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알 수 있을까요?"
" 4시 45분입니다." 내가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말했다.
"그런가요? 제 시계는 4시 42분인데요. 에반, 네 시계는?"
"나도야. 적어도 우리 두 사람 시계는 시간이 같네. 그럼 됐지."
"제 시계가 맞을까요?" 가르스가 내게 물었다. "누구 시계가 잘못된 걸까요?"
"아마도 제 시계가 잘못되었을 겁니다." 내가 둘러댔다.
가르스가 에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거의 보라색에 가까운 눈꺼풀 밑으로 흰자가 살짝 보일 정도로 가늘게 눈을 뜨고 있었다. 어두운 피부색 때문에 두 눈이 마치 밤 하늘에 미소 짓고 있는 초승달처럼 보였다.
"모두의 시계가 틀렸을 수도 있지." 가르스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 P38

"이해한 것 같네요." 가르스가 말했다. "주관성, 인식에 관한 문제지요. 사고방식에 관한 문제요. 관찰은 생각과 마찬가지니까."
"그렇죠."
"나는 아니에요. 생각을 개입하지 않고 볼 수 있지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맹시(광원이나 시각적 자극을 정확히 느끼는 맹인의 능력 - 옮긴이)란 그런 거니까요. 그다지 장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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