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남 선생은 아주마주아주~ 깊은
산골의 분교로 발령이 났다.

<전근명령>
학교명 : 산골 초등학교 옹달생분교
주소 : 깊어도 너무깊군 깊으면
안가리 산12번지
전화: 2005년 개통예정
전근일자: 2003. 7. 2
*주의사항 : 호랑이 조심 - P34

선생님 저는
사회시험 한문제 밖에 안틀렸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법은 시험문제로 푸는 게 아니야!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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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동물은 적응, 창조성 그리고 자기 성찰에 대한 중요한 물음들을 제기한다. 동물행동학 연구자들이 좀 더 열린 시각에서 장애를 가진 동물들을 관찰한다면, 즉 비장애중심주의를 넘어서 본다면, 그때 우리는 아마도 장애가 동물의 삶에 지금껏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P80

산란이 유일한 역할인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의 암탉들은 1년에 250개에 이르는 계란을 생산하는데, 이는 암탉의 몸이 버틸 수 있다고 추정되는 양인 60개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속적인 계란 생산은 암탉을 골다공증에 취약하게 만들고 골절 가능성을 높인다. - P82

"평균적으로 미국의 젖소 한 마리는 2007년 9193킬로그램(2만 267파운드)의 우유를 생산했는데, 이는 1967년 생산량의 2배 이상이며, 1987년 생산량에 비해 47퍼센트 증가한 양이다. 낙농산업에서 사육하는 소의 총 마릿수는 1987~2007년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나, 우유 생산량은 전체적으로 30퍼센트 증가했다. 배터리 케이지에 감금된 암탉들처럼 우유 과잉 생산에 시달리는 젖소들은 절뚝거림, 사지 약화 및 골절에 취약한데, 그 이유는 거대하고 무거운 유방을 지탱하며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 P83

돼지들 또한 장애를 갖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다. 양돈업자들을 가장 짜증나게 하는 것은 돼지 스트레스 증후군porcinestress syndrome이다. 이것 때문에 이들은 연간 9000만 달러의 비용을 지불한다. 이 병은 유전성이다. 즉 비계가 적은 살을 다량 얻기 위해 지난 반세기에 걸쳐 품종 개변을 진행한 결과다. 이 질환은 스트레스 받는 돼지들을 심장마비에 더 쉽게 노출되도록하는데, 산업화된 양돈장에서 돼지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모든 돼지들이 비좁고 더러운 환경에서 살아가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암퇘지들의 경우가 최악이다. 암퇘지들은 지속적인 임신 혹은 보육 상태에 놓이는데, 이들이 갇힌 우리는 너무 좁아 제대로 설 수조차 없는 경우가 많고, 다음 번식 주기가 시작될 때까지 옆으로 누워 있어야만 한다." - P83

산란계 암탉들의 고기가 주로 개의 먹이나 통조림 제품으로, 또한 젖소의 고기가 햄버거용 고기로 쓰인다는 사실도 이를 말해준다. 그렇게 하면 보기 흉한 고기를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다. - P87

"서지 못하는 동물들 downed animals"보다 이윤에 몰두하는축산 농가를 더 잘 보여주는 예는 없을 것이다. 서지 못하는(혹은 "걸을 수 없는") 동물이란 말 그대로 서 있거나 걷지 못하는동물을 말한다. 심각한 질병 때문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피로,
탈수, 연약한 뼈, 골절, 출산 후 합병증 혹은 단순 낙상이 원인이다. 서지 못하는 동물이 이들을 섭취하게 될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만큼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최근 수년간 이 동물들을 도살장에 보내는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었다. - P88

사람들은 이런 동물들에게 연민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그 소들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로만, 그 소들이 "정상적"이고 "건강한" 소들(공장식축산의 사육 방식과 유해한 환경 탓에 사실상 이 소들조차 건강하지도 정상적이지도 않은데도)과 섞이지 않는다는 게 분명할 때만 그렇다. 이런 동물들은 결국 안락사될 것이다. 관절굽음증이 있는 여우를 쏜 것처럼 사람들은 자비로운 살해라는 구실로 어떻게든 이 동물들을 죽일 것이다. 인간이다른 종들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을 유지한 채로, 장애에 대한 가장 두드러진 비장애중심주의적 반응 두가지를 보이면서 말이다. 즉 장애를 불쌍히 여기거나, 장애를 제거하려 하거나. - P91

전염병에 노출된 동물을 대량살육하는 것처럼, 서지못하는 동물을 격리하는 것은 공장식 축산이 안전과 건강, 심지어는 연민을 우선시한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이 산업 자체가 이런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영속시키고 있음이 명백한 현실인데도 말이다. 산업적 축산이 위험하고 해로운 이유를 장애가 있거나 병들었거나 걸을 수 없는 동물들에게서 찾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 P92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수백만 마리의 동물을 도살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 해결책은 바로 이런 밀집 사육 시설들을 폐쇄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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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들을 다니며 일주일에 서너 번은 술집에 들립니다." 내가 말했다. "언제나 같은 음료를 주문하죠. 여행안내서를 써야 할까 봐요. 대학가에서 파는 테킬라 음료를 안내하는 책이 되겠죠."
"비문학 베스트셀러가 되겠네요." 신시아 졸터가 말했다.
"몇 달은 베스트셀러 2위 자리를 견고하게 지킬 만한 책이에요." 그녀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아니요. 복사본으로 암암리에 도는 안내책이 될 겁니다. 가장자리가 약간 너덜너덜한 채로 아는 사람끼리만 돌려 보겠죠. 여백에 주석과 반대 의견이 적힌 채로요.
"필명으로 출간하셔야겠어요."
"좋죠. 프로페서X가 좋겠네요." - P108

주방에서 냉장고가 웅웅거리며 밤을 즐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언제나 냉장고 안 조명이 켜지고 음식들이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맥박이 진정되고 있었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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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주민은 여우의 삶의 질quality of life 이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을 만큼 낮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 사람은 동물의 장애를 위험한 것으로, 혹은 죽는 게 더 나을 정도로 불행한 운명으로 간주한 것일까? 안락사 개념에는 장애에 대한 두 가지 뚜렷한 반응이 담겨 있다. 바로파괴destruction와 연민pity이다. 인간의 비장애 중심주의가 여우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하다. 장애를 오직 고통 및 전염에 대한 공포와 동일시한 사람에게 사살되었기 때문이다. - P69

우리는 분명 비장애중심주의를 비인간 동물에게도 투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장애 개념 자체도 그런 식으로 투사하는걸까? 장애라는 범주가 사회적 구축물이라면, 동물이 장애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로서는 다른 동물들이 신체적·인지적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 수 없다. 다리가 하나없는 강아지의 차이를 다른 강아지가 감지할까? 다리를 저는 원숭이는 스스로 자신과 다른 원숭이의 차이를 알아챌까? 동물들은 장애를 가진 다른 동료를 도와줄까? 동물들은 자신과 다른 종의 장애를 감지할까? 동물 세계는 이런 상상을 넘어서는 무수한 차이들로 가득해서, 장애가 만들어내는 차이를 가늠하려는 시도가 거의 헛된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런데 몇몇 동물들이 장애와 비슷한 어떤 것을 인식할 수 있고 실제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증거들이 다수 있다. - P70

그런데 과학자들은 이에룬이 적에게 발견될 뻔했을 때에만 절뚝거렸음을 금세 발견했다. 이에룬은 절뚝거리는 척함으로써 공격자에게 동정을 유발하려고 했던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장애와 그에 대한 일련의 반응들을 인간중심적으로 상정해 이에룬의 행동을 너무 성급히 독해한 것일까? - P71

"장애"라는 말의 의미는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다. 그것은 인간 문화를 통해 몇 세기에 걸쳐 창조되고 맥락을 구축했다. - P71

또한 피부로 와닿는 현실이자 이데올로기로서 장애가 어떤 식으로 비인간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비인간 동물들은 신체적 · 인지적 차이를 어떻게 자기 자신과 관계 지을까? 장애에 대한 인간의 이해는 우리가 다른 동물들이 경험하는 것을 해석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P71

나는 모즈가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무척이나 알고 싶다. 나무에 올라가려고 하는 모즈의 본능적 욕구는 영영 충족될 수 없었을까? 모즈는 항상 괴로워하고 지쳐 있었을까? 눈 덮인 바닥을 느리게 이동할 때 두려웠을까? 어째서 자신은 자신의 동료들과 다르게 태어났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했을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생각들이 나 자신의 삶과 장애에 관해 끊임없이, 지칠 정도로 질문해온 물음들과 얼마나 유사한지 깨닫게 되니 말이다. 모즈의 삶이 단지 고통과 투쟁으로만 간주되지 않기를 바라는 내 마음, 즉 나의 동료 영장류의 장애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키고 싶은 마음 또한 하나의 투사라고 할 수있는 것이다. 우리의 인간적 시각human perspective은 모즈의 경험을 해석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 P73

베코프는 바빌 무리의 다른 코끼리들이 왜 이런식으로 행동하는지 물었다. 그렇게 해야 할 실용적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바빌이 그들을 위해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도 말이다." 베코프와 동료들이 내릴 수 있었던 유일한 결론은 다른 코끼리들이 바빌을 배려한다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동물들이 직계 가족이 아닌 동료를 그런 식으로 배려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그리고 급진적인 만큼, 비판적 장애학의 관점에서 바빌이 무리에서 어떤 유용한 역할을 수행했을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것은 우리가 장애를 단순한 결함이나 제약으로 이해할 때 인식하기 어려운 점이다. - P75

그들은 그 동물을 돕거나, 지키거나, 덜 공격적인 방식으로 대한다. 그 동물이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드 발은 이것을 더 복잡한 반응인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과 비교한다. 인지적 공감은 "다른 개체의 입장에서 자기 자신을 그려보는 능력이다. 인지적 공감 능력은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다른 존재가 어떤 한계에 직면하는지, 단지 그들을 지켜봄으로써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바로 그들의 위치에 놓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76

이리, 영장류, 코끼리를 포함한 무수한 동물들이 이런 공감 반응 역량을 지닌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인간이 인지적 공감 능력을 가진 유일한 종이 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 P77

"장애를 가진 이를 특별하게 대하는 것은 학습된 적응과 강한 애착의 조합으로 간주되는 것이 가장 적당할 것이다. 적응을 긍정적이고 배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은 애착이다." 그렇다면 애착attachment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우정인가? 사랑인가? 공감인가? - P77

어떤 존재가장애를 더 잘 이해하고 있는 걸까-개인가, 아니면 관찰자로 전제된 인간인가?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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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알 수 있을까요?"
" 4시 45분입니다." 내가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말했다.
"그런가요? 제 시계는 4시 42분인데요. 에반, 네 시계는?"
"나도야. 적어도 우리 두 사람 시계는 시간이 같네. 그럼 됐지."
"제 시계가 맞을까요?" 가르스가 내게 물었다. "누구 시계가 잘못된 걸까요?"
"아마도 제 시계가 잘못되었을 겁니다." 내가 둘러댔다.
가르스가 에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거의 보라색에 가까운 눈꺼풀 밑으로 흰자가 살짝 보일 정도로 가늘게 눈을 뜨고 있었다. 어두운 피부색 때문에 두 눈이 마치 밤 하늘에 미소 짓고 있는 초승달처럼 보였다.
"모두의 시계가 틀렸을 수도 있지." 가르스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 P38

"이해한 것 같네요." 가르스가 말했다. "주관성, 인식에 관한 문제지요. 사고방식에 관한 문제요. 관찰은 생각과 마찬가지니까."
"그렇죠."
"나는 아니에요. 생각을 개입하지 않고 볼 수 있지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맹시(광원이나 시각적 자극을 정확히 느끼는 맹인의 능력 - 옮긴이)란 그런 거니까요. 그다지 장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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