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양계장]
산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생체 패턴을 조절하려 조명 조절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좁은 케이지에서 사육

동물 복지농장은 공장식 양계장보다는 낫지만…

[동물복지 인증 농장]
부리 다듬기가 원칙적으로 금지됨
1m²에 성계 9마리 이하의 사육밀도
본능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깔짚을 깔고 횃대를 설치함

여전히 열악한데다가,
착취라고 생각해서 이것도 소비를 지양하고 있어요.
근데 그것보다도 더 신경쓰이는 게 있는데,
야생 조류들은 원래 닭처럼 알을 많이,
자주 낳지 않는대요.
닭의 조상 격인 적색야계도그렇고요.

그런데 산란계들은 매일 알을 1~2개씩 낳잖아요?

닭이 이렇게 알을 많이 낳게 된 건 가축화의 결과인 거죠!
닭들이 알을 너무 많이 낳아서 말년엔 골다공증이 온대요.
농장에서는 말년까지 살려두지도 않겠지만요!
그런 게 너무 끔찍하게 느껴지는데 먹고 싶단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미치겠어요…! - P35

그런데 그거 아세요?

닭의 조상은
적색야계고,

돼지의 조상은
멧돼지래요.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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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아는 K는 그런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는 타입도 아니고, 누군가의 진심을 비아냥거리는 경솔한 성격도 아니며, 오래 알고 지내는 동안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나 비하 발언을 한 적도 없으니까. 하지만 K가 나의 모든 것을 아는 게 아니듯 나 역시 K의 모든 것을 아는 게 아니었고, 나는 K에게 면전에서 존재를 부정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앞에서는 받아들여지더라도 결국에는 관계가 끊어질 수도 있다는 염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해해 보이는 상대일지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내 머릿속의 생각일 뿐, 상대가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내보일 수도 있었다. - P280

나는 내가 엄마 앞에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젯밤의 폭음은 죽음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는데, 사실 그건 죽음보다는 삶에 가까운 것이고, 내 정체성에 대해 말하는 건 기필코 나답게 살아 보겠다는 삶의 의지와 다름없는 것인데……… 어째서 엄마를 마주하자 그런 말이 튀어나온 건지, 어째서 내가 나를 때리면서까지 울어야만 했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 P288

나는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하는 사람을 깨울 수는 없다는 어느 오래된 격언을 새삼스레 떠올렸고, 내가 과연 엄마를 깨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 일이 얼마나 오래 걸리든 끝내 포기하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 P294

나는 책장 한쪽에 엄마의 몫으로 남겨 둔 책을 비스듬히 꽂아 두었다. 그리고 한동안 그 자리에서 꿈쩍도 안 할 게 분명한 그 책을 보면서, 보이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동시에 보이지 않기를 절실히 바라는 듯한 모습으로 놓여 있는 그 책을 눈에 담고 또 담으면서, 내가 쓴 책이 지금의 나와 무척이나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정말이지 나 같았다. - P294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나는 갑작스레 밀려드는 공허함에 살짝 울적해져서는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누가 대답을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나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나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해 보이려는 걸까.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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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당연한 거지만,
소는 임신을 해야만 우유를 생성한다.

젖소는 우리에 갇혀서 살고,
원치 않는 임신을 반복한다.
낳은 새끼는 바로 빼앗긴다.
송아지들은 모유를 먹지 못한다.

더 이상 출산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도축되어 다양한 재료로 가공된다.

어떤 종의 소들은 젖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도록 변형되었다.

계속 착유당한 탓에 우유에는 피고름이 섞여 나온다.

인간 성인은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우유에는 다량의 성 호르몬이 섞여 있다. - P57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학대해선 안 된다.

지금 우리의 식문화는 동물을 학대하며 착취하고 있다. - P60

마냥 남들을 탓할 수도,
무관심을 그냥 받아들일 수도 없다.

채식을 하면 인간 외의 동물에 대해 생각할 줄 알았는데
그 어느 때보다 사람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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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째서 우리는 이런 식으로밖에 만날 수 없는 건지, 어째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려면 정육점 쇼케이스 안의 벌거벗은 고깃덩어리처럼 나를 노골적으로 전시해야만 하는 건지 억울해졌고,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함부로 안겨 주는 모멸감과 수치심으로부터 나를 분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저들의 세계는 나와는 별상관이 없는 것처럼 다시 핸드폰으로 눈을 돌렸다. - P227

그래도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신 거잖아. 너는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를 거야.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라고, 너는 진짜로 감내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마음은 가급적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서로에게 진실한 게 최선이라고 생각할만큼 어리석지는 않았으니까. 나는 내게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미 본 것들을 못 본 척하거나 알게 된 것들을 모르는 척해야 한다는 걸 체득한 지 오래였다. 그래,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데,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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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을 바꾼 게 무슨 대수라고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황당해하는 내게 흙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내 마음 편한 게 최고라며 웃음을 지었고, 그런 흙을 보고 있자니 나도 나지만 너도 참 너구나 싶어 나중에는 그냥 항복하는 마음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 나는 흙이 바로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 만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흙이 나로부터 비롯된 갖은 감정적 악취를 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한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애써 멀리 에둘러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흙은 대체로 그런 사람이니 내게도 예외는 아닐 거라는 생각.
참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다. - P183

그래, 그럴 수 있지. 이렇게 스치는 것조차 곤란하고 불편할 수 있지. - P185

한동안 나는 그날의 선택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그저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뿐이었다고 되뇌곤 했다. 그즈음의 나는 완전히 소진된 상태여서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 주고 공감해 줄 여력이 없었던 거라고, 그러므로 그날 밤 나를 찾은 사람이 꼭 물이 아니었더라도 나는 응답하지 않았을 거라고 자꾸 내 입장을 정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하고도 반이 지난 지금, 나는그게 완전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코 거짓은 아니지만 내게는 그 모든 것들을 선행하는 진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나를 한껏 위축시키고 주저하게 만들었던 그날의 불편에는 분명한 실체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 P188

길을 걷다가 어느 집 대문 앞에 놓인 화분을 보고 멈춰 섰다. 거뭇하게 시들고 말라 버린 이름 모를 화분에 큼지막한 메모가 붙어 있었다.
[살리고 있는 중. 가져가지 마세요.]
"나는 카메라 앱을 열고 메모가 잘 보이도록 구도를 잡다가, 오늘은 이거에 대해 쓰면 되겠다고 확신하며 버튼을 누르려다가 불현듯 스치는 어떤 생각에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고 결심했으면서, 섣불리 연민하거나 동정하지 말자고 다짐했으면서, 나는 어느새 그걸 또 잊고 있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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