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란 단지 옆자리를 채우는 사람이 아니다. 거친 태풍 속에서 손을 맞잡는 사람들이다. 태풍에 그대로 맥없이 휩쓸려 날아간다는 건 변함없을지언정, 동료들과 함께라면 어딘가에 불시착하게 되더라도 혼자는 아닐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사정만큼은 한결 나아진다. 그것만으로도 황무지에서 다음 태풍을 맞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력이 다시 생긴다.
이런 직장 동료들은 좋은 술친구이기도 하다.
고통은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동료라면 술잔을 맞부딪치는 것만으로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기 때문이다. 회사 일이라는 게 괜히 술 당기는 게 아니며, 괜히 회식 자리가 빈번하게 생기는게 아니다. 인생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고 작정한것 같은 일을 함께 겪고 나면 속이 바짝바짝 마르기 마련이니까. 물론 윗사람의 의전까지 고려해야 하거나 강압적인 회식 자리보다는, 자연스럽게 한잔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된 술자리여야 더 좋겠지만(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술자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오해입니다. 그런데 저는 좋아하긴 합니다. 많이많이 찾아주세요). - P130
종이컵이 알코올에 젖어 너덜거릴 때쯤엔, 오늘의 일은 내일로 미루자는 시덥잖은 낄낄거림이 이어진다. 어차피 일이란 건 생각보다 늦어지면 늦어지는 대로, 빨리 끝나면 빨리 끝나는 대로 문제다. 일본에선 일을 빨리 끝내는 것보다는 적당히 농땡이치며 정해진 기간 안에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천국에서는 1주일의 기간을 준 일을 하루 만에 끝내면 남은 6일 동안 쉰다지만, 일본에선 그 일을 하루 만에 끝내면 그 수준에 맞춰 일을 더 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일하기 위해 살지 말고, 살기 위해 일하자, 살아남으면 지독하단 얘길 듣고 나가떨어지면 나약하단 얘길 듣겠지만, 우리 어떤 모습이든 간에 같이 살아 있자. 그러니까 너무 이 악물고 일하지 말자. 이상하면 임플란트 천만 원.…. 직장 동료들과 나는 술잔을 부딪친다. 마실수록 내일의 숙취가 분명해진다.
그래도 괜찮다.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발판 삼아 다 함께 한 잔 한 잔 나아가는 것이 회식의 진정한 묘미니까요. 어디엔가 휩쓸리더라도 함께 떨어질 동료들이니까요.
물론 술자리도, 기다리던 일들도 다 깨끗이 마무리한 채 집으로 돌아간다. 회사 8년, 허투루 다닌것은 아니기에. - P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