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 씨와 혜옥 씨가 사랑으로 낳은 낳고 기른 딸 소영 씨가 그들의 이야기를 나즈막히 읊조린다. 표지에 있는 나의 아버지와 나의 어머니에 대한 문장을 보고 울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책을 펼치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예상과 다르게 작가는 아버지 갑천 씨와 어머니 혜옥 씨의 삶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정제하여 단백하게 다루었다. 그래서 세 번째 챕터 1인칭 작가 시점인 갑천 씨와 혜옥 씨의 딸 이야기는 조금 더 감정적으로 와 닿았다.마침 <폭싹 속았수다>가 흥행한 시점이라 우리네 부모님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었고 그 또한 누군가의 특별한 희생과 애정이 아니라 세상에 태어났다면 한 번쯤은 받아보았을 보편적 사랑이 아닐까.그러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래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자연스레 이 사람들이 안온하게 잘 살길 바라는 씨앗이 생겼다. 갑천 씨의 사랑으로 자란 소영 씨에게는 자기의 눈이라도 줄 수 있다는 혜옥 씨가 여전히 함께하니까.*‘혼자 된 여자'를 향한 세상의 시선은 말랑하지 않았다.*수많은 시작은 새로운 시련이 되었다. 반복되던 시름은 시일을 두고 서서히 다져졌다. *저마다 다른 슬픔이 있기 마련이다. 어설픈 위로랍시고 건네는 말과 행동은 자기만족일 수 있다. 위로하려고 애쓰지 않는 자체가 나을 수도 있다고, 혜옥 씨와 딸의 공 감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