표현이다.


서장. 선택의 딜레마에 삐졌다는 리더들의 착각

1. 자신감과 겸손

    -동등한 사람 가운데 첫번째가 되라

2. 비전과 블라인드 스팟

    -모르는 게 약이다. 단 뚜렷한 목표가 있을 때

3. 보이는 리더십과 보이지 않는 리더십

    -주연처럼 등장하여 조연으로 남으라

4. 뚝심과 수용

    -대쪽 같으면서도 유연하다는 것

5. 전체와 개인

    -사람보다 중요한 일은 없고, 사명보다 중요한 사람은 없다

6. 지도자와 학습자

    -배워라, 잊어라, 그리고 다시 배워라

7. 엄격함과 너그러움

    -엄격한 잣대만 들이댄다면 누가 리스크를 감내하겠는가

8. 시대를 초월하는 원칙과 시의적절한 발전

    -세상이 민첩해질수록 불변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결론. 평범한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로


각 장의 제목과 같이 리더십에게 요구되는 특성은 서로 대립되어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많은 리더들은 두 가지 중 하나만 취해야 한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뛰어난 리더에게는 모순된 특징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를 통해 오히려 주변의 최고의 사람들을 끌어당긴다고 말한다. 이러한 상반된 특성(역설)을 조화롭게 구현하고 다차원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리더만이 불안정한 이 시대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예견한다. 

최고수준의 지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상반된 생각들을 동시에 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그리고 이러한 조화로운 리더십은 뛰어난 IQ를 통해서가 아니라 EQ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 인상적이다. 사람들은 더이상 똑똑한(똑똑하기만 한) 리더를 원하지않는다고 한다.


각 장에서는 상반되어 보이는 리더십의 특성들이 각 어떻게 조직과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실제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또한 이 상반된 특성들이 어떻게 한 리더 안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에는 두 가지 특성의 영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도표로 정리한 후 균형있는 실천법 또한 상세히 다루어주고 있어 실제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여러 리더십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밥 아이거에 대해 언급하고싶다. 그는 2005년 디즈니의 CEO가 되었는데 전형적인 리더십과는 사뭇 달랐다. 

아이거는 복종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사람들은 그와 "경쟁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가 임무를 완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아이거는 루카스필름과 마블, 픽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있는 리더십과 겸손한 리더십의 역설을 조화롭게 구현해갔다. 자신감을 통해 "확신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유연한 배움의 자세"로 겸손을 추구하며 파트너십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고 한다. 참 매력적인 리더이다.

 

6장에서는 지식을 공유하는 지도자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마음으로 지식을 흡수해야하는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가운데 배움의 열정을 가진 인물들이 소개되어 있다. 

미켈란젤로는 87세가 되어서도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전설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90세가 되어서도 왜 계속 연습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마하트마 간디도 "내일 죽을 것처럼 살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워라."라고 말했다.


결론에서는 시대를 따라 조금씩 변화해 온 리더십 유형에 대해 소개한다. 

군지휘관형 (1950년대)/ 최고경영자형(1960~70년대)/ 사업가형(1980년대)/ 코치형(1990년대)/ 커넥터형(2000년대)/ 시인형-정원사형(현재) 

현 시대가 요구하는 시인형 리더십은 생각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며 팀원들의 발전을 이끄는 리더로 권한부여와 성장에 중점을 둔다고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에 소개된 리더십의 여러 특성들을 겸비한 차세대 리더들이 많이 세워지기를 바란다. 

리더십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 또는 현재 여러 모양으로 리더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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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마자 과학의 역사가 보이는 원소 어원 사전
김성수 지음 / 보누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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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은 실생활과 연계해서 배워나가다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학문이지만 안타깝게도 화학은 고등학교 시절 나에게 꽤나 좌절을 안겨준 과목이다. 내 기억 속 화학시간은 정말 지루하고 재미 없었다. 게다가 화학선생님은 무섭고 깐간한 학생주임에, 별명이 마녀였고 암기를 좋아하지않는 나는 원소주기율표에서부터 낯선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꽤 오래도록 화학에 대해 보이지않는 벽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다행히 많은 시간이 흐른 후 화학을 이런 저런 모양으로 접하게 되면서 나름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이제는 좀 더 알고싶다는 마음도 든다. 그러다 접하게 된 이 책은 화학원소들과 나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상당히 좁혀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저자 김성수씨는 서울대학교에서 화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최우수 졸업(숨마쿰라우데)을 했다. 지금은 다양한 고분자 물질이 탄소소재로 전환되는 과정과 결과를 연구하고 있다. 머리말에서는 그가 사용하는 이메일 아이디가 flourF인 이유가 나온다. 원자번호 9번인 플루오린F은 전기 음성도가 가장 높아 어떠한 경우에도 전자를 받아들이는 원소인데 이런 특성을 가진 플루오린처럼 어떤 지식이든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그런 열망에 걸맞게 저자는 화학자로서 연구를 하면서도 여러 외국어를 공부하는 등 독특한 행보를 거쳐서 화학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분야를 엮어가는 창의적인 시도들을 계속해가고 있다. 이 책은 그 결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어가다보면 저자의 배경지식이 다방면으로 넓고도 깊을 뿐 아니라 그 다양한 내용들을 읽기쉽게 풀어내는 글재주 또한 있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쉬운 내용만은 아니지만 술술 잘 읽힐 뿐더러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를 주기 때문에 나처럼 과학, 특히 화학에 거부감이 있는 독자라 해도 겁먹지 않고 도전해볼 만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책의 편집을 특히 칭찬해주고싶다. 화학교양서를 이만큼이나 산뜻하고 보기좋게 만들다니 '보누스'라는 출판사는 처음 접해보지만 호감도가 상승하고있다.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장 원소의 이름은 누가 지었을까

2장 인간의 역사를 만든 7가지 금속

3장 '소'가 붙지 않는 금속

4장 '소'가 붙는 금속

5장 염을 만드는 원소

6장 고귀하신 기체원소

7장 잿물과 양잿물: 두 이름을 가진 원소

8장 트랜스페르뮨 전쟁

부록 언어별 원소이름목록 / 함께 읽어볼 만한 자료


그리고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잠깐! 화학자 상식>이라는 코너가 있어서 화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 부분이 꽤 재미있다.


그 중 일본의 난학자인 '우다가와 요안'에 대한 소개가 있는데 그는 네덜란드를 통해 수용한 서양의 과학서적을 일본어로 번역하면서 다양한 화학용어(결정, 분산, 용해, 기체 등), 생물학 용어(세포, 속 등)를 한자어로 바꾸었다. 우다가와 요안의 이러한 수고로 인해 한자문화권에 속한 화학자들이 훗날 서양문물을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원소의 명칭에 대한 내용 중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황은 오래전에 석류황으로 불렸는데 황이 포함되어 있는 성냥은 이 석류황이 변해서 된 이름이라는 것이다. '석류황'을 빠르게 발음하면 '성냥'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납과 비슷한 아연의 이름이 '아연'이 된 사연도 재미있었다. 납은 한자어로 '연'인데 아연은 납과 비슷해보이지만 훨씬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이 마치 중국대륙에 출몰하는 일본해적, 즉 왜구처럼 맹렬하다고 해서 중국 명나라 과학자인 송응성이  '왜연'이라고 표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용어가 일본으로 건너오면서 스스로 '왜'로 불리기를 꺼려하는 일본인들이 '왜연'을 '아연'으로 바꾸어 소개하였고 한국에도 그렇게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러더포듐, 노벨륨, 로렌슘, 시보귬 등은 사람의 이름을 딴 원소이름이라는 것과 그렇게 명명되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롭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화학의 주인공들인 화학원소들의 이름과의 낯가림이 좀 해소된 느낌이 든다. 원소들의 이름이 친숙해지다보면 그 특성과 쓰임을 이해하는데에도 수월해질 것이다. 그러다보면 화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벽도 허물어지리라 기대하게 된다. 화학을 좋아하는 사람 또는 화학을 좀 더 재미있게 입문하려는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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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릴 수 없는 미래 - 사라진 북극, 기상전문기자의 지구 최북단 취재기
신방실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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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형체에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이 가해졌을 때 되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변형이 일어나는 현상, 바로 '히스테리시스hyteresis'다. 우리말로는 '이력현상'이라고 한다. 

변화를 일으킨 물질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않는 '비가역성irreversibility'과 같은 의미로 모두 물리학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이다. 그런데 최근 기후위기를 연구하는 분야에서도 히스테리시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후위기를 비롯한 자연현상이 점점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진행되고있기 때문이다.

되돌릴 수 없는 미래/ 신방실 p.153


꽤 오랫동안 많은 과학자들, 환경운동가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소리 높여 경고하고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지만 그 속도를 늦추기란 쉽지 않았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일회용품 사용 등으로 나 또한 탄소배출에 한 몫하고 있으리란 죄책감에 그린피스를 후원하며 무언가, 누군가 이 기후위기의 속도를 줄여주고, 방향을 돌려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서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에 접어들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이 더욱 마음에 무겁게 다가온다. [되돌릴 수 없는 미래]


저자 신방실씨는 KBS의 기상전문기자로 지난 해 북극에 다녀와서 <시사 기획 창> 다큐멘터리 '고장 난 심장, 북극의 경고'를 제작하였다. 이 책은 그 다큐멘터리의 제작 과정을 자세히 담고있다. 

1장에서는 입사 15년만에 북극 취재 기획을 성사시키며 우여곡절 끝에 노르웨이의 스발바르제도에 도착하기까지를 기록한다. 시작부터 항공사 파업이라는 예상치 못한 난항에 부딪히며 계획에 수정과 조율을 거듭하며 진행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긴장과 막막함, 부담감을 느끼며 지켜보게 되었다.

2장에서는 스발바르 제도에서 빙하와 피오르, 해빙 등을 취재하는 과정과 인터뷰 내용들을 담고있다.  이어서 3장에서는 니알슨과학기지촌에 있는 각 나라의 기지를 방문 취재하는 과정을 담고있다. 기자답게 꽤 상세하게 전달하는 내용 속에서 함께 관찰, 취재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4장에는 본격적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완성해가는 과정이 들어있고, 5장에는 기상전문기자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저자 개인의 삶에 대해 좀 더 들려주고 있다. 


대기과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답게 북극의 기후와 지구전체의 기후의 관계성을 상세하게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어서 기후위기에 대해 한층 더 깊은 이해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북극에 있는 빙하들 가운데 노르덴스키올드 빙하는 여름이면 가장 많이 녹아내리는 빙하로 꼽히고 있고, 발렌베르크 빙하는 하루 최대 9미터를 후퇴하는 추세로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폭주기관차'로 불릴만큼 현재 그 변화가 급격한 상태이다. 이러한 빙하의 변화는 북극곰의 생태환경에 영향을 주게 된다. 북극곰의 주 서식지 및 활동지는 해빙인데 빙하가 녹게되면 연쇄적으로 해빙 또한 녹거나 부실해지기 시작하자 먹이사슬에 변화가 생긴다. 해빙 주변에서 물범을 주 먹이로 사냥하고 순록과는 공생하던 북극곰이 점차 물범을 사냥할 수 없게된다. 먹이가 사라진 북극곰은 살아남기 위해 순록을 사냥하기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궁여지책으로 새알을 먹기 시작하는데 그 먹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이대로 가면 북극의 새들이 멸종에 이를 수도 있겠다. 또 북극의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눈이 아니라 비가 오는 횟수가 증가하고 내렸던 비가 얼면서 육지의 풀 또한 얼게 된다. 이렇게 되면 순록이 먹이를 얻지못해 굶어죽는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순록은 해초를 먹이로 삼아야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처럼 지구의 기온상승이 북극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하지 않고 연쇄적이다. 


또한 북극의 이상고온현상은 북극상공을 감싸면서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가두고 있던 극제트기류를 약화시킨다. 그렇게되면 극지방에 갇혀 있어야 할 찬 공기가 흐물흐물해진 극제트기류를 타고 아래로 내려오게되고 이는 연쇄적으로 지구 곳곳에 이상한파를 몰고온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북극의 바렌츠-카라해의 해빙이 우리나라의 기후, 폭염과 폭우, 미세먼지 등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한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영구동토층 또한 녹으면서 넓은 웅덩이처럼 무너지거나 기반이 약해져 출렁거리게 된다. 이로인해 북극의 건물들이 무너지기도 하고 무너진 영구동토층 내부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된다. 여기에는 오래전 동물의 사체와 미생물, 바이러스 등이 갇혀있다. 땅속의 미생물들이 깨어나면 매머드 같은 유기물을 먹어치우며 분해하기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엄청나게 발생하는데 이 둘다 강력한 온실가스라는 것이 문제이다. 영구동토층에 잠재된 이산화탄소의 양의 현재 지구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의 2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대기중 온실가스의 증가로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게되고 그 과정에서 갇혀있던 온실가스가 대량으로 대기로 방출되면 이는 또 다시 지구의 기온을 높아지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생각만해도 아찔한 악순환의 고리이다. 더구나 한번 대기중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쉽게 사라지지않는데 특히 이산화탄소는 2-300년을 대기중에 체류한다고 하니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니알슨에 있는 노르웨이 과학기지에서는 해발고도 474m에서 북극의 배경대기를 감시하는 제플린관측소가 있다. 지구대기의 기준이자 청정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곳 또한 지구의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더구 충격적인 사실은 2011년 동일본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사고가 있었을 때 유출된 방사성핵종이 북극 제플린관측소에서 검출되기까지는 단 열흘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지구는 하나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모든 인간의 활동은 그냥 사라지지않고 지구에 발자국을 남기고 가장 깨끗한 북극상공에까지 이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북극의 변화가 다시 지구에 미치는 영향의 반복순환을 되짚으면서 지구인으로서 어두운 미래에 대한 걱정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북극에 세워진 각 나라의 과학기지에서 지구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꾸준히, 한결같이, 진심을 담아 연구하고 관측하고, 감시하는 과학자들을 보면서 고맙고도 든든한 마음이 든다. 그들이 북극의 기후변화 현장에서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며 수고하는 연구가 헛되지않도록 모든 인류가 뜻을 모아 지구를 위기로부터 지켜낼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람들이 해답을 찾길 바랍니다. 덜 소비하고 덜 이동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막는데 중요할 거예요. 하지만 매우 힘든 일이지요. 사람들은 늘 물건을 사고 성공을 자랑하니까요. 더 큰 차를 사고 더 많은 것을 소비하죠. 하지만 모두가 한 번 더 생각하고 조금씩 노력한다면 큰 도움이 될거예요.

인터뷰/ 오둔 톨프센/ 극지탐험가, 스발바르대학교 기술안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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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하는 미술관 - 내 삶을 어루만져준 12인의 예술가
송정희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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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조금은 특별한 영어 선생님이 계셨다. 어느날 각 반 반장들에게 선물을 주셨는데 하나도 같은 것이 없었다.(그때 선물을 주신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 중 나에게 온 것은 꽤 고급스러운 일기장이었는데 마리 로랑생의 그림들이 중간 중간 지면 가득 들어가 있었다. 너무 예뻐서 일기장으로 쓰지도 못하고 마치 전시회 도록처럼 애지중지 아껴보았던 기억이 난다. 시골 구석에서는 처음 접해보는 미술의 세계였고 내가 만난 첫 여성 화가의 작품들이었다. 그래서 미술에 문외한인 나였지만 마리 로랑생의 '키스'라든지, '샤넬의 초상' 같은 작품은 아주 친숙하고도 향수 어린 기억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생각해보면 나는 로랑생이 그린 그림만 알았을 뿐 로랑생을 알지는 못하였나보다. 예술가의 작품을 피상적으로 아는 것과 예술가의 삶과 철학을 아는 것은 그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이 책, [매혹하는 미술관]을 통해 느끼게 된 것이다.

 


[매혹하는 미술관]의 표지는 조지아 오키프의  <붉은 양귀비 No VI>가 붉은 색 바탕 위에 배치되어 그 붉은 빛깔을 뿜어내고 있다. 한 마디로 강렬하고 아름답다. 책에 담긴 12인의 예술가들의 존재만큼.

제주돌문화공원내 갤러리 '공간누보'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 송정희씨는 12인의 여성 예술가들을 세밀하고도 깊숙한 눈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삶과 작품을 따스하게 조명해주고 있다.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에 대한 그녀의 서술은 유려하고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구석이 있다. 사실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리지 않은 나이지만 이 책만큼은 슥슥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빨리 다 읽어버리기가 아까웠다기보다는 각 예술가들의 삶을 마음으로 공감하며 문장을 한번 곱씹어보게되고, 작품을 한번 더 들여다 보느라 시간이 제법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에 겨우 한 두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기에도 마음이 벅찼던 것 같다. 이처럼 오래도록 음미하며 읽은 책은 참 오랫만이다. 송정희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단번에 호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서평을 슥슥 써내려가기에도 역시나 참으로 쉽지 않은 책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서평은 욕심을 내려놓고 그저 이 책의 한 조각만이라도,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을 한 조각만이라도 나누려는 마음으로 최소한으로 쓰려고 한다.

이 책에 담긴 여성 예술가들은 조지아 오키프, 마리 로랑생, 천경자, 수잔 발라동, 키키 드 몽파르나스, 카미유 클로델, 판위량, 마리기유민 브누아, 프리다 칼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케테 콜비츠, 루이스 부르주아이다. 


조지아 오키프

그녀는 또한 직감적으로 꽃이 갖는 낡은 여성성을 어떻게 전복해야 할지를 아는, 붓을 든 전략가였다. 꽃의 '예쁨'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예쁘다'라는 말이 갖는 고정관념과 범주화를 전복하려고 했다. 멀리서 보이는 꽃의 외형에 머무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가까이서 크게 보아야 열리는 꽃의 내면세계. 그때 보이는 낯선 아름다움에 주목한 것이다. 

오키프는 뼈와 뼈 사이의 구멍을 일종의 뷰파인더로 사용해 더 추상적인 세계로 자신의 그림을 밀고 나갔다.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뼈 구멍을 통해 본 그녀의 세상에서는 언제나 땅보다 하늘이 더 컸다.


꽃을 줌인 하듯 확대하여 즐겨 그리던 오키프는 남편 스티글리츠와의 관계가 파국에 이르고 오랜 고통의 시간을 거친 후 이제는 뼈를 줌인 하듯 확대하여 그 사이의 하늘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처럼 사물을 바라보는 오키프의 시선은 남달랐던 것 같다. 시골 학교의 미술교사에 불과했던 오키프를 미국현대미술의 중앙으로 이끌어준 것은 스티글리츠였다. 그러나 스티글리츠와의 관계가 뼈 아프게 끝나고 그 상처를 끝끝내 극복해고 살아남은 오키프는 더 깊은 자신의 예술세계로 들어간다. 그 상처의 과정은 안타깝지만 오키프가 스티글리츠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더욱 깊고 넓게 세워가게 된 것은 오히려 다행이다.오키프는 추상주의라든지, 사실주의라든지 이런 화풍에 얽매일 수 없는 영혼이었다. 그녀에게 지도를 바라는 많은 화가들에게 그녀가 하는 조언은 간단했다. "마음대로 그릴 것" 아마도 이것이 오키프 자신만의 화풍일 것이다. 무언가 특별한 대상을, 특별한 기법으로 그려서 그녀의 그림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재구성하여 그렸기 때문에 특별해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녀의 그림은 이토록 특별하다.


수잔 발라동

발라동이 1927년에 그린 자화상을 보면 화가가 된 후 그녀가 진정으로 추구한 것을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되돌려놓는 변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상주의 화가들과는 달리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부풀리거나 포장하지 않았다. 그녀의 자화상은 강인하고 굴곡진 그녀의 내면을 현실적인 표정으로 살려냈다.


여성 화가가 드물던 시대에 그것도 당대의 내로라 하는 화가들이 모델로 삼았던 여인이 붓을 잡았다. 수잔 발라동, 그녀는 화가가 그리는 피동적인 대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그리고 표현하는 그림의 주체가 된 것이다. 이것은 화가들의 시선에 자신의 이미지를 맡기듯 삶에 끌려가는 피주체가 아니라 스스로가 당당한 삶의 주체임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려지는 인생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강한 저항. 더구나  그녀는 자화상을 통해 그간 화가들이 바라본 자신의 이미지, 관능적이고 아름다운 여인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뒤집어버린다. '자화상'이나 '푸른 방'과 같은 작품을 통해 당시 세상이 강요하는 여인의 모습을 깨부수고 '아름다워야할 의무'에 맞서 '아름답지 않아도 될 권리'를 가져도 된다고 당당히 대변해준다. 그녀는 당시에 드로잉 300점, 유화 450점, 에칭 30점에 달하는 많은 작품을 남겼고 르누아르나 드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수많은 전시회를 가졌다. 여성으로서 프랑스 최초로 국립예술협회의 회원이 되었으며, 최초의 국립예술협회 전시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세기가 지나도록 그녀의 이름은 잊혀졌다. 화가 위트릴로의 어머니로, 르누아르의 뮤즈로만 기억될 뿐. 이 또한 여성 화가로서의 슬픔의 한 단면이지 않을까 생각해보게된다. 


판위량

어린 시절 판위량은 몸종이었고 창기였다. 육체는 속박이었고 복종이었다. 나약함이고 굴욕이었다. ... 그녀가 몸종, 창기였을 때 그녀의 육체는 다름 사람을 위한 도구였다. ... 판위량은 누군가에게 소유되고 행위를 강요받는 자신의 육체를 감정과 영혼을 가진 자유의 표상으로 역전시켰다. ... 비로소 자신의 육체를 남을 위한 도구에서 자기 자신을 위한 무기로 바꾼 것이다. 

고아이자, 창기였던 판위량은 어느 연회에서 와세다 대학을 나온 엘리트 공무원 판찬화를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된다. 판찬화는 그녀의 몸값을 지불하고 자유의 몸이 되게 하였고 그녀의 생계를 책임지고자 결혼까지 하였다. 그리고 판위량이 문학과 예술에 눈을 뜨게 돕는다. 이후 상하이미술전문대학에 입학한 그녀는 남편 판찬화의 후원에 힘입어 프랑스로 유학까지 떠난다. 이후 파리의 리옹미술전문학교와 이탈리아의 로마국립미술원에서 배우며 서양화와 중국전통회화를 결합하여 독자적 화풍을 개척한 최초의 중국 화가가 된다. 그러나 그녀의 누드화에 담긴 솔직하고 현대적인 화풍과 창기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중국에서 활동하기 어렵게 했고 결국 프랑스로 떠나 장장 40년을 타국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며 에술활동을 펼치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끝끝내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남편 판찬화의 죽음을 애도하지도 못한 채 말이다. 굴곡진 인생이지만 판찬화의 헌신적인 사랑과 후원, 자신을 불사르며 쏟을 수 있었던 미술이 있었기에 판위량, 그녀의 삶은 외롭지만 외롭지 않고, 슬프지만 슬프지않은 아름다운 생이었다 여겨진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마리 로랑생, 천경자, 카미유 클로델, 키키 드 몽파르나스, 마리기유민 브누아, 프리다 칼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케테 콜비츠, 루이스 부르주아의 삶과 사랑, 예술혼이 가득 담겨있다. 너무나 꾹꾹 담겨있어서 이 책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정도이다. 더 언급하고 싶은 화가들이 많지만 이만 서평을 마무리해야겠다. 때로는 세상의 시선을 벗어던지고자, 때로는 누군가의 뮤즈라는 이름을 부수며, 때로는 육체의 고통을 극복하며 생을 부여잡고자, 때로는 시대가 주는 아픔을 널리 알리고자 그녀들은 예술이라는 용광로 가운데로 걸어들어간다. 그리고 자신을 온전히 살라내며 예술을 살고, 삶을 살아낸다. 그 삶이 너무나 아름답고 강렬해서 이 책의 표지 또한 그러한가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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