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릴 수 없는 미래 - 사라진 북극, 기상전문기자의 지구 최북단 취재기
신방실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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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형체에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이 가해졌을 때 되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변형이 일어나는 현상, 바로 '히스테리시스hyteresis'다. 우리말로는 '이력현상'이라고 한다. 

변화를 일으킨 물질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않는 '비가역성irreversibility'과 같은 의미로 모두 물리학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이다. 그런데 최근 기후위기를 연구하는 분야에서도 히스테리시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후위기를 비롯한 자연현상이 점점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진행되고있기 때문이다.

되돌릴 수 없는 미래/ 신방실 p.153


꽤 오랫동안 많은 과학자들, 환경운동가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소리 높여 경고하고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지만 그 속도를 늦추기란 쉽지 않았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일회용품 사용 등으로 나 또한 탄소배출에 한 몫하고 있으리란 죄책감에 그린피스를 후원하며 무언가, 누군가 이 기후위기의 속도를 줄여주고, 방향을 돌려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서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에 접어들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이 더욱 마음에 무겁게 다가온다. [되돌릴 수 없는 미래]


저자 신방실씨는 KBS의 기상전문기자로 지난 해 북극에 다녀와서 <시사 기획 창> 다큐멘터리 '고장 난 심장, 북극의 경고'를 제작하였다. 이 책은 그 다큐멘터리의 제작 과정을 자세히 담고있다. 

1장에서는 입사 15년만에 북극 취재 기획을 성사시키며 우여곡절 끝에 노르웨이의 스발바르제도에 도착하기까지를 기록한다. 시작부터 항공사 파업이라는 예상치 못한 난항에 부딪히며 계획에 수정과 조율을 거듭하며 진행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긴장과 막막함, 부담감을 느끼며 지켜보게 되었다.

2장에서는 스발바르 제도에서 빙하와 피오르, 해빙 등을 취재하는 과정과 인터뷰 내용들을 담고있다.  이어서 3장에서는 니알슨과학기지촌에 있는 각 나라의 기지를 방문 취재하는 과정을 담고있다. 기자답게 꽤 상세하게 전달하는 내용 속에서 함께 관찰, 취재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4장에는 본격적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완성해가는 과정이 들어있고, 5장에는 기상전문기자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저자 개인의 삶에 대해 좀 더 들려주고 있다. 


대기과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답게 북극의 기후와 지구전체의 기후의 관계성을 상세하게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어서 기후위기에 대해 한층 더 깊은 이해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북극에 있는 빙하들 가운데 노르덴스키올드 빙하는 여름이면 가장 많이 녹아내리는 빙하로 꼽히고 있고, 발렌베르크 빙하는 하루 최대 9미터를 후퇴하는 추세로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폭주기관차'로 불릴만큼 현재 그 변화가 급격한 상태이다. 이러한 빙하의 변화는 북극곰의 생태환경에 영향을 주게 된다. 북극곰의 주 서식지 및 활동지는 해빙인데 빙하가 녹게되면 연쇄적으로 해빙 또한 녹거나 부실해지기 시작하자 먹이사슬에 변화가 생긴다. 해빙 주변에서 물범을 주 먹이로 사냥하고 순록과는 공생하던 북극곰이 점차 물범을 사냥할 수 없게된다. 먹이가 사라진 북극곰은 살아남기 위해 순록을 사냥하기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궁여지책으로 새알을 먹기 시작하는데 그 먹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이대로 가면 북극의 새들이 멸종에 이를 수도 있겠다. 또 북극의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눈이 아니라 비가 오는 횟수가 증가하고 내렸던 비가 얼면서 육지의 풀 또한 얼게 된다. 이렇게 되면 순록이 먹이를 얻지못해 굶어죽는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순록은 해초를 먹이로 삼아야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처럼 지구의 기온상승이 북극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하지 않고 연쇄적이다. 


또한 북극의 이상고온현상은 북극상공을 감싸면서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가두고 있던 극제트기류를 약화시킨다. 그렇게되면 극지방에 갇혀 있어야 할 찬 공기가 흐물흐물해진 극제트기류를 타고 아래로 내려오게되고 이는 연쇄적으로 지구 곳곳에 이상한파를 몰고온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북극의 바렌츠-카라해의 해빙이 우리나라의 기후, 폭염과 폭우, 미세먼지 등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한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영구동토층 또한 녹으면서 넓은 웅덩이처럼 무너지거나 기반이 약해져 출렁거리게 된다. 이로인해 북극의 건물들이 무너지기도 하고 무너진 영구동토층 내부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된다. 여기에는 오래전 동물의 사체와 미생물, 바이러스 등이 갇혀있다. 땅속의 미생물들이 깨어나면 매머드 같은 유기물을 먹어치우며 분해하기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엄청나게 발생하는데 이 둘다 강력한 온실가스라는 것이 문제이다. 영구동토층에 잠재된 이산화탄소의 양의 현재 지구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의 2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대기중 온실가스의 증가로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게되고 그 과정에서 갇혀있던 온실가스가 대량으로 대기로 방출되면 이는 또 다시 지구의 기온을 높아지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생각만해도 아찔한 악순환의 고리이다. 더구나 한번 대기중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쉽게 사라지지않는데 특히 이산화탄소는 2-300년을 대기중에 체류한다고 하니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니알슨에 있는 노르웨이 과학기지에서는 해발고도 474m에서 북극의 배경대기를 감시하는 제플린관측소가 있다. 지구대기의 기준이자 청정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곳 또한 지구의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더구 충격적인 사실은 2011년 동일본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사고가 있었을 때 유출된 방사성핵종이 북극 제플린관측소에서 검출되기까지는 단 열흘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지구는 하나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모든 인간의 활동은 그냥 사라지지않고 지구에 발자국을 남기고 가장 깨끗한 북극상공에까지 이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북극의 변화가 다시 지구에 미치는 영향의 반복순환을 되짚으면서 지구인으로서 어두운 미래에 대한 걱정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북극에 세워진 각 나라의 과학기지에서 지구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꾸준히, 한결같이, 진심을 담아 연구하고 관측하고, 감시하는 과학자들을 보면서 고맙고도 든든한 마음이 든다. 그들이 북극의 기후변화 현장에서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며 수고하는 연구가 헛되지않도록 모든 인류가 뜻을 모아 지구를 위기로부터 지켜낼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람들이 해답을 찾길 바랍니다. 덜 소비하고 덜 이동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막는데 중요할 거예요. 하지만 매우 힘든 일이지요. 사람들은 늘 물건을 사고 성공을 자랑하니까요. 더 큰 차를 사고 더 많은 것을 소비하죠. 하지만 모두가 한 번 더 생각하고 조금씩 노력한다면 큰 도움이 될거예요.

인터뷰/ 오둔 톨프센/ 극지탐험가, 스발바르대학교 기술안전팀장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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