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릴 때마다 나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 - 희망이 사치일 때 우리는 무엇으로 버티는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 닻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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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의 어떤 면이 흔들리는 작가를 잡아주는지 궁금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완독하지 못한 부채감을 가지고 있는 나는 도스토옙스키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4년을 지내고 죽음의 문턱에 닿았다가 돌아온 경험이 삶의 바닥을 보게 만들었고 바닥을 본 자는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 올라올 수 있다.

인간이 착한 일을 하는 것은 진정 착하기 때문인지 착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다른 사람의 인정에 휩싸인 삶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갉아 먹는지, 그렇다면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철학자의 생각처럼 경험에서 우러나온 도스톱옙스키는 자신의 삶에 빗대어 말한다. 좋아 질 것이다, 괜찮아 질 것이라는 긍정에 기대고 회피하지 말라고. 현실을 직시하고 고통을 인정하는 것부터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인간의 이중성과 선악에 대한 통찰이 담긴 그의 소설을 올해는 완독해야겠다.

*달콤한 환상이 아니라, 쓰디쓴 직시로.

*인간은 자유가 가져다주는 무거운 고뇌와 책임이 두려워, 어설픈 희망이라는 빵을 얻는 대가로 기꺼이 스스로 자유를 반납한다는 뜻이다.

*고통이 우리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가, 우리를 자라게 한다.

*우리는 도덕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자기 우월감에 취해 은밀한 쾌감을 즐긴다.

*잃었는데도 살아 있다는 사실, 그 사실 자체에서 길어 올린 단단함이다.

*위로는 잠시 나를 눕히지만, 직시는 결국 나를 일으킨다. 그리고 일어선 사람만이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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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를 종료합니다 - 나를 괴롭히는 108번뇌 탈출 필사
필로소피랩 지음 / 각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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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좋은 경전 중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고통인 오개를 중심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문장을 담은 책이다. 탐욕(끝없이 원하는 것), 진에(화내고 원망하는 마음), 수면(멍하고 무기력함), 도회(들뜨거나 후회하는 생각), 의개(의심하고 주저하는 것) 이 다섯가지 마음만 벗어날 수 있어도 인생이 한결 편해질텐데...

괴로운 마음에서 벗어나는 길이 깨달음이라면 인생은 그것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 타인의 상식 밖의 행동에 열받았던 마음을 다스리며 ‘아무리 부당한 일을 당했다 해도, 그 순간 즉각적인 분노를 드러내는 것은 상대가 아닌 나 자신을 해치는 일이다’를 필사했다.

필사를 하며 번뇌를 다스릴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책 디자인이다. 글씨를 쓸 때 방해되지 않으면서 쫙 펼쳐도 책이 상하지 않게 만든 출판사의 섬세함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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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그 마음을 내 앞에 꺼내 보아라 - 진짜 나를 마주하게 하는 달마의 가르침 ㅣ 동양철학전집 고전보감 시리즈 1
달마 지음 / PHILO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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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그 마음을 내 앞에 꺼내 보아라>

고민을 어루만져 주고 상처 받은 마음을 감싸주는 다정한 책은 많다. 이 책은 어쩌면 냉정하고 차갑게 ‘직시해라, 꺼내 보아라’라고 말한다.

달마는 앞날에 대한 알 수 없는 걱정, 실체가 없는 공포에 휩싸여 있을 때 ‘그것을 꺼내 보아라’라고 했다. 결코 눈 앞에 꺼낼 수 없는 고통은 실체가 없는 것이다. 허상이라는 것을 꺠달으면 그 때부터는 더이상 걱정이나 공포가 아닌 것이다.’ 원효대사 해골물’의 에피소드도 이와 결이 비슷하다.

차라리 나쁜 사람이 되라거나, 포기하는 것이 편하다는 것의 진짜 의미, 우리는 왜 다른 사람의 인정을 요하고 비교하며 완벽을 꿈꾸는가 등 지금 현대인이 품고 사는 고민을 차근차근 다독여 준다.

마냥 달래주고 어루만져 주는 것이 아니라 ‘네 마음이 이러 이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해주어서 더 와 닿았다. 달마는 T였을지도…

*모호함, 불확실함, 말로 옮겨지지 않은 채 떠도는 형체 없는 느낌, 이런 것들이 공포의 양식이다. 우리가 그것에 이름을 붙이고, 윤곽을 그리고, 크기를 재기 시작하면, 공포는 더 이상 자기 마음대로 자랄 수 없다.

*무엇이 서운한가. 그가 무언가를 해주지 않아서인가, 아니면 내가 해준 만큼 돌려받지 못해서인가.

*포기하면 편해진다는 말이 진리에 가까운 이유가 여 기에 있다.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갈망과 두려움을 잠시 손에서 놓아 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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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하러 갔다가 바다만 보고 왔다 - 마케팅 교수의 본캐 상실 샌디에이고 체류기
천성용 지음 / 행복우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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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하러 갔다가 바다만 보고 왔다>

안식년을 샌디에이고로 간 교수가 경험한 에세이. 학자라 그런지 감성 에세이라기보다 교과서에 나오는 견문, 여정, 감상이 적절하게 들어간 기행문 같았다.

개인의 경험에 따른 감상에 매몰된 여행책보다 담백하고 정보도 정리되어 챕터별로 등장해서 훨씬 읽기 좋았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모름지기 여행이라면 0순위가 날씨일 정도로 나는 날씨가 중요한 사람인데 캘리포니아는 일년 내내 날씨가 좋아서 사람들마저 온화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많이 들었는데 샌디에이고는 야구팀 말고는 아는 바가 없어서 신선했다.

하와이를 보는 듯한 바다사자의 휴식이라던가 망망대해에서 돌아다니는 돌고래, 미국 서부의 광활하고 경이로운 자연경관 가운데 샌디에이고 주민들이 즐겨 찾는 소소한 자연들이 반가웠다.

여행기답게 식도락 챕터, 샌디에이고 미술관이나 야구장 같은 가보면 좋을 곳,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파머스 마켓 등 실용적 정보가 가득하다.

어쩌면 샌프란시스코보다 샌디에이고에 먼저 갈 지도 모르겠다. 습도가 낮고 온화한 날씨를 찾아서!

*자연과의 관계도, 사람과의 관계도 결국은 거리의 미학 속에서 완성된다. 너무 가까워 상처 주지도, 너무 멀어 잊혀 지지도 않는 그 적절한 거리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짜 여유와 행복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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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가정법원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이명숙.이서원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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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가정법원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하다는 말을 증명하는 책이다.

첫 에피소드부터 충격이었다. 동창회에서 옛 인연을 만난 중년의 남녀가 외도를 하다가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자신들의 아들 딸을 결혼시켜서 사돈이 된다. 결국 외도를 들켜서 중년의 남녀 각각의 가정 뿐만 아니라 자식의 가정까지 세 가정을 무너진 이야기였다.

폭력과 폭언, 병리적 노출증 등 읽을 가치도 없는 사례와 더불어 계속 등장하는 것이 재혼 가정의 이야기였다. 이혼이 예전처럼 터부시 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상 재혼 가정도 늘어나게 되었는데 재혼가정은 이혼 확률이 더 높다는 것도 놀라웠다.

남녀가 만나 서로의 동반자로 여생을 같이 하기로 약속하는 결혼의 끝은 연애의 헤어짐처럼 그들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두 사람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아이가 있다.

안전 이별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 그것이 법적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결혼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않을까.

*부모가 이혼을 해도, 자식을 키우지 않아도, 심지어 죽음에 이르러도 법적인 관계는 계속 이어진다.

*절제는 머리보다는 인성과 더 깊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도 좋지만,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는 인성 교육이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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