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자마자 과학의 역사가 보이는 원소 어원 사전
김성수 지음 / 보누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학은 실생활과 연계해서 배워나가다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학문이지만 안타깝게도 화학은 고등학교 시절 나에게 꽤나 좌절을 안겨준 과목이다. 내 기억 속 화학시간은 정말 지루하고 재미 없었다. 게다가 화학선생님은 무섭고 깐간한 학생주임에, 별명이 마녀였고 암기를 좋아하지않는 나는 원소주기율표에서부터 낯선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꽤 오래도록 화학에 대해 보이지않는 벽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다행히 많은 시간이 흐른 후 화학을 이런 저런 모양으로 접하게 되면서 나름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이제는 좀 더 알고싶다는 마음도 든다. 그러다 접하게 된 이 책은 화학원소들과 나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상당히 좁혀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저자 김성수씨는 서울대학교에서 화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최우수 졸업(숨마쿰라우데)을 했다. 지금은 다양한 고분자 물질이 탄소소재로 전환되는 과정과 결과를 연구하고 있다. 머리말에서는 그가 사용하는 이메일 아이디가 flourF인 이유가 나온다. 원자번호 9번인 플루오린F은 전기 음성도가 가장 높아 어떠한 경우에도 전자를 받아들이는 원소인데 이런 특성을 가진 플루오린처럼 어떤 지식이든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그런 열망에 걸맞게 저자는 화학자로서 연구를 하면서도 여러 외국어를 공부하는 등 독특한 행보를 거쳐서 화학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분야를 엮어가는 창의적인 시도들을 계속해가고 있다. 이 책은 그 결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어가다보면 저자의 배경지식이 다방면으로 넓고도 깊을 뿐 아니라 그 다양한 내용들을 읽기쉽게 풀어내는 글재주 또한 있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쉬운 내용만은 아니지만 술술 잘 읽힐 뿐더러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를 주기 때문에 나처럼 과학, 특히 화학에 거부감이 있는 독자라 해도 겁먹지 않고 도전해볼 만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책의 편집을 특히 칭찬해주고싶다. 화학교양서를 이만큼이나 산뜻하고 보기좋게 만들다니 '보누스'라는 출판사는 처음 접해보지만 호감도가 상승하고있다.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장 원소의 이름은 누가 지었을까

2장 인간의 역사를 만든 7가지 금속

3장 '소'가 붙지 않는 금속

4장 '소'가 붙는 금속

5장 염을 만드는 원소

6장 고귀하신 기체원소

7장 잿물과 양잿물: 두 이름을 가진 원소

8장 트랜스페르뮨 전쟁

부록 언어별 원소이름목록 / 함께 읽어볼 만한 자료


그리고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잠깐! 화학자 상식>이라는 코너가 있어서 화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 부분이 꽤 재미있다.


그 중 일본의 난학자인 '우다가와 요안'에 대한 소개가 있는데 그는 네덜란드를 통해 수용한 서양의 과학서적을 일본어로 번역하면서 다양한 화학용어(결정, 분산, 용해, 기체 등), 생물학 용어(세포, 속 등)를 한자어로 바꾸었다. 우다가와 요안의 이러한 수고로 인해 한자문화권에 속한 화학자들이 훗날 서양문물을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원소의 명칭에 대한 내용 중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황은 오래전에 석류황으로 불렸는데 황이 포함되어 있는 성냥은 이 석류황이 변해서 된 이름이라는 것이다. '석류황'을 빠르게 발음하면 '성냥'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납과 비슷한 아연의 이름이 '아연'이 된 사연도 재미있었다. 납은 한자어로 '연'인데 아연은 납과 비슷해보이지만 훨씬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이 마치 중국대륙에 출몰하는 일본해적, 즉 왜구처럼 맹렬하다고 해서 중국 명나라 과학자인 송응성이  '왜연'이라고 표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용어가 일본으로 건너오면서 스스로 '왜'로 불리기를 꺼려하는 일본인들이 '왜연'을 '아연'으로 바꾸어 소개하였고 한국에도 그렇게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러더포듐, 노벨륨, 로렌슘, 시보귬 등은 사람의 이름을 딴 원소이름이라는 것과 그렇게 명명되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롭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화학의 주인공들인 화학원소들의 이름과의 낯가림이 좀 해소된 느낌이 든다. 원소들의 이름이 친숙해지다보면 그 특성과 쓰임을 이해하는데에도 수월해질 것이다. 그러다보면 화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벽도 허물어지리라 기대하게 된다. 화학을 좋아하는 사람 또는 화학을 좀 더 재미있게 입문하려는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