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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ㅣ 윤혜정의 예술 3부작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평점 :
‘바자 아트’를 창간하고 국제갤러리 이사로 재직 중인 윤혜정 작가의 예술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책이라고 하지 않고 작품이라고 한 까닭은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인생, 예술’에 이은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가 전작에 이어 작가가 경험한 예술 세계를 총 망라하여 윤혜정 유니버스를 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생, 예술’이 개별 작가에 대한 저자의 소회를 담고 있다면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현대 미술의 주제를 작가와 공간과 연결시켜 이야기한다. 움직임, 시간, 관계, 추상성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특히 공간의 연결이 인상 깊었다.
최근 리움에서 열린 ‘피에르 위그’의 전시를 베니스에서 열린 전시와 8년전 뮌스턴 조각 프로젝트에서 본 작품과 연계하여 이 전시는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감각하는 것이라 하였다. 나오시마 마타베에서 열린 양혜규 작가와 아피찻퐁 위세타쿤의 불타는 낮과 밤에 대한 전시, 관람객이 직접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던 전시의 연결인 리너스 반 데 벨데와 권하윤, 빌 비올라를 연결 시킨 것도 흥미로웠다.
미술에만 국한하지 않고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의 음악과 의정부 미술도서관의 책과 연결시켜 음악 감상과 독서로 예술의 지평을 넓히고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필독서가 될 듯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이야기하며 유수의 미술관에서 찍은 경비원들의 사진을 실은 것도 따뜻했다.
책 제목처럼 점점 사라지는 표지를 가지고 있는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윤혜정의 예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게 만든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렇게 와 닿는데 사라질리가.
3년전 ‘인생,예술’을 가지고 루이지애나 미술관으로 갔는데 이 책을 가지고 어떤 미술관으로 갈까 설렌다. 내 미술관 친구인 윤혜정의 예술 시리즈가 계속되길 바란다.
*독서야말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어떤 가치를 품고 살고, 내가 사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방법이라 누누이 주장해 왔다. 차이의 경계를 뛰어넘는 보편적 이해와 공감만이 혐오와 분노의 세상을 밝힐 수 있다는 진리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게 된 능소능대한 현대미술이 유일하게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급진적이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작업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