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근성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듯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미감이라 쓰고 욕망이라 읽는다’ 아닐까.보다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것을 누군가는 미감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욕망이라 부른다. 나는 그것을 취향이라 부르고 싶다.PD라는 직업인으로서의 현실과 방송 윤리, 진정성에 대한 고민과 아름다운 것, 흥미로운 것, 반가사유상을 통한 철학적 명상까지 미학 학사, 예술학 박사의 취향을 진솔하게 나눌 수 있다. 내가 홍차에 빠진 계기도 마리아주 프레르 마르코 폴로였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반가사유상의 피규어가 품절되어 땅을 친 경험이 있어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 많았다. 특히 술에 대해 와인이니 싱글몰트니 버번이니 신나게 말하다가 칸트의 취미판단으로 이어지는 빌드업이 매우 재미있었다. 미학에 대한 책을 한 권만 읽어도 알 수 밖에 없는 ‘판단력 비판’을 자신의 문장으로 나타내는데 아무리 쉽게 적으려 해도 어렵다는 말이 너무 와닿았다. 내가 명상할 때 읽는 책이 ‘판단력 비판’이라 나에게 ‘판단력 비판’은 이 세계에서 벗어나 저 세계로 인도하는 책이다. 물체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 하다가 마지막에 고전 철학을 안내하고 붙인 분량마저 미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만에 에세이의 참 맛을 느꼈다.*그 속에서 심미적 안목과 물건에 대한 욕망을 구분하긴 쉽지 않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 두 가지 감정 속에서 욕망을 심미안으로 정당화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후각과 시각으로 받은 충격은 미각으로 이어졌다.*풀을 뽑아 보면 안다. 인간은 이러라고 만들어진 것 아닌가 싶은 즐거움이 그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