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아이들
소마 지음 / 시프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모란 무엇인가. 불안이 높고 성숙하지 않은 사람이 부모가 되었을 때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자전적 이야기라는 것이 가슴이 아팠다. 때려서라도 외우게 하고 문제집을 풀게 했던 혜란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결핍과 이상과 현실의 괴리 등.

아이에게 자신을 투사하고 동일시하여 트로피로 만드는 엄마가 진정한 부모라고 할 수 있을까. 독립된 존재가 아닌 소유로 아이를 보는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망치는지 아이를 많이 낳아야 된다고 말하기 전에 아이를 어떻게 잘 기를 수 있을지부터 교육해야 되지 않나. 누구든 부모는 처음이니까.

그럼에도 은아가 살아서 다행이다. 나도 또 다른 은아에게 안부를 붇는 채연과 자신을 이해해 주는 첫 어른인 현준, 손잡고 정신과에 같이 가 준 언니 은영이 될 수 있길.

*죽고 싶은 은아에게는 죽고 싶지 않은 자신이 필요했다.

*당연함은 상대적이다. 나에게 당연한 것이 다른 누군가에겐 생소할 수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허나 모난 마음을 지닌 이에게 그 사실은 제법 폭력적 으로 느껴진다.

*혜란에게 익숙한 불안이 고개를 드는 건 바로 그런 순간들이었다.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것을 믿어야 할 때. 믿을 수 없는 것을 믿으라고 할 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인생을 탓하기 전에 심리학을 공부했다 - 심리학자의 마음 재건 수업
이현주 지음 / 어떤책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을 탓하기 전에 심리학을 공부했다>

100세인 나의 할머니는 지금도 많이 배우라고 한다. 학창시절에는 해야하는 일이 배움이니 공부를 했고 일을 하고 나서는 필요하니 배웠는데 배움이 딱히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고 살고 있다.

교육 심리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30대 후반에 암이 발병했다. 암환자로 수술을 하고 항암을 하는 과정에 자신이 전공하고 가르친 심리학을 접목하여 닥친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견딘 이야기다.

제대로 배운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삶에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하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에릭슨의 심리 사회적 발달단계부터 요즘 들어 사회현상인가 싶을 정도로 만연한 ‘진상’의 심리 (한 가지 사건이 내 삶 전체를 대표한다는 주목착각과 자아존중감이 온전하지 않아 타인의 인정욕구를 끊임없이 갈구하고 결핍을 느끼는 것) 등 심리학을 사례에 적용시켜 설명하는데 전문용어가 등장하지만 전혀 어렵지 않고 이해가 잘되었다.

저자의 경험담에 담긴 감정과 심리학인 이성을 연결시켜서 더욱 공감되고 인지적, 감성적 양쪽이 모두 납득되었다.

고통을 겪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인생은 닥친 일을 어떻게 견디고 넘어가느냐의 문제인데 책에 나오듯 한 발자국 떨어져서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인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파악해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것이 지혜롭게 사는 길이 아닐까. 관계적 지지를 서로 주고 받으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 할머니가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배우라고 한 이유를 알았다. 배워서 이렇게 써야하는 구나.

*분명한 것은 어떤 사건을 만나더라도 우리는 극복할 방법을 찾고, 최선을 다해 살아낼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몸이 허락하는 한 일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은 일상의 리듬과 자존감을 지켜 준다. 이런 긍정적 변수들에 나에게 유리한 계수를 붙여 줄수록 상수의 무게는 상대적으로 가벼 워진다.

*일이 어긋났을 때 자동으로 '내가 문제다'라는 결론으로 치닫지 않도록 잠시 멈춰 '늘 그런가?, 바꿀 수 있는 게 있나? 이게 전부 내 몫인가?라는 세 마디를 차례로 던져 보자.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어 준다는 것은 내 생명의 한 조각을 건네는 일이다.

*그는 친밀감을 자신을 내어줄 위험을 감수하는 능력으 로 설명했다. 친밀해진다는 것은 언제든 거절당하거나 상처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래서 에릭슨의 친밀감은 안전한 상태가 아니라 취약함을 견딜 수 있는 용기에 가깝다.

*기억을 붙들기만 하면 불안이 된다. 그래서 기억과 계획을 함께 둬야 한다.

*비관여는 ‘이 길은 아닌 것 같다'고 인정하는 용기고, 재관여는'목표를 위한 다른 길은 무엇일까'를 찾는 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름다움에 밑줄 치지 말 것 - 정답만 찾는 시대, 농담처럼 읽는 삐딱한 예술 이야기
오후 지음 / 서스테인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름다움에 밑줄 치지 말 것>  

현대미술에 대한 해석과 감상이 많다보니 미술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예술이 시작된 그리스 시대 연극부터 클래식 음악, 영화, AI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예술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고 있었다.

예술 좋아하는 사람이랑 밤새 와인 마시면서 떠드는 느낌으로 편안하게 읽었다.

너바나와 다다이즘을 엮은 것도 재미있었고 클래식 음악의 멸망기가 흥미로웠다. 저자는 클래식 음악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재해석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클래식을 좋아하는 나는 갈수록 급변한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각자 즐기던 클래식 매니아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좋은 공연은 피켓팅이 실시되고 유명 교향악단들이 줄지어 한국을 찾는 바람에 통장이 텅장이 된지 오래라 체감상 클래식이 부흥한다고 느꼈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하겠지만 전체적인 산업 흐름과 상업적 예술로 보는 시각과 감상자가 느끼는 시각의 차이가 있다. 낙수물 효과를 여실히 증명하는 것도 클래식 분야다.

현대의 아름다움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것. 즉, 미적인 아름다움이 성행하면 그와 반대대는 어떤 것이 흥행하고 또 그것에 반하는 무언가가 나와서 제자리 걸음 같아 보여도 점점 나아가고 있는 것이 예술이라는 점은 동의한다.

그래서 현대미술이 매력적이다. 생각을 하게 만들고 궁금하게 만드는 과정과 행위에서 예술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나도 믿는다.

주제와 이미 정해진 해석에서 벗어나 디테일과 느낌에 주목하라.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려면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할 수 밖에 없다. ’이게 뭐야‘에서 ’오호라‘로 넘어가는 포인트가 정말 짜릿하거든.

각자의 ’아하‘ 포인트를 찾으로 밖으로 나가봅시다.
나도 이제 인상파 전시는 좀 지겹더라고.

📝그런 의미에서 미의 반대는 추함이 아니다. 획일화다. 우리 사회가 정의 대신 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곳이었다면 지금처럼 극단적인 양분화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예술을 온전히 이해하고 소비할 수 있는 건 오직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뿐이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은 시대의 산물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 즐기기 어려운 속도로 만들어지고 그보다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정답을 모르는 것이 정답을 아는 것보다 예술의 본질에 다가가기 쉬울지도 모른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현대예술을 스스로 이해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작품이 품고 있는 무수한 결들과 디테일을 무시한 채, 하나의 명확한 메시지만을 강요하는 태도는 결국 예술을 선전 도구로 축소시킨다.

📝초보자가 현대예술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대다수 작업이 주제를 숨기고 있고, 해석도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해석을 피하는 것이 나치를 겪고 세계가 깨달은 교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안부를 전하며 -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ㅣ 세계문화전집 1
헤르만 헤세.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홍선기 옮김 / 모티브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53년생 빈센트 반 고흐와 1877년생 헤르만 헤세는 실제로 만난 적이 없다. 헤세는 85세에 눈을 감았고 고흐는 37세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둘 다 선교사인 아버지를 두었고 이웃들에게 외면당한 경험이 있으며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어 자살 시도를 했다는 공통점과 더불어 고흐와 헤세는 타인과 끊임없는 안부를 전했다.
고흐는 자신의 동생 테오에게, 헤세는 독자와 세상에게. 그들이 타인과 소통했던 안부를 엮은 책이다.

헤세가 '헤르만 라우셔'라는 필명으로 냈던 <나의 유년시절>과 20대 시절의 일기, 마지막에 쓴 시가 수록되었고 고흐가 테오와 주고 받은 편지가 실려있다.

<데이만>의 탄생 배경을 보는 듯한 <나의 유년시절>은 깨질듯 아슬아슬한 유년시절과 방황이 느껴졌다. 알을 깨고 나오기까지 겪는 질풍노도의 시절이 담겨있었다.
고흐가 테오와 주고 받은 편지에는 고갱과 주고 받은 편지가 있었다. 고갱이 노란 집으로 오길 기다리는 설렘, 그가 떠난 후 그리워하고 궁금해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고흐의 편지에 반해 
첫 인사도 없는 고갱의 편지는 고흐와 고갱 사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고갱이 고흐에게 보내는 편지의 마지막은 두고 온 장갑을 택배로 보내달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늘 따뜻한 악수를 보내며 마음을 전했던 고흐에게 그 따위로 밖에 대할 수 없었냐고 묻고 싶다. 

각자의 방식으로 안부를 전하는 두 작가의 글을 보면서 책의 말미에 있는 '이 책을 읽을 때 곁들이면 좋은 클래식'도 함께 들었는데 글과 그림과 음악을 함께 경험했다.
두 사람이 사랑했던 클래식을 들으며 시기와 방식은 달라도 아름다움을 전하는 마음을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아이의 신뢰와 정의감에 가해지는 죄악들이다. 수줍은 어린 물음에 돌아오는 거친 대답, 사물들에 대해 조금씩 쌓아온 앎을 하나로 이어보려는 어린 본능에 대한 무관심, 아이다운 순진한 믿음을 비웃음으로 받아치는 일.

*영혼 안에 커다란 불이 있는데, 아무도 그 불 곁에 몸 을 녹이러 오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굴뚝에서 약간의 연기가 나오는 것만 보곤 제 갈 길을 가 버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리카, 시간을 누비다 - 세계의 식탁에서 만난 이야기
리카 지음 / 파롤앤(PAROLE&)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카, 시간을 누비다>

요리 연구가인 저자가 세계에서 경험한 요리와 경험을 이야기한다. 우리집에도 집안 전통처럼 행하는 행사가 있다. 새 봄에 나오는 첫 부추는 약이니 두 말 하지 말기, 여름에는 장어국을 3회 이상 먹어야 하며 가을에는 햇과일, 겨울은 석화구이를 먹는 것이다. 오죽하면 동생이 결혼할 사람이 했을 때 온 식구가 제일 먼저 ‘굴을 먹을 수 있냐’고 물어봤을까.

책에 ‘봄에 도다리 쑥국을 먹으면 그 해에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 말 역시 매년 봄마다 듣는 말이다. 덧붙여 첫 부추는 맏사위한테 주는 것이고 비늘이 있는 짐승 날짜에는 장을 담으면 안된다는 것.

우리집 풍경과 비슷한 그림이 그려져서 편안하게 보았다. 홍차를 즐기는 저자의 취향까지 비슷하다. 지금도 다 마신 마리아쥬 프레르의 틴케이스는 연필꽂이로 사용한다.

일본에 오래 있었던 저자의 경험으로 도쿄에 유명한 카이센동 가게나 교토의 말차 가게 등 맛집을 알게 되었는데 갑자기 일본에 가고 싶어졌다. 이것이 음식의 힘이 아닐까.

선배 한 분이 요즘에 정서 불안과 감정 조절이 힘든 아이들이 많은 이유가 엄마밥을 못먹어서 그렇다는 말씀을 한 적이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음식을 하고 차리는 그 과정에 담긴 마음과 정성이 영양과 함께 닿는 것이다.

고효율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시대에 먹는 것에 대한 의미와 함께 나누는 시간과 정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

*사람도 물건도 함께한 시간이 오랠수록 더 정감이 느껴집니다.

*따스한 밥! 누군가 날 위해, 반찬 몇 가지 없어도, 정성 들여 맛있게 먹이고 싶은 맘 담아 차린 밥상엔, 보이지는 않지만 엄청나게 좋은 기운과 에너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