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항상 잠만 잔다면 정말 좋겠다. - P80

한 마리 짐승이 내 배 속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 짐승은 이미 내 다리를 먹어 치운 상태였다.
이 집은 시설이라고 언니가 말한다. 여기서는 매우 살이 쪄야만 한다, 안 그랬다가는 산에 짓눌려 버릴 테니까. 또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피부가 아주 많이 필요하기도 하다. - P93

언니는 읽기와 쓰기, 산수를 배운다. 내 수업은 노래하기와 그림 그리기다.
나는 노래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나는 기쁨을 견딜 수 없다.
노래를 부르고 나면 우리는 동물이 그려진 종이를 한 장씩 받는다. 우리는 동물을 색칠해야 한다. 그런 다음 외국어로 동물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배운다.

똑같은 것이 모든 언어마다 다르게 불린다. - P97

아이는 폴렌타 속에서 끓는다.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고아들을 붙잡아서 나무줄기에 묶고 뼈만 남긴 채 살을 다 빨아 먹는다.
아이는 너무 뚱뚱해서 항상 배가 고프다.
아이는 뼈다귀가 가득한 숲에 산다. 사방 어디서나 아이가 뼈를 갉아먹는 소리가 들린다.
밤이 되면 아이는 흙을 덮고, 숲 전체가 떨릴 정도로 불안한 잠을 잔다. - P104

모든 언어마다 신의 이야기가 다른 건 당연하다고 언니는 말한다.
악마는 이 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악마는 신의 조수이며 폴렌타만큼이나 뜨거운 지옥에서 산다.
지옥은 천국 뒤편에 있다.

인간은 악마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선하다.

나는 침대 옆 탁자에 세면용 천을 놓는다.
이건 지옥이다.
내가 지옥에 빨리 익숙해지면 아마 우리는 곧 여기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 P105

음식이 맛없다고 하면, 히츠 선생님은 항상 굶주리고 있는 아프리카의 불쌍한 아이들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이 한 번도 루마니아에 가 보지 않았음을 알아차린다. 가 봤다면 늘 똑같은 이야기만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다고 아프리카에 가 본 것 같지도 않다. - P106

서커스 단원들은 전부 다 친척이거나 서로 사랑하는 사이고, 다들 한 트레일러에서 같이 자고 같은 접시의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산다고. 오 얼마나 아름다운가!
서커스 단원들이 하루 종일 리허설에 매달린다는 것을, 프로그램 내용을 언제든지 남에게 도용당할 위험, 어느 날 저녁에 천장에서 떨어져서 다음 날 이미 죽은 목숨이 될 위험까지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은 상상도 못 한다.
이 모두를 그냥 재미라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추락하면, 어머니는 재미로 죽지 않는다. - P116

내가 영화배우가 될 거라고 하면 아이들은 웃는다.
[…]
히츠 선생님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매번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내뱉는다: 모든 사람은 평등해, 그 누구도 남보다 더 특별할 수는 없어.
가장 중요한 건 근면과 겸손이야.
신은 게으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
인간은 세상을 돌보기 위해 태어났어.
그 누구에게도 짐이 되어서는 안 돼.
그러므로 반드시 직업을 가져야 하고 기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돈을 벌어야 해.
그리고 항상 집을 깨끗하게 청소해야 해.
그러면 마음의 평화가 오니까.

하지만 선생님은 또, 우리가 신의 형상이라고도 말한다.

우리가 신의 형상이라면, 우리도 신처럼 유명해질 수 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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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태생 외국인이 신발을 잃어버렸다. 그는 신발을 집에 둔 채 집을 강에 던져 버렸다.
아니면 집이 스스로 몸을 던진 것인가?
태생 외국인은 강에서 강으로 찾아다녔다.
그는 물속에서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의 목에는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여기 천국
외국인이 물었다: 아니, 천국이라고?
노인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표지판을 가리켰다.
그러자 집이 다시 나타났지만 완전히 다른 장소였다.
아마도 그건 다른 집일 것이다. 집은 외국인의 신발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 집은 문을 잃었다. - P64

살아 있는 시간보다 죽어 있는 시간이 훨씬 더 길기 때문에, 우리는 죽었을 때 더 많은 행운이 필요하다. - P70

추락자는 떨어지는 동안 공포 때문에 바닥에 닿기도 전에 죽어 버리는 걸까? - P76

신의 존재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거의 모든 곡예사들이, 같은 나라 사람이건 외국인이건, 공연 직전에 성호를 긋기 때문이다. 신이 없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P77

나는 절대로 완전히는 죽지 않을 것이다! 나는 100년 이상 삶을 버틸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어머니의 얼굴은 어두워진다. 죽음을 입에 올리는 건 불운을 불러온단다! 어머니는 말한다.

하지만 무엇이 불운을 불러오지 않는단 말인가!

우리가 말하는 거의 모든 것이 불운을 불러온다.
어머니는 종종 울면서 이런 말을 한다. 아직 내가 곁에 있는 걸 기쁘게 생각해라, 나중에 이 세상에서 혼자가 되고 나면 그게 얼마나 슬픈지 깨달을 날이 올 거다.

그렇다면 나는 나중을 기다려야 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 - P78

가장 아름다운 것들
공연이 끝난 후 함께하는 식사.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진 어머니.
새벽에 조용히 일어난 어머니가 내게 이불을 덮어 주며 요리를 시작하는 것.
그을린 닭 털 냄새는 고향이다.
그런 다음 나는 잠이 든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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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어머니의 죽음을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갑작스런 소식에 놀라지 않을 테니까. 나는 눈앞에서 본다, 들고 있던 횃불이 머리카락에 옮겨붙고, 불덩어리가 되어 바닥으로 추락하는 어머니를. 내가 허리를 굽혀 바라보면, 어머니의 얼굴은 재가 되어 바스러진다.

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나는 내 입을 버렸다. - P38

서커스 천막을 해체하는 일은 어디서나 똑같다. 거대한 장례식과도 같은 그것은, 언제나 한 도시에서의 마지막 공연이 끝난 후 밤에 이루어진다.
서커스 울타리가 제거되고 나면 간혹 낯선 이들이 트레일러로 와서 창유리에 얼굴을 대고 안을 들여다본다.
나는 시장의 생선이 된 기분이다.
트레일러와 케이지는 장례식 행렬처럼 깜빡이를 켠 채 역으로 운반되어 기차에 실린다.
내 안의 모든 것이 녹아 사라진다. 바람이 나를 통과해 불어 간다. - P40

무엇보다도 나는 바깥의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 거기에 서는 누구나 읽을 수 있고 알 수 있다. 그들은 흰 밀가루의 영혼을 가졌다.
무엇보다도 나는 죽어 있고 싶다. 그러면 모두가 내 장례식에 와서 눈물을 흘리고 서로를 비난할 것이다. - P40

슬픔은 늙게 만든다.
나는 외국의 아이들보다 나이가 많다.
루마니아의 아이들은 늙은 채 태어난다. 이미 어머니의 배 속에서부터 가난하고, 부모의 근심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낙원에서처럼 산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더 젊게 만들지는 않는다. - P41

죽은 자가 산 자보다 더 잘 산다고 어머니는 말한다. 천국에서는 여행하는 데 여권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 P42

피가 심장을 향하듯이,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한다. 피가 심장으로 흐르지 않으면 인간은 말라 죽는다고 아버지는 말한다.
외국은 심장이다. 그리고 우리는 피다. - P47

아버지는 우리와 다른 모국어를 가졌다. 그는 우리 고향에서도 이방인이었다.
그는 다른 종족 사람이야, 어머니가 말한다.
그러나 외국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종족이 아니다. 비록 아버지가 거의 모든 문장을 다른 언어로 말하기는 하지만. 내 생각에 그는 어떨 땐 자신이 하는 말을 자기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
아버지는 루마니아의 교외 출신이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화가 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수도 출신이기 때문에.

이모는 그를 노인네라고 부른다.

아니다, 내 아버지는 슬퍼하지 않는다. 그는 광대니까, 그렇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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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외국어를 할 줄 알까?
신은 외국인도 이해해 줄까? - P15

우리가 고향에 있다면, 모든 것에서 외국의 냄새가 나는 걸까?
나는 우리 나라를 오직 냄새로만 안다. 그것은 어머니의 음식 냄새다.
아버지는 말한다, 사람은 자기 나라의 냄새는 어디서라도 기억할 수 있지만, 오직 멀리 있을 때만 그 냄새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 P16

신은 어떤 냄새가 날까? - P17

우리는 아무것에도 정들면 안 된다.

나는 그 어디라도 집처럼 편안하게 느끼는 데 익숙하다.
그러면, 내 푸른 수건을 의자에 펼쳐 놓기만 하면 된다.
이것은 바다다.
내 침대 곁에는 항상 바다가 있다.
침대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나는 바로 헤엄칠 수 있다.
내 바다에서 헤엄치기 위해 반드시 헤엄치는 법을 알아야만 하는 건 아니다.
밤이면 나는 바다를 어머니의 꽃무늬 가운으로 덮는다.
소변을 보러 일어날 때 상어가 날 잡아먹지 못하도록. - P24

고향에서 사람들은 꿈에서조차 자유롭게 생각할 수 없다. 소리 내어 말했다가 스파이에게 들키면 시베리아로 끌려간다.
벽 속에는 스파이들이 다니는 비밀 통로가 있다.

그러나 이방인들도 우리를 해치고 싶어 한다.
나는 결코 혼자서 트레일러를 나가면 안 된다.
다른 아이들과 놀아서도 안 된다.
어머니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
나도 그것을 배워야 한다. - P35

아이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 더 많이 속한다. 어머니는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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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귀속과 변형 과정, 정체성의 구성과 거부 과정은 내 안에서 언제나 서로 연계되어 있었고, 뒤얽혀 있었으며, 서로 맞서 싸우며 제약하는 것이었다. 원초적인 내 사회적 정체화identification (자기를 자기로서 인지하기)는 거부된 정체성에서 끊임없이 힘을 얻는 탈동일시에 의해 교란당했다. - P109

예술에 대한 취향은 학습되는 것이다. 나는 배워서 얻었다. 그것은 내가 다른 세계, 다른 사회 계급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그리고 내 출신 계급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수행해야 했던, 나 자신에 대한 거의 완전한 재교육의 일부였다. 예술적·문학적 대상에 대한 흥미는 언제나, 의식적이든 아니든 간에 이에 접근 기회가 없는 사람들과 자신을 차별화하고, 자기—구성적인 간격ecart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구별짓기distinction를 함으로써, 타인들—‘열등한‘ ‘교양 없는‘ 계급—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의해 스스로를 가치 있게 정의하는 일과 관련되어 있다. 나중에 나는 ‘교양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전시회나 음악회, 오페라 공연에 참석하게 되었을 때, 가장 ‘고상한‘ 문화적 실천에 열심인 사람들이 이러한 활동으로부터 자신에 대해 엄청난 만족감과 우월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수없이 자주 확인했다. - P120

나는 존 에드거 와이드먼John Edgar Wideman이 『형제와 보호자Brothers and Keepers』에서 그의 남동생에 관해 썼던 것을 문자 그대로 가져와, 내가 형에게 느꼈던 감정을 묘사할 수 있다. "나의 성공은 내가 우리 사이에 놓은 거리에 의해 재어졌다." 이보다 어떻게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떤 면에서 이것은 형이 나에게 암묵적으로 준거점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내가 원했던 것은 다음의 말로 요약된다. 그처럼 되지 않을 것. 와이드먼은 머릿속으로 남동생에게 말을 걸면서 질문한다. "네가 나한테 낯설게 보였던 것만큼이나 나도 너한테 낯설었을까?" 그 시절에 나도 스스로 그런 질문을 했던가? 나는 그 답을 알았고, 그래서 행복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형에게서 낯설어지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 P126

어떤 책은 우리가 그것을 읽기도 전에 커다란 의미를 띨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가깝다고 느끼는 타자들에게 중요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 P136

나는 학교 체계가 우리 눈앞에서 작동하는 모습 속에서 진정 사악한 기계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민중 계급의 아이들을 배척하고, 계급적 우위 및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차별적인 접근 기회를 영속화하고 정당화하는 것. 그 기계는 설령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이러한 결과에 다다른다. 학교는 피지배자들에 맞선 전쟁이 벌어지는 전장 가운데 하나다. 교육자들은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들이 사회질서의 거역할 수 없는 힘에 대항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거나, 있다손 치더라도 아주 미미하다. 그 질서는 은밀한 동시에 모두가 볼 수 있게 작동하며, 모든 것에 대하여, 그리고 모든 것에 맞서서 부과된다. - P138

어쨌든 우리는 투표가 대개 우리가 표를 주는 정당이나 후보자의 담론 혹은 프로그램에 대한 부분적이거나 삐딱한 지지에 지나지 않는다—그리고 이는 모든 이들이 마찬가지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
아마도 핵심은 개인적으로 혹은 집합적으로, 비록 불완전하거나 불충분할지언정, 우리가 지지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지받고 대표된다는 것을 알거나 그렇게 믿는 감정에 있을 것이다.
선거에서의 이러한 몸짓과 단호한 행동을 통해, 정치적 삶에서 존재감과 중요성을 인정받는다는 감정 말이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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