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있는 삶- 무엇을 선택하고 이룰 것인가] 책의 제목에서부터 무언가 가볍지 않은 느낌이 든다. 이것은 하나의 질문이다. 하루 하루 그냥 그냥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한편으로는 사뭇 부담스러워 외면하고픈 질문이지만 사실 피할 수도 없이 늘 따라다니는 생이(신이)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 언젠가는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사실 가치있는 삶, 비전이 있고, 방향이 있고, 기준이 있는 삶, 인생이 던지는 의문에 대해 명확히 대답할 말이 준비되어있을 필요를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기에 이 책이 던지는 화두에 선뜻 몰입하기는 쉽지않다. 그래서 책의 초반부가 다소 느리게 읽혀지기도 한다.
"여러분이 길 한복판에서 울음을 터드려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삶의 비전이 여러분을 지탱해주길 바랍니다. 언젠가는 세상이 멈추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날이 올거예요. 그리고 폭품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치 있는 삶의 비전이 필요할 겁니다. 여러분이 길 한복판에 주저앉아 울게 되는 날, 여러분의 비전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하고 날카로워져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당장 여러분의 비전이 여러분이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자 여러분을 단단히 잡아주는 닻이 되었으면 합니다."
-[가치있는 삶] p.301~302/ 안젤라 윌리엄스 고렐의 강의 중에서
이 책은 우리가 길 한복판에서 울음을 터뜨려야하는 그 어느날에 나를 지탱해 줄 비전을 발견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평온한 날에도 반드시 필요한 나침반이자 닻을 얻어 더욱 안정되고 성숙한 삶을 살아가는 어른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얻게될 것이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 '좋은 삶', 단순히 '길고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 아니라 진정으로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차근차근 질문한다. 그 과정은 다소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어느 한 장도 빼놓아서는 안될 고리들 같아서 1장에서부터 15장까지 계단을 밟듯 한걸음씩 올라가보게 된다. 그리고 15장에 이르러 긴 마라톤을 끝낸 듯 숨이 가쁘기도 하지만 다시 한번 좀 더 꼼꼼히 읽어보아야겠다는 마음이 밀려드는 책이다. 인상적인 주제문장을 앞에 던져두고 여러 예시와 비슷한 문장의 반복으로 책을 길게 늘여놓은 요즈음의 자기계발서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단언컨대 이 책은 단 한장도 놓쳐서는 안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한꺼번에 다 읽기보다는 한주에 한 장씩, 함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한께 읽어나가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한권의 책에 15주를 투자한다는 것이 다소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내 인생의 나침반과 닻, 비전을 찾을 수만 있다면야 15주는 오히려 짧은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장에서는 수면으로 표현되는 즉각적이고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자율조종모드(무의식의 영역)에서 다이빙을 하듯 의식의 영역에 속한 효율, 자기인식, 자기초월의 심해 단계로 들어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는 심해에 속한 자기초월의 단계에서 무언가 답을 찾았다면 다시 수면위로 떠올라 삶과 행동의 영역에 반영되도록 해야함을 밝힌다.
"수면으로 돌아가는 길은 곧 호흡할 수 있는 장소로 돌아가는 여정 같으니, 바닷속 깊은 곳에서 얻은 깨달음은 수면에서 마침내 생명을 얻게된다. 살면서 단 한 번도 깊은 바다에 몸을 담그지 않는 것도 어리석지만, 모든 생을 물 밑에서 머무르는 것 또한 어리석다. 끊임 없는 성찰은 결국 우리를 질식 시킬 것이다."
p.62, 가치있는 삶
이 부분은 독자로 하여금 이 책을 읽어나가는 목적의식을 일깨워준다. 심해로 들어가 그저 삶에 대한 지식을 더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요, 거기서 얻은 깨달음으로 삶을 재정비하고 살아려는데까지 마음의 준비를 시켜주는 듯 하다.
2장에서는 미디어와 심리학자, 광고 등에서 현대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길고 행복하고 건강한 삶"에 대한 환상을 한꺼풀 벗겨내면서 이와 대조적으로 " 짧고 불행하고 병약한 삶"을 살았던 이들(마틴 루서 킹, 에이브러햄 링컨, 콘스탄스 리턴)을 대조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 삶이냐고.
이어서 3장에서는 우리가 의미있고,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의미있다는 것에 대해 대답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짚어준다. 만약 그 대답을 스스로가 한다면 그저 제멋대로 사는 삶에 불과해진다는 것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이런 책임의 원천을 무시하는 삶은 독단적으로 흘러가기 쉽기 때문이다.
"삶에서 내리는 선택이 의미 있기를 바란다면... 우리에게는 각자의 선택을 넘어선 책임감의 궁극적인 원천이 필요하다. "
p.93, 가치있는 삶
중학교 시절 내면적으로 많은 것을 공유했던 친구가 있었다. 표면적으로 허물없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피상적인 대화를 넘어서 심도있는 주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논할 수 있는 그런 친구였다. 그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는 셀 수가 없다. 매우 주관이 뚜렷하고 성실하게, 자기주도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듯한 그 친구가 어느날 이런 말을 했다. "아주 아주 아주 커다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 사람이 나에게 잘 살고 있다고, 그렇게 살면 된다고 말해주었으면 정말 좋겠어." 이 말이 나에게도 너무나 공감이 되어서 잊혀지지 않기도 하지만, 그 누구의 인정도 필요없이 스스로의 판단과 주관으로 살아간다고 여겼던 그 친구 또한 누군가로부터 의미있는 삶에 대한 인정, 인생에 대해 자신이 내린 답에 대해 반응해 줄 원천이 필요한 한낱 사람이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어 잊혀지지 않는 지도 모르겠다.
4장에서 좋은 삶은 어떤 느낌인가? 라는 질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벤담을 필두로 하는 공리주의에서는 '최대 행복 원칙'을 통해 선을 더하고 악을 빼며, 쾌락을 더하고 고통을 줄이면 좋은 삶이 된다고 단순하게 정의한다. 선과 쾌락이 더 많은 삶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 경전에서 내려오는 이야기 속 '수바'라는 비구니는 쾌락보다 깨달음이 더 큰 행복이라고 말한다. 또한 오스카 와일드는 슬픔이야말로 진실이고 아름다움의 핵심이라고 한다. 와일드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이 슬픔이라고 할 만큼 슬픔을 통해 얻는 유익이 크다고 말한다. 이처럼 좋은 삶이 어떤 느낌인가에 대해 질문해가다보면 삶에서 우리가 피하고싶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오히려 '좋은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이는 삶에 대해 또 다른 시야를 열어준다.
6장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곧바로 주의할 점을 일깨워준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은 수단, 즉 행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목적, 즉 우리가 추구해야할 결말을 이야기 한다. 곧장 수단을 묻는 질문으로 건너뛰었다가는 목적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 없이 '어떻게든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것'이라는 답을 내놓게 될 것이다."
p.144, 가치 있는 삶
이 책은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단을 찾는 것이 아니라 추구해야할 가치와 목적을 찾는 여정이니, 성급한 결론은 짓지 말라고 당부하는 듯 하다. 더불어 이 질문에 대해 답하기 위한 가이드를 정리해준다. 첫째, 멀리 바라보라. 둘째, 숲(행복을 공유할 '우리'라는 범주)의 범위를 설정하라. 셋째, 불확실성에 익숙하라.
3부인 7장과 8장에서는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속하는 의지와 태도, '무엇을 바라며 살아야 하는가?'에 속하는 환경, '좋은 삶이란 어떤 느낌인가?'에 속하는 정서가 어우러져 하나의 요리, 하나의 큰 그림이 되도록 조율하는 과정들을 짚어준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모순과 의문을 발견하게 되는데 당황하지 말고 오히려 기회로 삼아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풍부한 대답을 얻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4부에서는 삶에서 반드시 만나게되는 한계에 대해 조명한다. 실패와 고통, 죽음에 대해서 찬찬히 짚어가며 삶이 던지는 의문에 대해 신중하게 대답할 때가 반드시 온다는 것을일깨워준다.그 중 고통에 대한 여러 입장들에 대해 인상깊게 살펴보게 되었다. 부처는 집착을 버리고 괴로움에서 벗어나 평정을 찾았다. 부처에게 고통은 벗어나야할 굴레였다. 그러나 이슬람 사상가 알 가잘리는 집착을 버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신의 선함을 믿으면 저절로 평정을 얻게 된다고 한다. 모든 일에는 신성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 괴로운 없이는 진보할 수 없으며, 진보하지 않으면 괴로움 또한 없다."고 설명한다. "삶이라는 사관학교에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문장으로 유명한 니체는 "행복과 불행은 함께 성장하는 오누이이자 쌍둥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불행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행복 또한 최소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죽음에 대해서도 소크라테스는 죽음은 질병과 같은 삶에 대한 치유로써 바라보았지만 탁닛한은 태어남과 죽음은 인간이 정립한 개념일 뿐 아무 의미가 없으니 연연하지 말라고 한다. 해글룬드는 죽음은 가슴아프지만 죽음이 있기에 삶이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했다. 기독교의 바울은 죽음을 적이라고 규정했지만 하나님이 인간을 대신해 죽음이라는 적을 물리쳤다고 믿었다.
이처럼 실패와 고통, 죽음에 대한 여러 관점들은 삶에 대한 더 깊은 생각과 깨달음으로 나아가게 도와준다. 그러나 여기에서 저자는 이제 절반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이제 깊은 심해에서 얻은 깨달음이 헛되이 날아가지 않고 수면위 삶으로까지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나머지 절반의 여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5부의 13장에서는 토머스 제퍼슨과 로버트 카터 3세를 대조하여 보여준다.
"우리는 다음을 자명한 진리로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하략)."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위 미국의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은 노예무역을 '인간 본성에 반하는 잔혹한 전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사실 600명의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고 노예로 인한 이익을 실제로 계산해본 후로는 반노예주의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함을 주장했던 제퍼슨이 생전에 해방한 노예는 그 600여 명 중에 단 2명 뿐이었다고 한다.
로버트 카터 3세 또한 420명의 노예를 소유한 사람이었지만 하나님을 믿게된 후 하나님이 모든 사람에게 주신 자유를 믿으면서 동시에 노예를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791년 카터는 420명의 노예를 점진적으로 해방하겠다는 계획을 상세히 써 내려갔다. 편법이라고는 조금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품은 이상을 실천하기 위한 고단한 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품은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실천력 뿐 아니라 기억하고 되새기는 시간이 시시로 필요함을 가르쳐준다.
"깊은 바닷속에서 무엇을 배웠든,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깨달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수면에서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 p.345, 가치있는 삶
이어서 14장에서는 변화는 어렵지만 의지와 환경, 신적인 도움을 통해서 그래도 시도해갈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변화를 유지해가는 것은 변화보다 더 어려운데 의식적 성찰과 더불어 공동체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 있는 문장을 인용하며 서평을 마치려 한다.
"그러므로 노력을 멈추지 말라. '의문'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고요한 순간을 찾아라. 소리조차 깨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 소란이 잦아들기 시작한 늦은 저녁, 잠시 할 일을 내려준 일과 한 가운데, 언제라도 좋다. 어떻게든 '의문'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라.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가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길 두려워하지 말라." p.401, 가치있는 삶
신앙 안에서 삶의 가치를 찾았고, 인생의 나침반과 닻을 이미 발견한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고 확신하는 시간이 되어 의미가 있었다. 또한 이미 가치를 발견하였지만 매일의 삶이라는 수면 위에 어떻게 그 가치를 펼쳐나갈지를 고민하는 "고요한 순간"들로 시작하는 나의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 미자모 서평단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